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계속되었으므로, 저녁 일곱시 이후에는 통행이금지되었다. 통금 전이라 해도 수시로 군인들의 검문검색이 이뤄져, 신분증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연행되었다. - P97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 P77
리어카에 실려 행렬을 앞서 가던, 역전에서 총을 맞았다던 두 아저씨의 몸은 어떻게 됐을까.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그 피를 그냥 덮으란말입니까. 먼저 가신 혼들이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 P22
저녁이면 계엄군과 대치한 외곽 지역에서 총을 맞은 사람들이 실려왔다. 군의 총격에 즉사하거나 응급실로 운반되던 중 숨이 끊어진 이들이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의 형상이 너무생생해,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반투명한 창자들을 뱃속에 집어 넣다 말고 은숙 누나는 강당 밖으로 뛰어나가 토하곤 했다. - 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