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주곡 - 김수영 시선집 창비시선 68
백낙청 엮음 / 창비 / 198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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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읽다가, 삶이란 게 예감한 대로 너무도 쓸쓸하고 앙상하여 나 역시 남은 인생은 그 특수성에 편입될 수밖에 없겠단 생각에 서글퍼졌습니다. 단편 <봄밤>엔 일찍 겪은 배신과 상실로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린 영경이 컵라면 하나에 급하게 소주와 맥주를 들이키고 김수영의 <봄밤>을 읊조립니다. 외우지 못하기에 읊조릴 수도 없는 저는 시집을 꺼내서 조용히 읽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여름 오후에 읽는 봄밤. 새삼 시인의 모던함에 놀라는 봄밤.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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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7-22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밤에는 덥지 않아 좋았는데, 여름밤은 열대야가 있어서 별로네요.
조그만 메모수첩님, 더운 하루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