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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지난번 그녀의 이름이 김지영이었다면
이번 그녀들은 여성이다.
조남주 작가의 이번 작품은 소설집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27개의 이야기를 묶어놓은 단편모음집이다.
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여성의 이야기 그리고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에필로그라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단편처럼 써놓은 부분의 마지막 문단이 이것이다.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 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내가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기만 하지 않는다. 내 삶과 태도와 가치관이 주변의 사람들을, 조직을, 더 넓게는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말을 반영하듯 소설은 국회 청소노동자, 급식실 조리종사자들의 파업, 방송국 파업, 성주 사드배치, KTX해고승무원, 동성애, 촛불집회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씨의 인생을 담담하게 그리듯 현실을 비판했던 것처럼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눠진 4개의 장은 각 장의 이야기에 나온 문장이다.
각 장을 나눈 기준은 정확하개는 알 수 없지만 주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나이대에 따라 분류해볼 수 있다.
1장인 '하지만 계속 두근거릴 줄 아는'의 주인공들은 20. 30대 직장인이다. 이들이 일을 하며, 또는 하지 않으며 겪은 일들을 다룬다.
2장인 '나는 여전히 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의 주인공은 30대 임산부나 아이엄마들이다. 이들이 아이를 키우며,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3장인 '애하머니 겅강하새요'는 40. 50대 직장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자식과 겪는 일이나 손주를 봐주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 4장은 다양한 나이대의 주인공들이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사회현실을 관찰하고 이들의 입장이 되어 서술한 것 중 가장 와닿은 것은 청소년들의 언어사용이었다.
오늘도 그 방송에 나온 말을 따라하지 않았냐니..
정말 초등학생이 이렇게 말할 줄 안다면.
전국의 초등학생 중 절반만이라도 이런 생각을 한다면 사회는 훨씬 좋아질텐데....
마흔이 안되았지만 내 주변 세상에 책임을 지기 위해 언어생활을 좀더 깊이있게 탐구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정은이정아와 엄마이야기이다.
이혼한 언니와 결혼한 동생, 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입장에서 각각 쓰인
이혼일기, 결혼일기, 엄마일기
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시기를 서로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이다.
이혼한 언니의 이혼사유에도 공감이 가고
결혼한 동생이 자신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도 공감이 가고
이혼한 딸을 보고 남편이
"어쩌자고 딸들을 다 저렇게 키워놨어? 여자애들이 좀 숙이고 들어가는 법이 없어. 다들 나 잘났다고 저러고 있으니, 당신은 정은이 걱정되지도 않아? 여자 혼자 사는 게 어떤건지 당신이 알기나해?"
라고 말하지만
결혼했고 가족과 함께 사는 엄마는 텅빈 집에서 혼자 대충 끼니를 때우고, 식구들이 만들어내는 끝도 없는 집안일을 하고 있다.
이럴 바엔 혼자 사는게 낫지 않을까?
그러나 또 혼자의 멋진 생활을 꿈꾸며
퇴근후에는 전시, 공연을 보고 영화관이나 서점에 가볍게 들르고 짬짬이 인문학 강좌를 들으며 교양있게 살고자 하던
사회초년생 여성은 집에 침입을 시도하려던 남성 때문에 경찰서와 병원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이 딸이 독립하게 된 계기.
그런데 이부분은 말로는 이해가 가는데 문맥에 같이 놓고 보면 조금 이해가 어렵다.
엄마는 늘 저주처럼 말하지, 나중애 꼭 너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 근데 엄머 그거 알아? 나같은 딸로 태어난 게 아니라 나같은 딸로 키워진거야, 엄마에 의해서.
어쨌든 작가의 첫 책과 재목부터 내용까지 이어지면서도 보다 확장된 것 같아서 괜히 흐뭇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