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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이런 세계를 상상할 수는 없을까? 거의 모든 사람이 일주일에 사나흘 정도 신체에 무리 없이 창의적으로 일하고, 휴가는 길어서 매년 수백, 심지어 수천 시간을 빈둥거리고 깃들이고 마음껏 놀며, 근사하게 비옥한 여가를 맘껏 즐기는 세계 말이다.
젊을 때 미친 듯이 일한 후 나이들어 퇴직한 후 반세기나 이어질 여가 생활을 시작한다면 이상적으로 균형잡힌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하는 시간과 게으름을 즐기는 시간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균형을 이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유와 휴식을 다룬 책이 드물어서 게으름 예찬이라는 책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반가웠다. 그리고 핵심어인 멍하니 있기, 바라보기, 거닐기와 같은 단어들도 예쁘고 곳곳에 있는 문장들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원하는 그런 삶!
요즘들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고,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삶.
아무것도 하지 않기의 개념상, 그 극단의 형태는 '꼼짝 않고 멍하니 있는 것'이다. 광고판, 텔레비전, 라이도, 사이버공간, 스마트폰이 내보내는 끊임없는 소음과 메시지의 시대에 완전히 손을 놓고 머리를 비운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p46
낮잠에서 깨너아면서 당신은 차를 마신다. 차 마시기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언가 하는 상태로 부드럽게 나아가는 가장 세련된 방식 중 하나이다. 우리가 북고 있는 이곳에서도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차를 마신다. 커피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호지킨슨이 말했듯 커피는 노동자들을 위한 음료다. 차는 그가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을 위한 음료다. 차는 느긋하게 마시는 것이다. 차는 결코 당신을 재촉하지 않는다. -p68
지금이 일기를 쓰기 좋은 순간일까?오늘 한 일에 과해 자신과 나누는 짧은 수다, 시답잖은 모험 그리고 사건에 관해 자신과 한가하게 나누는 한두페이지 분량의 사담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무언가를 하는 이상적인 방식이다. p72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지만, 러시아인에게는 유유자적하게 바라보기를 일컫는 온갖 어휘가 있다. 특별한 목적 업이 눈을 뜨고 앉거나 서서, 뭐든 좋아하는 것에 눈길이 머물도록 내버려두는 행위를 가리키는 어휘 말이다. p85
한가롭게 걷기란 몇몇 가능성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열어둔다는 의미예요. 명확한 목표를 포기하고 그냥 걷다가 어디까지 왔는지 본다는 뜻이죠 p122
한 외국어가 입에 붙는 그 순수한 즐거움을 목적으로 그 언어를 배울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상상할까?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 깊은 오지의 화창한 이 금요일 오후에, 나는 집안에 앉아 그야말로 뜬금없이, 프랑스어로 쓰인 알제리 소설을 읽기로 한다. 정확히 이 시점에서 나는 프랑스인 놀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진짜 프랑스인인 것 같은 기분이다. 그 책을 읽는 동안 이따금 그랑크렘을 홀짝거리고, 어느새 갈래뜨를 두개나 먹었다... 시선을 다시 책으로 돌리면, 잠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진다.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에 고립된 프랑스 남자인지, 결국에는 기적처럼 프랑스 남자임이 밝혀질 거라고 여전히 꿈꾸고 있는 시드니 소년인지.p231

