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을 위한 서울대 공부법 - 서울대생들은 어떻게 대입을 준비했나?
스튜디오 샤 지음 / 경향미디어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과 달리 지금은 온갖 타입의 학원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선택의 폭과 깊이가 넓어져 학습에 도움을 받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않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 공부라는 것은 자신만의 공부법을 갖추게 될 때까지

스스로 여러 방법을 써보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개선도 희망도 얻어가야하는 법인데

지금은 특정과목에 대한 지식은 물론 심지어 공부법도 남을 통해 쉽게 얻는 시대이니

각자의 공부법을 찾을 시간도 부족하다는 말은

팩트일까 변명일까.


마치 유행처럼 유투브, 도서, 학습사이트에 공부법이 넘친다.

그리고 거기에 '서울대'라는 표현이 접목되면 아이 나이에 상관없이 관심이 몰린다.

마치 우리 나라 모든 아이들의 최종목표가 서울대라는 듯이, 

서울대만 가면 성공이라는 듯이.


하지만 내게 서울대의 이미지는 솔직히 좋지 않다.

응원을 하는 사람들을 정말 한심하게 보는 서울대생에게서 충격을 받은 적도 있고

(자신은 서울대생이므로 주인공이고, 

응원은 주인공을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는 말을 들은 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응원단만 보면 나는 그 안하무인 서울대생이 생각난다.)

평소 공립학교의 필요성을 입이 마르게 외치더니 

정작 자기 자식들은 귀족사립학교에 보낸 서울대 출신 동료,

정말 협력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던 서울대 출신의 또다른 동료들 등등.

불행하게도 내가 사회생활속에서 만나본 서울대 출신들은 

하나같이 다 좋은 인성과는 먼 부류였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서울대에 목매서가 아니라

하나의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기 위해 읽기 시작했으며

책을 읽은 후 서울대의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개선되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동생들에게 얘기하듯 조곤조곤 경험담을 쏟아낸 

스튜디오 샤 덕분일 것이다.



같은 대입제도를 겪은 동시대 학생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중고생들이 어려워할 과목 공부법, 시간관리법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는 점은 실질적 도움이 될 만 했다.

개념서와 문제집의 활용, 시험공부 계획, 노트정리법, 

하나의 수학문제라도 여러 방향의 접근법에 대한 필요성 등은

나 역시 학창시절에 직접 해보고 

아이에게도 얘기해주고 있는 부분과 동일하여 공감이 갔다.

이렇게 여러 모로 자기에게 맞는 공부방식을 스스로 알아낼 시간이 필요한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시대라는 사실이 슬펐다.

저자 중에 연대에 입학했다가 반수해서 서울대에 들어간 학생 얘기를 읽으니

"지금 입시제도는 모두가 '실패자'라고 느끼는 시스템"이라고 했던 

어느 대입업체 원장 말이 떠올랐다.

사소해보일지 몰라도 경험담 하나하나를 후배들에게 전달해주는 성의가 고맙고

나도 지금 대학생이었으면 책 한 권 냈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어

이 시대에 대학생으로 사는 그들이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엄마로서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나 유명 학원에 레테를 잡아놓는 일보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 그 'WHY'를 아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여러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지금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중고생들, 요샌 초고들까지도 공부에 파묻히다보면

힘들고 불안하고 한 순간 막막한 감정들을 느낄 것이다.

그럴 때 다그치지 말고, 

그런 감정들을 무시하고 앞으로만 나아가라고 매몰차게 대하지 말고

그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고

아이가 울면 안아주며 토닥토닥해주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대학은 서울대가 아니라 

내 자식을 받아준 대학이라고, 

수험생 엄마들은 말한다.

그런 엄마의 진심과 아이의 마음이 함께하는 중고등시절이길 바란다.



여러 저자의 글을 묶은 책이다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각 학생의 간단한 프로필이라도 써주면 

각 저자의 공부법을 받아들이는 데 더 좋았을 것 같다.

