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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4 - 듄의 신황제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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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만 보고싶다면 2권까지 그 다음은 취향껏. 홀수권의 결말이 애매한 감이 있어 읽었다하면 짝수권을 어쩔 수 없이 읽게 됨. 1,2권의 주축이 되는 폴과 3,4권의 레토 2세 캐릭터 비교하는 것도 재밌음. 암튼 영화 버전 환장하는 사람이라 즐겁게 읽었지만 더는 읽고싶지 않아.. 너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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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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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고, 너무 좋아하는 책이 되었지만 제가 구매한 시점도 이미 절판이었던 상태라 정말 아쉬웠는데 복간판이 나오다니. 구판 가지고 있지만 이번 복각판도 기쁘게 구매했습니다. 강렬한 첫 문장에 이끌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테니 다들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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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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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과 천으로 된 2킬로그램짜리 인형을 보고 감상에 빠지다니 말이야.

사만타 슈웨블린 <리틀 아이즈> 중 129p

사만타 슈웨블린의 책 중 가장 마지막에 읽게 된 장편 소설 <리틀 아이즈>. SF소설이라는 점에서 앞서 읽은 두 작품의 장르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여러 동물의 모습을 한 반려 로봇 ‘켄투키’가 등장하게 되고 이 켄투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켄투키와 관련된 설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1. 켄투키 로봇을 소유하는 소유자와 시리얼 넘버를 통해 켄투키와 연결되어 켄투키를 조종하는 사용자로 분류된다.


2. 소유자와 사용자는 서로 원하는 상대를 선택할 수 없고 연결은 순전히 랜덤이다.


3. 켄투키를 부수거나(혹은 부서지거나)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연결을 끊거나 배터리가 다 될 경우 소유자와 사용자 간의 연결은 끊어진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쁜 목적으로 사용될 모습만 그려졌는데, 작품 속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켄투키를 사업 상품으로 생각하거나 켄투키 해방 운동을 펼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켄투키를 통해 꿈꿔왔던 일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을 엿보기도 하고, 가족 혹은 친구와는 다른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도 있었으며, 끔찍한 현실의 도피처를 제공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게, 눈 앞에 놓인 켄투키 로봇이 직접적인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지 않기에 켄투키 너머에 있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구는 모습은 마지막에 알려주는 진실을 통해 더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메인 격으로 등장하는 에밀리아, 알리나, 마르빈, 엔초, 그리고르의 이야기도 충분히 재밌었지만 스쳐지나갔던 짧은 이야기 중 하나가 클라우디오의 이야기였다. 삼촌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했던 삼촌의 집에서 자신이 삼촌에게 선물했던 켄투키와의 짧은 만남이 기억에 남았다. 켄투키가 삼촌과의 84일 7시간 2분 13초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삼촌이 임종을 맞이하고 난 후 켄투키의 선택은 어떤 의미였을지.

어쨌든 인간의 다양한 욕구가 맞물려 만들어진 켄투키로 연결되는 인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기묘한 연결 방식이 인간에게 있어 행운으로 다가올지 불행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사람들이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켄투키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로 구분되는 상황에서 아들과 반대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불안해졌다.

사만타 슈웨블린 <리틀 아이즈> 중 192p

회선을 새로 연결하면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낡은 켄투키가 보일 때도 있었다. 일을 시작하고 몇주 동안은 그런 켄투키를 보지 못했지만, 접속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처럼 낡고 버려진 켄투키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고장 나거나 부서진 것들, 아니면 색이 바래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든 것들. 그런 켄투키들 대부분은 눈을 감고 있었다. 가장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건 멀쩡한 겉모습으로 버려진 것들을 볼 때였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어서 연결을 끊어버린 걸까? 한번은 교토 남쪽에 연결된 지 일주일 만에 충격적인 장면을 보기도 했다. 안방 침대 아래에 기웃거리다 산산조각 난, 아니 문자 그대로 갈가리 찢긴 켄투키를 발견한 것이다. 마치 강아지가 플라스틱 몸체와 벨벳과 덮개까지 며칠에 걸쳐 물어뜯은 것 같았다.

사만타 슈웨블린 <리틀 아이즈> 중 214p

그는 전혀 모르는 이들이 밥 먹고 코 고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작은 병아리 한 마리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사이 다른 병아리들이 신경질적으로 녀석의 털을 뽑는 모습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이제 누구라도 한 지옥에서 다른 지옥으로 옮겨놓고 싶지 않았다.

