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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꿈꾸는 도토리나무 ㅣ 도토리숲 평화책 5
오카도 다카코 지음, 마쓰나가 요시로 그림, 고향옥 옮김 / 도토리숲 / 2018년 6월
평점 :

경남 합천에는 돌아가신 이순기 님과
원폭 피해자분들의 바람을 담아 히로시마에서
가져온 도토리나무가 평화의 소망을 품고 자라고 있다.
이 책은 '이순기'님의 실제 이야기다.
그림책에서는 김순기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김순기, 직접 화자가 되어 일제가 패망하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던 그때,
살기 위해 일본으로 간 한인들 속에 순기의 부모님도 있었다.
순기는 짝꿍 다케오와 도토리를 주우러 숲으로 놀러 간다.
도토리를 많이 주워서 놀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낯선 땅 일본에서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순기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몇 년 후 일본 땅에는 패망의 기운이 감돈다.
공습이 많아지더니 어느 날 히로시마에 태양이 폭발할 것 같은
원자폭탄이 떨어진다. 그날 16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그 가운데 한인도 3만 명이나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일본으로부터 한국은 독립한다.
다행히 살아남은 순기의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순기는 고운 아내를 맞아들여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았다.
마음 한편에 두려움이 있었던 순기.
히로시마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얼마 뒤 순기도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합천에 원폭 피해자를 위한 복지 회관이 세워지고 원폭 치료를 받기 위해
순기는 히로시마로 떠났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일본에서 외롭게 치료를 받던 순기는 치료해주던
의사 선생님의 격려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에 평화공원이 조성되었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 비석도 세워졌다.
그 비석 옆에 떨어진 도토리를 순기는 주워들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도토리는 감싸주었다.
어릴 적 단짝 다케오와 함께 도토리를 가지고 놀았던 추억이 떠올랐을까.
순기는 도토리를 가지고 합천으로 돌아와 밭에 심었다.
어느 날 조그만 싹이 어렵게 나오더니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순기는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마지막 힘을
내어 이 가슴 아픈 역사를 후세에도
기억할 수 있도록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순기가 심은 도토리나무는 복지 회관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원폭 피해자들이 모여 힘차게 흙을 덮었다.
이순기 님의 도토리나무 이야기와
국내 원폭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은 그림책 뒤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리고 원폭 피해자들이 받았던 아픔들이 얼마나 컸을지
우린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순기님의 도토리나무에 담긴 평화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