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 - 가뿐하게 읽는 교양 공학
유만선 지음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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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나와는 취향과 생각과 하고싶은 일이 정말 다른 아들이

앞으로 공학을 전공해보고 싶다 한다.

공학이 무엇인지 평생 한번도 궁금하지 않았지만

아들이 앞으로 다가갈 세계가 궁금해진 엄마는

공학이라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늦깎이 호기심 발동!

그런 엄마를 위해 나타난 책인 것만 같은 

『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

각도에 따라 다른 컬러가 반사되는 책표지부터

'가뿐하게 읽는 교양 공학'이라는 부제까지 맘에 들어

첫인상에 합격점수를 주었다.





머리말부터 초음속 풍동 장치니 댐퍼 감쇠비니 하는 생경한 낱말들이 

사전을 찾아가며 봐야하나, 계속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갈등을 잠시 일으키게 했지만,

석박사 과정에서 느낀 한계와 문래동 달인으로부터 배운 가르침 등을 비롯해

저자 본인을 '공돌이'라는 칭하는 겸손함은 

어느새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게 만들었다. 


목차를 보니 정역학,동역학,유체역학,열역학 - 

아들이 공부할 때 어깨너머 들어보던 용어들이

멈춰있는 것, 움직이는 것, 흐르는 것, 뜨거운 것으로 쉽게 풀어 쓰여있고

각각은 생활속에서 만났을법한 이야기들과 연결되어있다.

목차만 보고도 재미있겠다며 반가움과 환호성을 표현한 아들만큼은 아니지만

100% 공.알.못.은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미한 희망이 보였다. 


 


염려와 달리  『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 은 전체적으로 쉽게 읽혔고

놀랍게도 간간히 재미까지 느껴졌다. 

어떤  에피소드이든 나이스 운동화, 차창밖으로 손내밀기, 인기 영화 등

누구나 한번쯤 보았고 해봤음직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긴장을 풀어주고

살포시 공학으로의 연결고리를 걸어놓아 

나도 모르게 경계심을 풀고 스르륵 빠져드게 만든다. 

'잔류응력'이라는 용어는 낯설지만 그 용어의 의미와 원리를 파악하고나니 

실버브리지 사고원인이나 강화유리 깨진 조각의 특이성을 이해하게 되는 식이다.

이에 덧붙여 잔류응력을 스트레스와 연관시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거나

기어의 본질에서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떠올리게 하는 등의 마무리는

차갑게만 느껴지던 공학을 인간냄새나는 공학으로 변신시켜주었다.





'가뿐하게 읽는 교양 공학'이라는 부제가 부끄럽지 않게

나는 아들이 어려워하던 토크(torque)가 무엇인지부터

에너지 수확기술의 응용, 수치모사의 활용범위,

 같은 현상에 대한 기계공학자와 물리학자의 시각 차이, 

열전도의 효율성을 위한 공학자들의 여러 시도와 노력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어렸을 적 당당하게 느껴졌던 로봇에서 평형의 불확실성을,

옛날 집 옥상의 TV안테나처럼 생겼다고만 생각했을 슈퍼볼 봇에서

힘의 평형과 텐세그리티(tensegrity)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기계공학의 기본이라 불리우는 4대 역학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은 당연히 어폐가 있겠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묶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적어도 정역학, 동역학, 유체역학, 열역학이 무엇인지 

어슴푸레나마 아우트라인을 잡을 수 있었고

앞으로 아들과의 대화가 서로 겉돌지만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목표가 120% 이루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는 평소에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핵심을 가장 잘 이해하고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과학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어느 한 곳 현학적이지 않고 공학초보 눈높이에 맞는 설명과 사진자료로

독자를 책 내용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최근 이렇게 과학을 쉽게 풀어주는 스토리텔러분들이 많아지신 것에 대해

 기대가 크고 앞으로의 저술활동이 기다려진다. 





인터스텔라 명대사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를 연상시키는 

이 글이 왜 책 맨 앞에 있었는지 책을 다 읽고나니 알 수 있었다. 

기말고사 끝나면 바로 읽고싶다고 찜을 해놓은 아들도  

과학을 실생활과 연결시키는 공학의 소명을 이해하고

늘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과 창의적인 시각을 견지해야하는 

공학자의 자세를 갖추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공학에 관심있는 중고등은 물론

공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고자하는 모든 이들에게

교양공학이라는 새 분야의 주춧돌이 될 이 책

 『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을 감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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