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 출간된 사만타 슈웨블린의 작품 중 가장 초기작에 해당되는 <입속의 새>를 읽어보았다. 처음으로 읽은 중편 <피버 드림>과 달리 2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인데 <피버 드림>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소설집이었다.
갑자기 새를 먹기 시작하는 딸(입속의 새)이나 목적을 알 수 없이 집요하게 구덩이를 파는 사람(구덩이를 파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고, 잔돈이 없어 기차 티켓을 구매하지 못하여 기차역 역무원과의 기묘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행복한 문명을 향해서)도 나온다. 심지어는 살해당해 트렁크 가방에 넣어진 여성의 시신이 예술작품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하나같이 독자에게 그 어떤 자세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갑작스럽고 기이한 사건 속에 내던져버리고 이야기 또한 갑작스럽게 끝나버린다. (내던진다는 표현이 딱이다. 그냥 갑자기 낯선 곳에 뚝 떨어진 느낌.) 솔직히 읽으면서 당혹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왜인지 기이한 사건들과 그로 인해 남게 되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건조한 문체들이 이야기를 계속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 뒤표지에 ‘새롭고, 용감하고, 미친 스무 편의 이야기’라는 카피가 정말 공감되었던 작품.
+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작품은 <보존>. <행복한 문명을 향해서>, <사물의 크기>, <베나비데스의 무거운 여행가방>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하는 <보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