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력, 10년 후 내 아이의 명함을 만든다 - 행복한 진로 혁명 프로젝트
정영미 외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내 어린 시절, 학창 시절만 회상해보더라도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그저 공부만 잘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처럼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과 현실에서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는 것은 별개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드디어 찾았을 때는 너무 많이 앞으로 와버려 현실이 허락치 않았다.

  이 나이에도 엄마처럼 일생을 두고 안타까워하지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엄마의 바람이 은연중에 아이에게 강요가 되지 않도록 내 자신을 다잡고 싶은 마음에서, 큰 아이가 이제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즈음에 꼭 읽고 싶은 책이었기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밑줄까지 그어가며 정독을 하였다. 

 

  1부 프롤로그만 읽더라도 내 학창시절과 지금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개선된 바가 전혀 없다는 느낌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1부 - 자녀, 길을 잃다

   이과와 문과로 나누는 단편적인 진학 지도,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진학 지도 속에

아이들은 길을 잃은 지 오래다.

   부모도 교사도 아이들을 진정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로지 성적만을 볼 뿐이다.

 

   무엇이든 성적이 단하나의 기준이 되는 학교. 하지만 성적이 좋은 아이들도 불행하긴 마찬가지다. 성적이 좋다는 것이 굴레가 되어 다른 길을 생각해 볼 기회도 없이 당연히 남들의 이목에 맞춰 가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와 학교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다. 하물며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상위학교를 정할 때 오로지 성적만 관건인 현 학교상황에서 진학지도만 있을 뿐 진로지도는 없다는 말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인지! 진학지도는 커녕 1년 내내 학교선생님과 제대로 된 상담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수험생이 되어서 진학지도를 받지만 상위학교를 가서도 고민은 계속되고, 심지어는 취업을 할 때도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하는 현실, 그 긴 시간동안 자립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뒷바라지하느라 노후대비는 꿈도 못꾸는 부모세대. 결국 진로지도 부재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물론 그 부모세대의 인생까지 황폐화시키는 주된 원인인 것이다! 4년제 대학 전체 학생 중 30%가 넘는 무려 64만 명의 학생들이 휴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동시에 너무나도 답답한 현실이며, 이것은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전체로 보아 얼마나 큰 손실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다름아닌 부모세대라는 것을 안타깝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부모세대가 우리에게 그러했듯, 우리도 다음 세대에게 똑같이 인생의 안정만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몇 십년이 넘도록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에 쉽게 접근하도록 사회적 시스템, 사회적 마인드를 마련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부모세대는 학교에게 아이들 성적을 올려 명문대를 많이 보내달라고만 하지, 아이들의 꿈을 찾아달라고, 아이들에게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달라고 주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이 인생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직업들을 부모와 학교가 먼저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려는 노력,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이 실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지금처럼 희망하는 사람만이 전문기관을 찾아가서 직업 가치관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고 그 결과를 누적해서 관리한다면 아이의 진로가 부모의 무조건적인 강요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서로 알아가며 함께 행복해지는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보여진다.   

  이는 부모와 학교 뿐만이 아니라 좁게는 지역사회, 넓게는 지역을 초월한 여러 단체들이 연계해야할 일이다. 개인저적으로는, 아이가 하고싶은 일을 현재 하고 계시는 직업인을 만나게 해주는 것도 어려웠을 뿐더러, 그 직업인이 평상시 어떠한 일을 하고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긴 시간동안 정말 직업을 체험하게 해주는 일은 불가능했다. 1년에 단 하루 직업체험의 날로 진로지도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학교, 자기가 만나보고 싶은 직업인은 오시지 않아서 신청자가 적은 반에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아이의 푸념을 듣고도 그러려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이 후회스럽다. 보다 많은 단체, 기관들이 아이들의 꿈, 아이들의 진로지도에 조금씩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이렇게 아이들의 진로에 도움을 주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뉴질랜드의 열린교장실제도는 너무나 부럽기만 한 훌륭한 제도였다. 우리나라는 교과부가 학교 현장에서 진로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진로진학 전문 상담교사 1,500여명을 정식으로 발령했지만 사실상 그 분들 중 대다수는 일반교과목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고, 간혹은 과원과목교사로서 자의반타의반 진로진학쪽으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던 분들도 계시다고 알고 있다. 아무리 교육현장에 있었어도 진로교육은 오랜 시간 관심을 두고 많은 경험을 접하지 않았다면 섣불리 시작할 수 없다고 보기에 진로진학 전문 상담교사제도가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거둘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뉴질랜드 경우, 30년차 진로교육 전문가인 교장선생님이 언제든 부모와 직접 아이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해준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기만 하였다. 아직 진로가 불확실하면 다양한 과목을 접함으로써 선택권을 넓히라는 조언은 그야말로 실질적인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배우고 싶은, 앞으로의 진로에 도움되는 과목을 선택해도 해당 과목 신청자가 적으면 배울 수도 없고, 아예 그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채 학교에서 미리 지정해놓은 과목들만 배워야하는 일도 있고, 더 깊게 배우고 싶어도 집중이수제로 진도에만 급급하여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암기하다가 끝나기도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니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폭넓게 주기는 커녕 울타리에 가두어놓고 세상이 넓다고만 말하는 셈이라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진로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시청각자료만 틀어주는 간접적이고 형식적인 수업을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큰 호응을 보인다는 직업 현장에서의 체험, 현장 실습을 위해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고, 그 도움의 기반위에 학교는 마산 합포고등학교의 예처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실질적인 진로교육을 실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읽을수록 강해지는 생각은, 지금처럼 어떤 스펙을 얼마나 쌓아 어떤 직업을 가질것인가가 아니라 아이에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자신의 꿈을 찾아보고 어떻게 다가갈지 부딪혀보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긴 인생에서 설령 한두해 늦으면 어떠랴. 대학교때 유럽여행을 갔다가 자신의 몸보다 더 넓고, 자신의 머리보다 더 높게 배낭을 매고 혼자 여행을 하는 친구들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정상적인(?) 학업코스를 밟고 있다가 더 늦기 전에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 혼자 긴 여행을 하는 중이라는 친구, 고교를 마치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서 짐을 쌌다는 친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친구...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친구들의 행동이 자신의 나라에서는 당연하게 생각된다는 것. 우리나라 부모라면 어땠을까. 고교를 마치고 1-2년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면 흔쾌히 허락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부모라면 그럴 시간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하지 않을까. 나부터 털어버려야하겠다. 아이의 꿈을 나부터 존중하고, 아이가 지금 행복하도록 현재를 희생하라고는 하지 말아야겠다. 위만 보지 말고 옆을 넓게 보아가면서 아이의 꿈을, 행복을 찾아주는 데 함께 하고 싶다. 

 

  마지막 단락은 그런 면에서 함께 나누고 싶다.

 

  "꿈꾸는 자의 손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그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불씨가 된다.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나가는 젊은이들, 그들의 모든 꿈을 응원한다.

   꿈을 현실로 이뤄내려는 모든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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