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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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 작가의 『나의 어린 어둠』은 ‘네가 없는 시작’, ‘내 안의 검은 새’, ‘브라자는 왜 해야 해?’, ‘나의 어린 어둠’이라는 네 편의 소설과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로 구성된 연작소설집이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배경이나 상황도 조금씩 다르지만, 읽다 보면 이 이야기들이 하나의 정서로 조용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시력을 잃었거나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상태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이하고, 말하지 못한 상처와 외로움, 좌절, 상실을 겪는다. 시각적으로도 마음과 감정 속에서도 어둠을 마주한다. 읽는 동안 ‘딱하다’는 감정이 들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치밀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이 저릿하게 아려온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아픔을 과장하거나 휘몰아치지 않는다. 담백하고 조용한 문장들 속에, 슬픔과 상실을 껴안고서도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담아낸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문득, 과거의 나는 상실 앞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 역시 흔들리고 주저앉았지만, 다시 일어나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공감하게 되었다.

『나의 어린 어둠』은 그런 어둠이 비단 시각의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감정과 삶의 모든 층위에서 어둠은 존재하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계속해서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작지만 강한 울림을 남긴다.

조승리 작가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많이 써주면 좋겠다.

*너는 지금의 상황이 곱씹을수록 분하고 처참하다고 했다. 나는 너의 불우한 환경이, 외로운 삶이 계속 되길 바랐다. 더 망가지고 부서지길 원했다. 그래야만 내가 네 곁에 언제까지나 머무를 수 있을 테니까.

*영원한 어둠은 내 눈이 아닌 마음에 먼저 찾아온 듯했다. 머릿속이 암전되어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거대한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다.

*"내 새끼... 나 살아 있는 한은 내가 네 눈이여."

*밖을 보았다. 비가 굵어지고 있었다.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장마의 시작이었다.

*내가 가장 암담하게 느꼈던 것은 평생 캄캄한 일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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