멍때리고 있는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멍때려본게 언제인지 점점 멍때리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커피는 마시지 않지만 잠을 깨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잠이 오면 자고, 잠이 안오면 안자고 억지로 다음날을 위해 잠들려 하지 않는다면 좋겠다.
게임과 스포츠는 이기는게 좋긴한데 이것도 여유로움, 게으름과 관련이 있나?
독서의 순수한 줄거움보다는 숙제하듯 책을 읽는 건 맞는 것 같다. 내가 읽고싶어서 읽는 책이긴 하지만 읽고싶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읽지는 않으니까.
깨어 있을 때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잠을 잔다는 생각은 한 적은 없지만, 주말엔 잠을 많이 자두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목적지 없이 걷는 산책보다는 헬스클럽에서 하는 운동을 선호한다. 나는 운동 자체를 선호하지 않지만 목적지 없이 걷는 산책을 해본 적이 없다. 목적지 없이 그냥 걸으면 어디로 가는거지?
여행을 갈 땐 0부터 10까지 촘촘하게 계획을 세운다. 심지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도 계획에 있다.
재미로 외국어를 배워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외국어를 배워 그곳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게 재미있어보여서 해볼 생각이다.
갑작스러운 휴가가 주어져도 막상 하고싶은 게 별로 없다. 집에서 뒹굴거리고싶은데 이건 하고싶은 것에 속할까?
내 삶은 언제 즐기지? 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원래는 그런 생각조차 없이 일만 했지만 요즘 그런 생각이 부쩍 든다. 퇴직 후에만 놀 수 있다면 너무 슬프지 않나?
이렇게 열가지 중 거의 대부분에 공감이 가고 해당되는 나는 제대로 못 쉬고 있었나보다.

목차도 쉼, 여유에 맞게 간단한 1쪽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여행가서 느낀 바를 말하는 것 같으나, 특히 뒷부분에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한장한장 마음에 새기며 읽게 되었다. 특히 시간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좋아서 외우고 싶다.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낼 수 있지?
여행할 때 나는 또한 시간을 속이고 있다. 집에서는 시간을 지배하지 못한다. 아니 완벽하게 지배하지는 못한다. 집에서는 일정 수준에서 시간의 노예이고, 시간의 명령을 받는다. 끝내 시간이 이긴다는 걸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을 멀리 떠나게 되어, 시간이 순차적인 하나의 가닥으로 측정되는 대신 내 주변 여기저기에 깊고 또 얕게 고여있을 때면, 나는 시간을 속일 수 있다. 여행하느라 멀리 떠나 있을 때 나의 시간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빼앗기지 않으며, 일상의 요구에 따라 여러개의 칸으로 잘게 쪼개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여행의 본질이다. 세네카는 인생의 덧없음에 관한 수필에서 다른 사람들의 손에서 내 시간을 뺏어오는 것, 시간을 되찾아 내 것으로 만들고 내가 선택한 즐거운 것을 하면서 그 시간을 쓰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말한다. ... 내가 자질구레한 집안일과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서 내 시간을 비틀어 뺏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집을 떠나는 것. 바로 여행이다. p264
만약 당신이 추구하는 것이 변화라면 어디로든 서둘러 가지 마시라.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우리집 녹색 현관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갈 때, 나는 서두르지 않으려 명심하고, 여행 도중에는 어느 정도는 활기차되 적당히 평온함을 윶하려고, 또는 적어도 차분하려고 애쓴다. 덧붙이고 싶은 건, 집을 잘 떠나기 위해서는 우선을 당신이 무엇을 떠나고 있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긴 여정의 끝에는 일종의 선물을 들고 집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하는 삶이 만족스러울수록 여가가 더 풍부해지는 것처럼, 집에 대한 당신의 개념이 다층적일수록, 그리고 집이 주는 온갖 제한에도 집이 좋을수록 여행이 주는 회복력은 더욱 커진다. p260
내가 아는 한, 어떤 장소에 찾아갈 가치가 있으려면 세 가지가 꼭 들어맞아야 한다. 첫째, 이상적으로는 그 장소가 적의 전선 배후의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에서 당신은 패기만만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금까지 당신의 평범했던 모든 것을 이제 특별하게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세번째가 여행하기 좋은 시기를 찾는 것인데, 그 기준은 배고픔이다. 당신이 가는 곳은 당신에게 살짝 배고픈 느낌이 들게 해야 하며, 삶에 대한 욕구를 달래주는 게 아니라 날카롭게 가다듬어주어야 한다. p272

목적 없이 걷고, 노트북을 펼칠 시간에 거실 소파에 누워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 일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갑자기 이 책을 읽으니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길,
집 주변에 정해진 길 없는 산책로가 있길
나만의 속도를 찾길
소망하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p265 아래에서 6째줄 오타. 곰 곯리기-> 곰 골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