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망했다고 다 난리예요. 솔직히 학생이 죽어 나간 학교에 누가 다니고 싶겠어요. 어떤 애들은 그날 그거 보고 나서 수업도 못 듣고 좀 그랬어요. 전 아무것도 못 봤는데 소문만 듣고도 악몽 꾸고 그랬으니까………. - P9
형체 없는 연기처럼 소문은 점점 더회색 빛깔을 띠며 퍼져 갔다.
‘학교에서 죽어 간 열일곱 소녀‘
한 기자의 보도로 알려진 이 사건은 온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주연이 같은 학교 친구로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더 흥분했고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P12
친구 사귈 때다 따져요. 얼굴, 성적, 집안. 점수매겨 놓고 순위 나누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들 속으로는예쁘고 잘살고 공부 잘하는 애랑 친해지고 싶어 하죠. - P19
엄마는 새로 산 값비싼 옷을 입히는 날에는 늘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거기서 주연의 어깨를 꼭 그러잡고, 다른 엄마들과 인사를 다 나눌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그곳에 서서 주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을 흘겨보는 다른 엄마들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주연은 수치스러웠고 엄마는 우월감을 느꼈으리라. - P23
"서은이에 관한 소문이요. 전부 다 제가 지어낸 거지, 사실이 아니라고요."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믿으면 그게 사실이 되는 거야. 팩트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 P65
진실이요? 백번 천번도 넘게 말했습니다. 전 아니라고요.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그때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세상은 진실을 듣는 게 아니구나. 세상은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구나. - P142
그때는 됐는데, 왜 지금은 안 되는 줄 아십니까? 그땐 우리가 너무 몰랐거든요. 다 몰랐어요. 다들 체벌을 엄하게 하니까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던 시절이었다, 이 말입니다. - P164
천사이자 피해자고, 부유한 주연이는 악마이자 가해자인 것처럼 포장해서 방송이 나왔단 말이지요. 솔직히 지난번 방송 보면서 너무 놀랐습니다. 가난은 선이고 부는 악입니까? 죽은 사람은 선이고 살아 있는 사람은 악입니까? 그렇다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다 악입니다. 우리는이렇게 살아 있지 않습니까.
그저 키가 작고 어수룩하다는 이유로,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야 했던걸까? 아니다. 장 변호사가 괴롭힘을 당한 데는 아무 이유도 없었다. 그저 괴물 같은 놈들의 심심풀이 먹잇감으로찍혔을 뿐이었다. - P173
사람들은 자기가 다 안다고 믿어요. 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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