수강과목명이나 특정 표현들에서 

저자 중에는 영재학교, 특목고 출신들이 많음이 짐작되었는데

확실히 그런 아이들은 선행의 시기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학습법을 알려줘도 독자의 상황이 너무나 다르면 

적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아픈 대목들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

장기간 실로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왔으니 

이런 표현들이 나올 수는 있겠구나싶어 한편으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중고등 아이가 직접 읽을 때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싶은 부분이어서 언급하고 싶다.

<나를 바꾸는 것이 제일 빠르다...[중략]...나는 버텨야 한다.>

수험생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일 수밖엔 없었을지 몰라도

세상에 맞춰가고 순응하는, 

이런 생각과 마음가짐이 행여 인생 전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왜 비판을 받았는가.

'버텨야 한다'가 아니라 '버티되 잊지 말아야한다'가 되어야하지 않았을까.

내가 학생으로서 겪은 고통과 폐단들을 사회에 나아가 바꾸어보겠다는 패기가

 나타나있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다.

지금도 공부를 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어차피 사회는 바뀌지 않으니까 너가 바꾸라는 말은 너무나 차갑고

교육시스템의 폐단이 비판받지 않은 채, 

오히려 잘못은 버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했다.

<크게 되고자 한다면 보통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하세요.>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안환경상 공부를 하고 싶어도 당장 돈을 벌어야하고, 

부모님은 주민등록이 말소되기까지 한 가정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에게 더 노력하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새벽까지 공부하는데도 노력을 더 하지 않아서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는 걸까.

상대적으로 편안히 자란 사람들은 노력만 하면 다 해결이 되는 줄 안다.

인텔리 코스의 교사들만 많아지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이다.

노력이라는 단어로 해결되지 않는 세상이 있는데, 

누구나 자기의 우물 위 하늘만을 본다.

희망대로 되지 않은 것을 노력부족으로 몰아가 더 절망스럽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한다.

<학생에게 요구되는 건 딱 하나, 공부>

이런 자극적인 문구를 소단원 타이틀로 뽑은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11년 존속살해사건 당시 그 어머니는 전교1등도 성에 차지 않아 

전국1등, 서울대 입학을 강요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딱 하나, 공부를 요구한 것이다. 

그 결과는 잊혀지지않는 비극으로 남았다.

최근 촉법소년법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경직된 교육제도하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분위기도 

청소년들의 주요한 비행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아이에게 상소리를 하는 영어학원 선생이었는데도 

거기서 다닌 3년 덕분에 영문과에 진학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학생은 공부만 해야하는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가슴이 답답했다.

이 세상 어느 공부가 아이의 존재보다 더 가치가 있을까.

스스로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임을 자각한다면

상소리를 참고 게다가 그것을 장점화해 생각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쌍욕을 들으면서까지 배워야할 공부는 없으며 그렇게 가르치는 선생 역시 자격이 없다.

잘 가르친다는 이유로 아이가 욕을 듣는 것을 외면하는 부모는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 같으면 당장 그 학원을 중지했을 것이고, 

원장으로부터 깍듯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받아냈을 것이다.

아직까지 기존 세대들이 말하고 행동하고 교육한 바를 추종하지 말고

새로운 세대들은 공부라는 자리에 다른 희망의 단어를 채워넣길 진심으로 바란다.





공부법을 귀띔받고자하는 책이었건만

공부법 외에

엄마가 가져야할 마음, 대학생들의 시각, 기존세대로서의 반성 등이 복합적으로 다가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서울대 공부법이라고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내 아이에 맞는 스타일을 취사선택하여

하나씩 적용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입을 치루고보니 요새 대입은 실력 외에 전략도 매우 중요한 몫임을 알게 되었다.

원장이 서울대 출신임을 내세운 학원이지만 만족도가 생각보다 매우 낮았던 경험,

몇 단계 아래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보다 티칭을 잘 못하던 서울대학생 학원조교 얘기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만난 다수의 경험으로

그리고 학력고사때와 달리 수시6+정시3+알파라는 다수의 기회로

예전에 비해 대학 레벨의 의미가 희석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 학생들도,

문과 혹은 이과, 단대별로도 이런 공부법 책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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