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숙명의 소설, 실패와 환멸의 소설로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쥘 드 고티에 Jules de Gautier가 명명한 《보바리즘》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는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환상이 자아내는 병이다. 이 환상은 끝없는 불만을 유발한다. 이런 성격을 가진 인물은 이상의 안경을 쓰고 현실을 바라봄으로써 현실을 변형시킨다. 돈키호테가 그러했듯이 엠마는 소녀 시절의 수도원에서 너무나 많은 소설들을 읽었다. 물론 천박한 낭만적 소설들이다. 이 여자는 상상력 과잉의 병에 걸린 것이다. 나는 그저께 오후 줄곧 색유리를 통해서 들판을 바라보면서 지냈다. 내 ‘보바리 의 한페이지를 위해서 그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편지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 속에서는 이 대목이 결국 삭제되었지만 매우 의미 심장한 상징이다. 엠마의 시선과 현실 사이에 가로놓인 색유리는 현실의 모습을 여러 가지 면에서 변형시킨다. 우선 시간적인 차원에서 엠마는 현재보다 미래나 과거에 더 집착한다. 미래는 모든 욕망과 환상의 시간이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P531
어머니는 낙방을 부당한 시험관들 탓으로 돌리면서 그를 용서했다. 그리고 모든 뒷일은 알아서 처리하겠다면서 아들을 어느 정도 격려해 주었다. 보바리 씨는 5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진상을 알게 되었고 이미 옛날 일이 되었기에 받아들였다. 사실 자기 몸에서 난녀석이 바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P23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그 사랑에서 응당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엠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었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도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 P55
노부인은 아들의 마음이 아직 자기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에게는 엠마에 대한 샤를르의 사랑이 자신의 애정을 저버리는행동이요 자신의 당연한 몫을 빼앗아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치 몰락한 사람이 옛날에 살던 집의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듯이, 아들의 행복을 슬픈 침묵으로 지켜보았다. - P68
그녀의 상념은 처음에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마치 그레이하운드 강아지가 들판에서 원을 그리며 뱅뱅 돌기도 하고, 노랑나비를 쫓아가며 짖어대기도 하고, 들쥐를 사냥하기도 하고혹은 보리밭 가의 개양귀비를 물어뜯기도 하듯이, 무작정 떠돌기만 했다. 이윽고 생각이 조금씩 한 곳에 머물게 되자 그녀는잔디 위에 앉아 양산 끝으로 잔디를 콕콕 찌르면서 마음속으로되풀이했다.
맙소사, 내가 어쩌자고 결혼을 했던가? - P70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녀는 어느 일요일 여섯시쯤, 아침해가 솟을 무렵에 해산을했다. 「딸이야!」하고 샤를르가 말했다. - P132
이 사람, 이 작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이 사내 때문인 것이다! 그는 온통 태평스럽게 여기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자기의 우스꽝스런 이름이 이제부터는 그녀까지 더럽히게 된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를 사랑하려고 그녀는 갖가지 노력을 다 했었다. 그리고 다른 남자에게 몸을 맡겼던 일을 울면서 뉘우쳤었다. - P267
『마담 보바리』가 책으로 나온 1857년은 프랑스 문학 사상 매우 의미있는 시점이다.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막을 여는 혁명을 기억하듯이 이 해를 마담 보바리의 해〉라고 말한다. - P505
이 소설 속에도 몇 가지의 사건들이 없지 않다. 결혼, 이사, 첫번째 정부, 그리고 두번째 정부, 끝으로 자살. 이것이 엠마라는 여자의 일생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엠마라는 한 개인의 전기(傳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사건들의 과정은 인간의보편적인 전기의 차원으로 승격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사건적인 차원으로 부터 보다 내밀한 의식의 차원으로 초점을 옮겨놓고 소설을 읽어보면 엠마의 권태, 사랑, 절망, 죽음이라는보편적 삶의 비전이 눈에 들어온다. 사건과 일화들은 기껏해야 내면의 심리적 도식을 떠받들어주는 구체적인 버팀대 구실을 하도록 소설이 구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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