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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조정래.조재면 지음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신문 사설 활용교육의 중요성을 아들과 함께 느끼고, 20년 후 손자와 논술공부를 한다.
아들과 함께 신문을 읽었던 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할아버지로서 손자에게 가지는 애틋한 사랑을 논술공부로 풀어냈다.
할아버지인 조정래작가는 단지 손자 사랑을 신문 사설 스크랩북으로 표현했을 뿐인데, 이 사랑과 사설의 내용을 듬뿍 먹은 손자는 할아버지와 함께 쓰는 글로써 사랑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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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기에는 딱딱해 보이는 이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은 그러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요즘 여러 신문을 보며 신문활용교육의 방법을 생각하다가 예전에 두 신문의 사설을 보여주며 공통 주제와 입장차이,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코너가 있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한겨레의 화요일자 신문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 신문을 통째로 줄 것인지 스크랩해서 기사만 줄 것인지, 스크랩 후 요약해사 내 생각을 쓰고 함께 토론해볼 것인지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마침 이 책에서 조정래 작가도 그 코너를 보며 손자를 생각해 스크랩북을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얼른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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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설들과 할아버지의 사랑을 먹고 자란 손자가 펼쳐낸 사랑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소설가 할아버지와 고등학교 2학년 손자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할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길래 깊은 이야기까지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나의 기대를 완전히 빗겨나간 목차.
나는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깊이있게 나눈 적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고등학생 손자의 생각의 깊이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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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인 단 하나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가
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같은 입장에서 다루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장인 기업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능해야하는가
에서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기업 윤리에 대해 다루며
3장인 청소년의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한가
에서는 셧다운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바를 생각하고 있다. 조정래 작가의 최근 작인 <풀꽃도 꽃이다>를 읽어보고 싶게 하는 내용이었다.
4장인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
에서는 정말 최근의 사건인 미투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지금 토론을 할 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5장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역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에서는 비만에 대해 다루며
전체적으로 같은 입장을 말하는데 글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이정도 길이의 글이 쉽게 읽힌다는 것에 놀라게 했다.
또 놀라게 했던 것은 손자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아 쓴 할아버지의 답글과 고쳐준 원고이다.
역시 조정래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한 글과, 한글자 한글자 꼼꼼하게 봐준 할아버지의 교정.
그 덕에 갈 수록 문장이 완성되어가는 것이 보이는 것같아 괜히 내가 뿌듯했다.
요즘 학생들이 많이 틀리는 맞춤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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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을 읽고 이런 글을 틈틈이 써내려가면 인문교양이 넘치는 사람이 되겠지만 너무 힘든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이.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논술에 도움이 되고, 신문을 읽고싶은 욕구가 샘솟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발견한 좋은 책이라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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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8, 밑에서 3줄 오타: 엃히고 설킨-> 얽히고 설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