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개정판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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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과 최명길은 서로에게 거대한 벽이었으리라. 임금에게 남한산성 너머의 용골대 그리고 그의 칸은 절망의 벽이 었을 것이고. 거대하고 넘을 수 없는 벽 사이의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갈등은 국가의 의미 만큼이나, 무겁고 힘들었겠지. 작품을 떠나서, 김훈은 나에게도 벽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나를 향해 있는 것이고, 내가 극복해야할 것이라고 나지막히 말한다. 작가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사고를 베여내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애초에 베어버릴 사고와 경험이 미천한 나에게 희망조차도 품을 수 없도록, 그의 필력은 절망스럽게 대단하다. 흉내를 낼 수 도 없다. 김훈의 문장은 담담하고 건조하기가, 로봇의 그것과 같다. 담담하고 건조 하면서도 인간 내면을 깊이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문장. 일본의 사소설류가 보여주는 야한 접근이 아닌, 진지하고 세련되게 인간 존재에 대해 그 어느 작가보다도 밀착한다. 그래서, 어쩌면 사실과 상상의 조화가 생명인 역사소설에 특히 그의 이름이 유명한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상상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김훈은 힙합 댄서처럼 리듬을 타고, 곳곳에 펀치를 날린다. 고루하지 않다. 죽어있는 사실에 숨결을 불어넣어, 그것은 갓 잡은 물고기처럼 펄떡댄다. 김상헌 과 최명길 , 그리고 비극의 남한산성에서 모순적으로 김훈은 작가적 생명을 얻고 , 이를 과시했다. 그가 밉다. 작가는 접어야 하는 꿈이다. 김훈 작품을 읽을 때 마다 느낀다. 모든 작품이 칼이고, 고문이다. 작가에 이보다 더한 찬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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