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볼펜이었습니다, 모나미 검정 볼펜. 그걸 손가락 사이에교차시켜 끼우게 했습니다.
그야 왼손이죠. 오른손으론 조서를 써야 하니까.
예, 그렇게 비틀었습니다. 이 방향으로도 이렇게.
처음엔 견딜 만했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같은 곳에 그렇게 하니까 상처가 깊어졌어요. 피와 진물이 섞여 흘렀습니다. 나중엔 이자리에 하얀 뼈가 들여다보였습니다. 뼈가 드러나니까 알코올에 적신약솜을 끼워주더군요.
제가 수감된 방에는 남자들만 약 아흔명이 있었는데, 절반 이상이 같은 자리에 약솜을 끼우고 있었습니다. 대화는 금지돼 있었어요. -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