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만타 슈웨블린의 책 중 가장 마지막에 읽게 된 장편 소설 <리틀 아이즈>. SF소설이라는 점에서 앞서 읽은 두 작품의 장르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여러 동물의 모습을 한 반려 로봇 ‘켄투키’가 등장하게 되고 이 켄투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켄투키와 관련된 설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1. 켄투키 로봇을 소유하는 소유자와 시리얼 넘버를 통해 켄투키와 연결되어 켄투키를 조종하는 사용자로 분류된다.
2. 소유자와 사용자는 서로 원하는 상대를 선택할 수 없고 연결은 순전히 랜덤이다.
3. 켄투키를 부수거나(혹은 부서지거나)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연결을 끊거나 배터리가 다 될 경우 소유자와 사용자 간의 연결은 끊어진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쁜 목적으로 사용될 모습만 그려졌는데, 작품 속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켄투키를 사업 상품으로 생각하거나 켄투키 해방 운동을 펼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켄투키를 통해 꿈꿔왔던 일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을 엿보기도 하고, 가족 혹은 친구와는 다른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도 있었으며, 끔찍한 현실의 도피처를 제공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게, 눈 앞에 놓인 켄투키 로봇이 직접적인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지 않기에 켄투키 너머에 있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구는 모습은 마지막에 알려주는 진실을 통해 더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메인 격으로 등장하는 에밀리아, 알리나, 마르빈, 엔초, 그리고르의 이야기도 충분히 재밌었지만 스쳐지나갔던 짧은 이야기 중 하나가 클라우디오의 이야기였다. 삼촌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했던 삼촌의 집에서 자신이 삼촌에게 선물했던 켄투키와의 짧은 만남이 기억에 남았다. 켄투키가 삼촌과의 84일 7시간 2분 13초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삼촌이 임종을 맞이하고 난 후 켄투키의 선택은 어떤 의미였을지.
어쨌든 인간의 다양한 욕구가 맞물려 만들어진 켄투키로 연결되는 인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기묘한 연결 방식이 인간에게 있어 행운으로 다가올지 불행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