사만타 슈웨블린 <리틀 아이즈> 중 314 ~ 315p

그녀는 원들 위에서, 그리고 수백개의 동사와 명령어, 또 욕망 위에서 깊게 숨을 쉬었다. 그녀를 알아본 수많은 사람과 켄투키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몸이 너무 굳어버린 나머지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이러다 산산조각 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를 덮쳤다.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한치도 벗어날 수 없는 이 세상 위에 자기가 정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인지, 그녀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사만타 슈웨블린 <리틀 아이즈> 중 347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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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의 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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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든 느낌은 공포다. 목적지에 도착해보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사만타 슈웨블린 <입속의 새> 중 '행복한 문명을 향해서' 128p

현재 한국에 출간된 사만타 슈웨블린의 작품 중 가장 초기작에 해당되는 <입속의 새>를 읽어보았다. 처음으로 읽은 중편 <피버 드림>과 달리 2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인데 <피버 드림>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소설집이었다.

갑자기 새를 먹기 시작하는 딸(입속의 새)이나 목적을 알 수 없이 집요하게 구덩이를 파는 사람(구덩이를 파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고, 잔돈이 없어 기차 티켓을 구매하지 못하여 기차역 역무원과의 기묘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행복한 문명을 향해서)도 나온다. 심지어는 살해당해 트렁크 가방에 넣어진 여성의 시신이 예술작품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하나같이 독자에게 그 어떤 자세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갑작스럽고 기이한 사건 속에 내던져버리고 이야기 또한 갑작스럽게 끝나버린다. (내던진다는 표현이 딱이다. 그냥 갑자기 낯선 곳에 뚝 떨어진 느낌.) 솔직히 읽으면서 당혹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왜인지 기이한 사건들과 그로 인해 남게 되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건조한 문체들이 이야기를 계속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 뒤표지에 ‘새롭고, 용감하고, 미친 스무 편의 이야기’라는 카피가 정말 공감되었던 작품.


+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작품은 <보존>. <행복한 문명을 향해서>, <사물의 크기>, <베나비데스의 무거운 여행가방>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하는 <보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은 테레시타 위에 손을 올린 채 멍하니 천장을 쳐다본다.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령 어느 나라에서 렌터카를빌려 다른 나라에서 반납하고, 한달 전에 죽은 생선을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하고, 집을 나서지 않고도 각종 공과금을 내는 놀라운 일들이 가능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건의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것처럼 사소한 문제조차 해결할 수 없는 걸까? 나는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사만타 슈웨블린 <입속의 새> 중 '보존' 26 ~ 27p

자줏빛 육체. 그들 몇미터 앞에 주검이 놓여 있다. 인간의 살과 인간의 피부가, 거대한 허벅지가, 그 모든 것이 가죽에 짓눌린 채 여행가방 속에 있다. 그리고 그 부패의 냄새.

사만타 슈웨블린 <입속의 새> 중 '베나비데스의 무거운 여행가방' 287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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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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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시작되는 거예요.

사만타 슈웨블린 <피버드림> 87p 중

비가 많이 내렸던 작년 여름 어느 날, 도서관을 들러 사만타 슈웨블린의 <피버 드림>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던 책인데,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빠져들어서 읽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던 책이었는데 이번 창비 환상문학 서평단을 통해 재독도 하게 되고 더불어 사만타 슈웨블린 작가의 다른 저작들도 읽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아리송함과 의문점들이 엄청 많이 생겼는데, 이미 일독을 한 상태에서 읽으니 더 보이는 것도 많았고 오히려 작품 내의 빈 공간들이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며 읽을 수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딸 니나와 시골 마을로 휴가를 보내러 왔다가 병실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만다와 그 마을 소년 다비드의 대화체로만 구성된 아주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지점과 아만다의 딸 니나는 어디에 있는가가 이 내용의 중심이지만 작품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큰 그림은 다른 쪽이다. 책의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자세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이 작품에서 풀어내는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통해서 우리가 겪는 ‘가장’ 일상적인 공포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상의 공포를 보여주는 그 어떤 작품보다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만큼 가까운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다시 읽어도 마지막 부분은 충격과 동시에 이 짧은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게 될 공포는 이제 시작이라는 걸 보여주기에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 ‘집을 잃는 게 최악’일거라고 말하지만 나중에 더 나쁜 일이 생긴 뒤에는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빌어먹을 짐승의 고삐를 놓을 수만 있다면 집과 심지어 목숨이라도 내주려고 하겠죠.”

사만타 슈웨블린 <피버드림> 24p 중

읍내에서 차를 멈추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아. 콩밭도, 메마른 땅을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도, 가축 한 마리 없이 몇킬로미터나 드넓게 펼쳐진 들판도, 별장과 공장도 쳐다보지 않고 도시에 다다르지. 집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수많은 자동차가, 갈수록 더 많은 차들이 아스팔트 위를 덮고 있다는 것도. 교통이 정체되어 몇시간 동안 오도 가도 못한 채 뜨거운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는 것도. 그이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해. 어딘가에서 불붙은 도화선처럼 마침내 느슨해진 실을. 이제 곧 분출되기 일보 직전인, 움직이지 않는 재앙을.

사만타 슈웨블린 <피버드림> 172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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