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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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방 놀이 중에서 . . .
사람들은 하루 종일 야산을 헤매고 다녔다. 경칩이 겨우 엊그제지난 초봄이라 산나물은커녕 들나물도 안 나올 때였다. 그들은 칡뿌리, 잔대뿌리를 캐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다. 십년생 아래쪽어린 소나무들은 껍질이 허옇게 벗겨져 죽어갔다. 윤관영은 송충이떼처럼 야산을 허옇게 뒤덮고 파먹고 갉아 먹으며 이산 저산 옮아다니는 사람들을 멀찍이 바라보면서 "이러다간 누가 죽어도 몰매 맞아 죽지, 아마" 하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 P23

순이 삼촌 중에서. . .
"쯧쯧쯧, 운동장에 벗겨져 널려진 임자 없는 고무신을 다 모아놓으민 아매도 가매니로 하나는 실히 되었을 거여. 죽은 사람 몇백명이나 되까?" 하고 작은당숙이 말하자 길수 형은 낯을 모질게 찌푸리며 말을 씹어뱉었다.
"면에서는 이 집에 고구마 몇가마 내고 저 집에 유채 몇가마 소출냈는지는 알아가도 그날 죽은 사람 수효는 이날 이때 한번도 통계 잡아보지 않으니, 내에 참. 내 생각엔 오백명은 넘은 것 같은디,
한 육백명 안되까 마씸? 한번에 오륙십명씩 열한번에 몰아가시니까."

<무차별 사격> - P72

당시의 군 지휘간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떨어져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나왔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고발할 용기는커녕 합동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코 고발이나 보복이 아니었다. 다만 합동위령제를 한번 떳떳하게 올리고 위령비를 세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가해자가 쉬쉬해서 삼십년 동안 각자의 어두운 가슴속에서만 갇힌 채한번도 떳떳하게 햇빛을 못 본 원혼들이 해코지할까봐 두려웠다. - P86

ㅡ혜룡 이야기
그 악몽의 현장, 그 가위눌림의 세월, 그게 그의 고향이었다. 그러니 고향은 한마디로 잊고 싶고 버리고 싶은 것의 전부였고, 행복이나 출세와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중호는 고향의 모든 것을 미워했다. 측간에서 똥 먹고 사는 도새기 (돼지)가 싫고, 한겨울에도 반나체로 잠수질해야 하는 여편네들이 싫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하는 속담이 싫고, 육지 사람이 통 알아들을 수 없는 고향 사투리가 싫고, 석다(石多)도 풍다(風多)도 싫고, 삼십년 전 그 난리로 홀어멍이 많은 여다(多)도 싫고, 숱한 부락들이 불타 잿더미가 되고 곳곳에 까마귀 파먹은 떼송장이 늘비하게 널려 있던 고향 특유의 난리가 싫고, 그불행이 그의 가슴속에 못 파놓은 깊은 우울증이 싫었다. - P159

피해자일 뿐인 어머니에 대한 이 가당찮은 반감은, 실은 마땅히가해자한테로 향해야 할 분노가 차단된 데서 생긴 엉뚱한 부작용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응당 가해자의 멱살을 붙잡고 떳떳이분노를 터뜨려야 하는데, 도무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빨갱이로 몰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피해자인 섬사람들은 삼만이 죽은 그 엄청난 비극을 이렇게 천재지변으로 치부해버린다.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것, 자신이 박복해서, 아무래도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당했거니 하고 체념해버린다. - P162

해설

1948년 제주도에서 벌어진 4.3사건은 공식 역사에서 오랫동안
‘공산폭동‘으로 왜곡되었다. 엄청난 희생자를 양산하고 긴 세월을이어오던 섬 공동체를 일거에 파괴시킨 4.3사건의 진실은 반공이데올로기로 철저하게 은폐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사건 이후제주도는 ‘붉은 섬‘으로 낙인찍혀 레드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4.3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의 떼죽음과 행방불명, 되새기고 싶지 않은 온갖 고통과 오욕의 체험, 사건 종결 후에도 따라다닌 정치적 핍박과 소외, 그로부터 입게 된 크나큰 심리적상처" (김영범 「기억 투쟁으로서의 4.3문화운동 서설」)였다.
따라서 순이삼촌」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4.3사건은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었다. 4.3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의 어떠한 신세한탄도 공개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그나마 사람들은 제사나 굿마당에서 4.3사건을 이야기하고 울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렇게구전되던 4.3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전환시킨 최초의 소설이 바로「순이 삼촌」이다. 문학에서만이 아니라 공식화된 문헌으로서도 최초였다. - P337

군사독재의 공포정치 속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자기검열에 찌들면서, 어떻게든 ‘아니다‘라고 말해보려고 부심하는 모습들…
지금의 나는 늙었지만, 그 젊음의 잔해가 아니라 그 젊음이 낳은
자식이고 싶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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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핵심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넋 나갈 만큼 좋아하는 것조차 없었다. 대신 어떻게 해야아버지가 좋아할지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간장 종지에 맞는 자리를찾아 돈을 버는 것이었다. 간장종지만 한 무역 회사에 다니다 퇴직해서물류창고 야간 경비원이 된 아버지를 보면 그럴 마음이 안 났다. 젊어선황소처럼, 은퇴 후엔 늙은 소처럼 일하는 인생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웠다. - P37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 정유정이 지닌 가장 따스한 모성의 얼굴을만난다. 가만히 다짐해본다. 아무리 삶이 각박해지더라도 우리가 절대잊어서는 안 될 공생과 공존의 가치를 붙들어야 한다고. 우리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생의 온기를 지켜내고, 우리가 반드시 닦아주어야 할고통받는 타자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함을. 그들도 우리처럼 아프고, 눈물 흘리고, 슬퍼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될 수 있음을.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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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녀를 개인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자녀의 속성이 자기 안에 갇혀야 한다고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의 결과물이며, 자신이 사랑에빠진 거룩한 대가로서 주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녀 또한 타인과 마찬가지로 나와 구별되는 하나의 개인임을 인정하는 부모는 매우 드물다. 자녀를 개인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자녀를 향한 애정이 없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부모도 많다. 자녀를 나와 동등한 개인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자녀도 그에 대한 상호반응으로 부모를 개인으로 인정하지못하게 된다. - P53

인간의 자질 중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꼽아보라면 성실을 택하겠다. 성실함의 미덕은 내게 부족한 다른 자질들을보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성실이 부족한사람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도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다. 성실은 어떤 능력으로도 보완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 P104

● 잘못된 독서는 아나쁜 친구와 어울리는 것보다 나쁘다 - P114

나의 불행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는가, 하지않는가에 따라 적과 동지를 구별하면 된다.

(중략)

최고의 친구는 한없이 적에 가까운 친구다. 충고가 필요할 때는 조언해주고, 교만해졌을 때 나를위협하는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부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받는 것과 비교할만하다.
인격의 특징 중 하나가 이중성이다. 충고가 필요한 사람일수록 간섭을 싫어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일수록 동정을 증오한다. - P145

풍파없이 배가 항구에 닿을 수는 없다. 그래서 시련은 전진하는자의 벗이다. 절망에서 생의 기쁨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파도가 치지 않는 바다처럼 지루한 것이 또 있을까.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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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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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답니다.
이 책 덕분에 더더 이해도가 높았으며
사피엔스 좋았다면 이책도 좋아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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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무엇과 친해져야 하는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소원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그것을 위해 살고 싶다는 바람이 인간에게는 더 크고 위대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91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그 전에궁극적인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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