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핵심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넋 나갈 만큼 좋아하는 것조차 없었다. 대신 어떻게 해야아버지가 좋아할지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간장 종지에 맞는 자리를찾아 돈을 버는 것이었다. 간장종지만 한 무역 회사에 다니다 퇴직해서물류창고 야간 경비원이 된 아버지를 보면 그럴 마음이 안 났다. 젊어선황소처럼, 은퇴 후엔 늙은 소처럼 일하는 인생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웠다. - P37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 정유정이 지닌 가장 따스한 모성의 얼굴을만난다. 가만히 다짐해본다. 아무리 삶이 각박해지더라도 우리가 절대잊어서는 안 될 공생과 공존의 가치를 붙들어야 한다고. 우리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생의 온기를 지켜내고, 우리가 반드시 닦아주어야 할고통받는 타자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함을. 그들도 우리처럼 아프고, 눈물 흘리고, 슬퍼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될 수 있음을.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 P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