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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이소다 가즈이치 그림,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은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에 누나가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집에는 셜록 홈즈, 괴도 뤼팽을 비롯해 많은 추리 소설이 있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레 추리 소설에 입문하게 되었고 소년탐정 김전일, 싸이코메트러 에지 등의 추리 만화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추리 소설을 수북이 쌓아놓고 한두 달 푹 빠져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군요.
자투리 시간에 그 많은 책들을 무작정 읽을 수는 없으니 좋은 작품을 선별해서 읽을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비교적 최신 인기작들의 경우, 검색하면 잘 나오기 때문에 선별에 별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고전의 경우 비교적 정보가 많지 않죠.
이 책은 그런 고전 중에서 밀실 추리 소설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밀실의 설정이 독특하고 트릭의 완성도가 높으며,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밌는 작품들 위주로 189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 41개를 엄선했습니다.
*수록된 작품 목록*
[서양 미스터리]
빅 보우 미스터리(The Big Bow Mystery, 1892)
13호 독방의 문제(The Problem of Cell 13, 1905)
노란 방의 비밀(Le Mystere de la Chambre Jaune, 1908)
급행열차 안의 수수께끼(Mystery of the Sleeping Car Express, 1920)
시계종이 여덟 번 울릴 때(Les huit coups de l’horloge, 1923)
개의 계시(The Oracle of the Dog, 1926)
밀실의 수행자(Solved by Inspection, 1931)
엔젤 가의 살인(Murder Among the Angells, 1932)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 1935)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Death from a Top Hat, 1938)
티베트에서 온 남자(The Man From Tibet, 1938)
고블린 숲의 집(The House in Goblin Wood, 1947)
북이탈리아 이야기(The Fine Italian Hand, 1948)
51번째 밀실(The 51st Sealed Room, 1951)
킹은 죽었다(The King Is Dead, 1952)
벌거벗은 태양(The Naked Sun, 1957)
지미니 크리켓 사건(The Gemminy Crickets Case, 1968)
그리고 죽음의 종이 울렸다(His Burial Too, 1973)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The Problem of the Voting Booth, 1977)
보이지 않는 그린(Invisible Green, 1977)
[일본 미스터리]
D언덕의 살인 사건(D坂の殺人事件, 1925)
거미(蜘蛛, 1930)
완전 범죄(完全犯罪, 1933)
등대귀(燈台鬼, 1935)
혼진 살인 사건(本陣殺人事件, 1946)
문신 살인 사건(刺 · 殺人事件, 1948)
다카마가하라의 범죄(高天原の犯罪, 1948)
붉은 함정(赤 · , 1952)
붉은 밀실(赤い密室, 1954)
명탐정이 너무 많다(名探偵が多すぎる, 1972)
꽃의 관(花の棺, 1975)
호로보의 신(ホロボの神, 1977)
구혼의 밀실(求婚の密室, 1978)
천외소실 사건(天外消失事件, 1988)
인형은 텐트에서 추리한다(人形はテントで推理する, 1990)
녹색 문은 위험( · の扉は危 · , 1992)
철학자의 밀실(哲 · 者の密室, 1992)
로웰성의 밀실(ロ · ウェル城の密室, 1995)
모든 것이 F가 된다(すべてがFになる, 1996)
인랑성의 공포(人狼城の恐怖, 1998)
특별 편
스웨덴 관의 수수께끼(スウェ · デン · の謎, 1995)
안내서이다 보니 트릭의 비밀을 밝히지는 않습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고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하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밀실 대도감이다 보니 당연히 '방'이 나옵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아무도 탈출한 흔적이 없는 방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에 대한 트릭을 밝혀내는 과정이 밀실 트릭의 묘미죠.
읽다 보면 이 밀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고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하는데요.

그런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그림으로도 밀실의 상황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도록 되어 있습니다.
왼쪽 그림을 보면 살인 현장답게, 역시 난장판이네요.
오른쪽 그림을 보면 ㅗ(욕 아님) 모양으로 복도가 있고, "?" 자리엔 범인이 있습니다.
범인을 목격한 세 사람이 각 방향에서 좁혀들어갔는데, 범인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싶다가, 뭔가 낯익은 장면인 것도 같은데...
네, 제 기억이 맞다면 '소년탐정 김전일'이라는 만화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왔던 것 같고, 그때 쓰인 트릭이 꽤 기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란방의 비밀'에서도 그런 트릭인지는 소설을 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만약 비슷한 트릭이 쓰였다면, 노란방의 비밀이 1908년 작이니 이후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겠지요.
현대의 작가들도 과거의 작품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스토리 창작에 관심이 많은데요. 밀실이나 추리물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가, 트릭을 알아두면 좀 변형시키고 응용해서 요긴하게 써먹을 상황이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창작하고자 하는 장르가 본격 추리물이 아니더라도, 양념처럼 적재적소에 그런 요소들을 써먹으면 작품에 색다른 재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장르가 능력자 배틀물이지만 스릴러, 미스터리, 두뇌싸움 요소도 조금 들어가 있는 것처럼요.
작가인 아라키 히로히코는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에 대한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비교적 초기작부터 이런 요소들을 시도해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죠죠로 샌 느낌인데

