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를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요라는 하녀가 딱했다. 이 하녀는 원래 지체 있는 가문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막부‘가 와해될 때 영락하여 결국 남의집살이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멈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 할멈이 나를 끔찍이 귀여워해주었다. 신기한 일이다. 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나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버지도 일 년 내내 나를 처치 곤란해했다. 동네에서는 난폭자 악동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이런 나를 무턱대고 귀히 여겨주었다. 나는 도저히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기에 남들이 천덕꾸러기로 취급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기요처럼 애지중지해주는 걸 의아하게 생각했다. 기요는 가끔 부엌에서 아무도 없을 때 "도련님은 올곧고 고운 성품을 지녔어요" 하며 나를 칭찬해주곤 했다. - P19
나는 이런 썩어빠진 생각을 가진 놈들과 상대를 하자니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중략) 중학교에 들어와서 품위있는 행동과 품위 없는 행동도 분간할 수 없다는 건 정말 딱한 노릇이다." - P57
자신이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죄가 없어지지 않는 법이다.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는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제대로 된 녀석들이라면 잠자리에서 후회하고 내일 아침에라도 용서를 빌러 오는 것이 도리다. - P58
돈이 있어 기요를 데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놀러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알랑쇠 같은 인간과 함께오면 재미없다. 기요는 쭈글쭈글한 할멈이지만 어디를 데려가든 부끄럽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알랑쇠 같은 인간은 마차를 타든 배를 타든 료운카쿠(雲閣)에 오르든 도무지 가까이하고 싶지가 않다. - P71
알랑쇠가 정말 싫다. 그런 놈은 단무지 누름돌에 매달아 바다 밑에가라앉혀버리는 것이 일본을 위하는 길이다. - P78
백가흠(소설가)해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 작품에서 소세키는 절대적인 선과 미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도련님이라는 아주 뚜렷하고 일관적인 캐릭터다. 이는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어떤 지점을 포획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 P177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순응과 관대함 위에 ‘정직함‘이라는 무게를 더한다. 현실에서 도련님은 세 개의 자아로 존재한다. 과거의 부유한 시간을 사는 도련님과 지식과 지혜로 사는 이상의 도련님 그리고 현실의마음이 가난한 도련님. 이 세 개의 도련님이 하나의 ‘나‘를 만든다. - P179
인간들에게 부여한 윤리와 예의에 순응하는 것에 대해 다르게 얘기하는 것이다. 도련님은 외롭다. 정직하기 때문에, 솔직하기 때문에, 관대하기 때문에, 순응하기 때문에 외롭다. - P183
백 년이 넘게 지났어도 그 방식이 촌스럽지 않다는것, 세상은 변하고 변했지만, 그 안의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았다는것이다. 도련님의 천성도 바뀌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옮긴이의 말: 동화는 아닌데 동화처럼 읽힌다.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인데 마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서인가. 모략을 꾸미는 교감 선생님이나 골동품을 강매하는 하숙집아저씨 같은 이상한 어른들도 우스꽝스러울 뿐 그다지 밉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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