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제일 잘나가!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68
임근희 지음, 박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4년 11월
평점 :
한권 또 한권, 보면 볼수록 더 기대가 되는 책,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
이번엔 『내가 제일 잘나가!』를 보았어요.
울아들, 책이 도착하자마자 보고싶어했는데
숙제가 많다고 아쉬워하더니
다음날 아침 책가방에 챙겨가더라구요.
쉬는 시간에 볼 거래요.
요새 쉬는 시간마다 전래놀이하는 재미에 빠져서 살고 있는데
이 책을 챙기는 거 보면
좋은책어린이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요.
『내가 제일 잘나가!』에는 두 명의 주인공 민규와 달호가 나와요.
달호는 장려상에 울라울라 씰룩씰룩 엉덩이춤을 절로 출만큼 유머도 있고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친구에요.
어려운 가정형편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친구를 칭찬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친구의 마음을 배려할 줄 아니까
당연히 운동화를 빌려줄만한 친구들도 많이 있구요.
"달리기 시합에서 달호같은 경우가 되면
누가 운동화를 빌려줄 것 같아?"하고 물으니
울아들, 그래도 여러 친구들 이름을 줄줄 대네요.
친구들을 믿고 있다는 뜻이겠죠? ^^
"그럼, 달호가 네 친구라면 넌 새 운동화여도 빌려줄거야?"하는 질문에도
서슴없이 "물론이지!" 하고 대답하는 아들이 기특했습니다.
반면, 민규는 무엇이나 잘하고 또 잘하는 것을 의식하는 아이에요.
무엇이든 1등이 최고라는 생각에
최우수상 아닌 장려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요.
항상 남을 의식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신경을 쓰고요.
하지만 그런 민규의 '잘난 척'은
사실 민규 아빠가 몸이 불편한 분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한 것에서 시작되었었지요...
아빠의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럴수록 민규는 좁은 새장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놓는 것이 되는 것도 모르구요...
동화속에서 거의 못보는 검은 바탕이 민규의 속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긴장 넘치는 이어달리기 상황을
한 문장 한 문장 너무나도 잘 묘사한 덕분에
울아들, 이 대목 읽을 때
마치 자신이 달리기 선수가 된 듯 긴장하더라구요 ㅋㅋㅋ
자신보다 못하는 아이들을 빈정대고 비난하던 민규,
친구들이 느꼈을 서러움을 6학년 형아로부터 고대~~로 받게 됩니다.
울아들, 참 쌤통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너무나 의젓한 말을 하네요.
민규는 최선을 다했을텐데 6학년 형아가 그걸 몰라줬다면서
형아도 승부욕을 가라앉히고 민규 마음을 이해해주면 좋겠대요.
아직 초2라서 어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깊은 마음이 있었다니...!!!
민규와 달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세히 쓰면 안되겠죠?? ㅎㅎ
중요한 것은 함께 날개달린 운동화를 타고 하늘을 훨훨 날 만큼
달호 덕분에 민규도 이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작가의 말에 나온 내용은 평소 엄마의 생각과 정말 똑같았어요!
작가의 말 페이지도 한줄 한줄 다 같이 읽었네요.
'결핍'이라는 말이 초등 저학년에겐 아직 어렵겠지만,
겉으로 척을 한다는 것은
마음 속 무엇인가 없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아이는 그래도 잘 이해했어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되면
겉으로 드러난 것에 질투하고 욕심내지 않고
마음의 평정심과 자신만의 곧은 생각을 유지하게 될 것 같아요.
독후활동지에서 넘어진 달호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을 써보라 했더니
"괜찮니? 같이 보건실 갈래? 부축해줄까?" 라고
정말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썼더라구요.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 『내가 제일 잘나가!』는
아이의 인성을 자연스럽게 다듬어줄 수 있는 기회도 되어
참 마음에 들어요.
요새는 아이를 적게 낳다보니
내 아이가 특별하고, 더 귀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을 많이 보게 되요.
어디서든 기죽지 말라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도 상관없다고 해석하는 부모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는
부모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동화라고 생각해요.
『내가 제일 잘나가!』을 읽으면서 엄마로서 드는 생각 또하나,
아이 키우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자존감인데요,
스펙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상 잣대로 볼 때는
민규가 달호보다 우수한 아이겠지만
사실 더 행복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아이는 달호더라구요.
유쾌하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남을 배려하고요.
학교에서 중요시하는 수량화된 기준에 조금 못미치더라도
아이가 평생 살아나가는 힘이 되고 결국은 행복의 열쇠가 되는 자존감,
그 자존감을 어릴 때부터 잘 키워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