다시 돌아와서, 밀실이라고 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건 '급행열차 안의 수수께끼'라는 작품인데요.
자정을 넘긴 시각, 열차 객실에서 3명이 자고 있었는데 2명(부부)이 살해당합니다.
객실 문은 밖에서 나무 쐐기가 박혀있어서 안에서 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밖에서 누가 들어온 흔적도 없었고요. 이런 식으로도 밀실이 성립되는 거죠.
같이 있던 1명은 어떤 여성이었는데 범인이란 증거가 없었고, 다른 승객들에게도 증거가 없었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사용된 트릭은 무엇이었을까요..
책에서 볼 땐 여러 정황 설명이 되어 있어서 궁금증도 생기고 재밌었는데, 제가 설명하니까 뭔가 없어보이네요..ㅎㅎ;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란 작품도 나오는데 제목에서부터 스멜이 나듯이, 역시 투표 부스에 들어갔다가 시체가 되어 나왔습니다. 부스 안에는 누가 침투한 흔적도 없었고요.
부스에 들어가도 다리는 보이잖아요. 주위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백주대낮에 대체 어떤 트릭으로 죽인 건지...

책을 읽으면서 '이건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작품들이 있었는데 '고블린 숲의 집'이 그중 하나입니다.
헨리 메리벨 경이 젊은 커플(빌과 이브)로부터 피크닉 초대를 받으면서 시작되는데
이브에게는 비키라는 조카가 있었죠. 비키는 12세 무렵 잠겨 있는 방에서 사라졌다 일주일 후 같은 방 안에서 잠든 채 발견된 기이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라진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하기만 할 뿐.
그 조카를 포함한 네 사람이 함께 20년 전 사건이 있었던 별장에 가게 된 것입니다.
귀여운 조카 비키는 자신이 '비물질의 세계로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떠벌립니다. 허언증도 정도껏..ㅉㅉ
별장에 가서 준비해 간 음식을 즐겁게 퍼먹은 후에, 빌과 비키는 단둘이 별장 안으로 사라지죠.
이브가 별장 안에 들어갔을 땐 방문은 모두 잠겨있는 상태. 조카에게 연인을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던 이브는 발을 동동 구르며 헨리 메르벨 경에게 호소하는데... 여하간 빌은 혼자서 돌아옵니다.
비키를 찾아 별장 안을 찾아보지만 사라진 그녀...
뒷문은 물론 창문까지 전부 안에서 잠긴 별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었습니다...
마치 비물질의 세계로 침투해버린 것처럼 사라져버린 비키. 그때 소름 끼치는 일이 일어났는데,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비키의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습니다... 앗..아아...

다음 상황이 심히 궁금했지만 작가가 입 싹 닦고 스포일러를 안 해줍니다...
고블린 숲의 집.. 뭔가 판타지스러운 제목에, 비물질 세계로의 침투를 들고 나와 호기심 제대로 찔렸네요...
(그 능력 아무데서나 쓰지 말라고 했건만...좀 혼나야 겠구나...)

책의 최후반부에 나오는 니카이도 레이토라는 작가가 쓴 '인랑성의 공포'입니다.
저자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트릭을 보고 싶고 열망하는 팬들에게 니카이도의 미스터리를 적극 추천하더군요.
다음은 본문 일부 발췌입니다.
-누군가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 부인이 침실로 옮겨진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간단한 처치를 끝내고 그녀의 방을 나왔다. 그때 갑자기 실내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의사들은 깜짝 놀라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부인은 목이 잘려 죽어 있었다! 머리는 창문 앞에 나뒹굴고 있었다. '두꺼운 돌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방' 안에는 범인은커녕 흉기도 보이지 않았다. 구석구석 살폈지만 범인은 어디에도 숨어 있지 않았고 난로에는 장작이 타고 있었다. '굴뚝으로 통하는 연도 입구에는 철창이 끼워져 있었다.' 창문은 열려 있었지만 '철창이 끼워져 있어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순식간에 사람의 머리를 자르고 밀실에서 사라지다니 좀 쇼킹하네요. 이것도 결말이 궁금했지만 역시 작가가 스포를 안 해줘서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책에는 이외에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밀실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고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지 안내받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네요...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도 이만 비물질의 세계로 침투하겠습니다. By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