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조금 유난이었던 그래서언제나 나를 지켜주었던 다정에 대하여살짝 얼려둔 마음들이 녹는 순간에 대하여
당신의 솔직함, 정말 누구도 바라지 않고 별다른 가치도 없고 하나도 안 중요하니 세상에 유해함을 흩뿌리지 말고 그냥 마음에 넣어두라고. 정말이지 제발 가식과 위선이라도 떨어줬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같은 타인의 커다란 비극을 공감하지 못하겠으면 눈치껏 슬퍼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고, 내 기분에 거슬리더라도 시대의 윤리적 흐름을 받아들이며 제발 깨어 있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고, 도덕적우월성? 그걸 누가 획득하는 것이 그렇게나 분하면 본인도 획득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 P62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일이 고되든 수월하든, 잠깐이든 오래든 상관없다. 남자네 집안 행사에 불려가 그 집안 조상을 모시고 그집안 친척들끼리 모여 친목과 우애를 다지는 현장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앞 세대 동 세대 여성들이 수발 상궁처럼 노동하는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부장제 안에서 ‘남자보다 낮은 지위에 놓인 여자‘를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초현실적으로 피곤하고 모멸적으로 괴롭다. 그러니 여성이 남자네 제사에 참석해주는 건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저런 말 듣지 마. 부엌일 거들고 상 차리고 걸레질한다고 예쁘고 착한 거 절대 아니야. 어디 가서 쉽게 부엌일 거들지 마. - P81
여자들의 명절 인사가 좀더 단순해지고 명절이 마냥 즐거울 수 있기를, 보름달에 간절히 비는 것 말고도 우리가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이 있을것이다. - P87
그러니까, 인생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 중 내 마음을가장 강력하게 붙드는 건 결국 다정한 패턴, 다정이 나를 구원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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