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현해탄의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 P9

김약국은ㅡ십 년 전부터 약국을 그만두고 어장을 경영하고 있었으나이 고장 사람들은 여전히 성수 영감을 김약국이라 불렀다-송씨가 죽고 난 뒤 도깨비 집을 중수하여 그곳으로 옮겨 갔다. 그에게는 딸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아들을 잃은 후 한실댁은 연달아 딸만 낳은 것이다.
큰딸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은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간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입밖에 말을 내지는 않았으나 어떤 때는 심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까지 있었다. - P85

한실댁은 그 많은 딸들을 하늘만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딸을 기를 때 큰딸 용숙은 샘이 많고 만사가 칠칠하여 대갓집 맏며느리가 될 거라고 했다. 둘째 딸 용빈은 영민하고 훤칠하여 뉘집 아들자식과 바꿀까 보냐 싶었다. 셋째 딸 용란은 옷고름 한 짝 달아 입지 못하는 말괄량이지만 달나라 항아같이 어여쁘니 으레 남들이 다 시중 들것이요, 남편 사랑을 독차지하리라 생각하였다. 넷째 딸 용옥은 딸 중에서 제일 인물이 떨어지지만 손끝이 야물고, 말이 적고 심정이 고와서없는 살림이라도 알뜰히 꾸며나갈 것이니 걱정 없다고 했다. 막내둥이용혜는 어리광꾼이요, 엄마 옆이 아니면 잠을 못 잔다. 그러나 연한 배같이 상냥하고 귀염성스러워 어느 집 막내며느리가 되어 호강을 할 거라는 것이다.
용숙이 과부가 됨으로써 한실댁의 첫꿈은 부서졌다.
"맏딸이 잘 살아야 밑의 딸들이 잘 산다카는데."
아들 형제밖에 없는 중구 영감의 부인 윤씨가 걱정을 했다. 
한실댁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말이었다.  - P86

"누가 지한테만 붙어 있겠십니꺼, 에이, 차라리 저런 거나 없었음.....
"야가 무슨 소리를 하노? 남이 들을라. 동훈이가 없었음 니 신세가훤하겠다." 한실댁은 질색을 한다.
"자식 없는 중이 살까요."
"그런 말 안 하니라, 부모 말이 문서라고, 그라다가 정말 없어보래,
적막강산이지."
아이는 얼굴을 찌푸린 채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 P146

"절망밖에 남은 게 없어요."
"기다려라. 기다려봐라. 겨울이 지나면 더욱 화창한 봄이 온다는 것을 생각해요. 더 많은 가지를 뻗은 나무가 행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생각해봐요.  - P231

그가 그리고 있는 세계가 개인의 불행으로부터 출발하여 한 가족의 불행으로 확대되고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의 불행에 이른다는 것이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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