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 이 소설은 한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집안 출신 소년 사이의 강렬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우정을 이야기한다. 여러 대에 걸친랍비들의 후손이자 존경받는 의사의 아들인 한스 슈바르츠는 새로 전학 온 유서 깊은 명문가 자제인 콘라딘폰 호엔펠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온갖 기쁨과 두려움이 곁들여진 우정을 점점 더 깊이 다져가고, 작가프레드 울만은 관찰력 예민한 화가의 눈으로 그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묘사한다. - P154
독일을 위해 죽는 것이 달콤하고 옳은 일이라고 당연하게 여겼듯, 나는 친구를 위해 죽는 것도 달콤하고 옳은 일이라는 데에 동의했을 터였다. 열여섯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있는 소년들은 때때로 천진무구함을 심신의 빛나는 순결함, 완전하고 이타적인 헌신을 향한 열정적인 충동과 결부시킨다. 그 단계는 짧은기간 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강렬함과독특함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귀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 P39
"다음 몇 달 동안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봄이 와서 온 천지가 벚꽃과 사과꽃, 배꽃과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어우러진 꽃들의 모임이 되었고 미루나무들은 그 나름의 은빛을 버드나무들은 그 나름의 담황색을 뽐냈다. 슈바벤의 완만하고 평온하고 푸르른 언덕들은 포도밭과 과수원들로 덮이고 성채들로 왕관이 씌워졌다. 그리고 높다란 박공식 공회당이 있는 작은 중세 마을이며 그런 마을의 분수대들, 기둥 위에서 물을 내뿜는 괴물들에 둘러싸인 그 분수들은 뻣뻣하고 우스꽝스럽게 중무장을 하고 수염을 기른 슈바벤의 공작들이나 경애하는 에버하르트, 폭군 울리히 같은 이름을 지닌 백작들의 조각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P56
정치는 어른인 사람들의 관심사였고 우리에게는 우리 나름대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삶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배우는 것이었고 이것은 삶에 어떤목적이 있는지, 과연 있기나 한지. . . - P62
우리는 문제점들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스스로 풀어 보려고 했다. 부모와 상의해 본다는 생각은 아예 떠오르지도 않았다. 우리가 믿기로 그들은 다른 세계에 속해 있었고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우리는 여간해서 부모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P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