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 좋았던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내가 하는 일에 자유를 얻어서 일것이다. 그 자유속에는 책임이라는 것이 함께 들어있는데,가끔은 책임에 숨이막힐 때가 있다. 그러면 어른인게 왠지 불편하고 반납하고 싶고 그렇게 된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어떤 일기들을 썼을까.책제목이 너무 좋다. 어른일기라니. 어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사실 책을 보면 일기라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쓴 편지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향해 하는 말. 또는 세상에 두고 하는 말. 나 스스로의 힘듬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말들. 일의 성공과 실패. 좌절은 너무나 혹독하고 성공은 정확히 뜻을 모르고 있는 이제 갓 어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사랑역시 그렇다. 결혼 이전의 연인간의 덜익은 사랑이야기. “어른일기”라는 제목보다는 청춘일기가 더 어울리는 거 같다. 후반부에 나오는 “형”이라는 제목의 글은 따로 떼서 우리집 7살 아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 아들이 사춘기가 될때 읽어주고 싶을 정도로 멋진말들이다. 반면에 “언니”라는 제목의 글은 왠지 좀 낯간지러운 말들이다. 작가가 남자여서 그런가. 너무 물렁물렁한 글이었다. 책에 같이 나오는 사진과 그림은 너무나 멋졌다. 배경이 되는 사진속 인물은 펜으로 그린듯한데 대충 그린표정이 마치 살아있는 듯 리얼하다. 기운없이 축 늘어진 어깨와 열정적으로 뻗은 손 같은게 인상적이었다. 그림과 글이 함께 있어 더 좋았다.
캐나다의 멋진 자연과 풍경을 연상케해주는 소설이다. 1900년대의 캐나다의 일상이지만 마치 지금 지구 어딘가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인 듯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리얼함과 센스가 멋지다.주인공은 어릴적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아빠를 따라 새스커툰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이곳은 건조하고 흙먼지 자욱한 평원지역이라고 하는데 사실 새스커툰이라는 생소한 이름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곧 작가의 세심한 풍경설명에 마치 영상을 보듯 그곳의 풍경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그곳에서 만난 강아지 머트를 키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 때 머트는 개로 살면 미래가 없다고 결정했던 것 같다”그러면서 모든 행동을 고집스레 하면서 개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시작했는데, 사람과 개의 중간 어디쯤이라고 생각한거 같단다. 머트는 얼마나 특별한 개인지. 사냥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냥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새를 잡는 사냥개로 두각을 나타내는가 하면, 고양이처럼 담장위를 넘어다니는 가 하면, 고양이를 따라 나무위에 올라가 고양이를 잡기도 한다. 주체하지 못한 행동때문에 아빠에게 혼날때면 한참을 삐져서 아빠를 아는체하지 않는다거나목욕을 하기 싫어서 비누를 삼킨다거나 하는 고집불통. 그런 머트에게 우리 가족은 또 머트를, 사람과 개의 중간존재인 머트로서 대우해준다. 달리는 차에 앉아 고글을 쓴 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머트라니.우리 가족도 참 독특한데, 낚시와 배에 로망을 갖고 있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못마땅하지만 믿고 따라주는 엄마.온갖 야생동물을 집에 데려와 키우는 아들과 그런 아들의 수리부엉이가 자신의 어깨에 와서 사뿐히 앉아도 아랑곳 않는 엄마. 이 책을 읽으면 주인공인 머트와 나, 그리고 항상 사고만 치는 아빠 뒤에서 한숨짓는 엄마가 보이는데 이것은 바로 그 속사정을 알것만 같은 모든 엄마로서의 공감력때문인 듯하다. 머트가 강아지 인채로 우리가족에 들어왔을때부터 훗날 노신사 견이 되어 나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때까지의 이야기지만 이 속에는 자연을 벗처럼 가깝게 지내는 동시에 자연에 대한 경외심도 동시에 갖고 있는 주인공 “나”의 성장이야기도 함께 버무려져 있다. 멋진 개와 사람의 중간존재 머트.머트의 놀랄만한 일생이야기가 영화화되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더불어 캐나다의 범접할 수없는 광활한 자연과 철새들의 멋진 이동장면, 배안에서의 사투 등 스펙터클한 명장면들도 기대해본다.
흔글님의 글은 몇년전 친구가 알려준 책에서 처음 보았다. 그때 sns에서 인기가 많은 글이라면서 좋은 문구가 많다고 했었다. 깊은 밤 집으로 가는 길. 어두운 밤하늘아래 나혼자 있다고 느껴졌을때 문득 읽었던 문구가 갑자기 온기가 되어 내게 들어왔을때. 흔글님의 글이 있었다. 이번에 새로운 스페셜 에디션으로 만난 흔글님의 책에는 검정 에코백과 엽서가 함께 들어있었다. 뭔가 담백한 이미지들이다. 책도 에코백도 엽서도.매일 한장 두장 꺼내 읽으면 좋을 글귀들이다.대부분은 바쁜 일상과 세상에 상처를 받은 우리 청춘들에게 힘을 주는 글들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의 뜻을 이제야 알거 같다. 내일이 두려운 사람들. 이건 청춘 뿐 만은 아니겠지. 처음 이메일을 만들었을때 메일로 매일 좋은 문구를 보내주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유명한 “고도원의 아침편지”였다.그 느낌이 새록새록 나는 흔글님의 한장글.매일 버스나 지하철안에서 읽으면 왠지에너지가 생기고, 퇴근길에 읽으면 기운빠진 몸에 또 위로가 되어줄 문장들이다. 주로 소소한 행복이나 평범한 일상을 응원하는데, 마음을 상하게 하는 나쁜 생각들은 버리라고 한다. 관계에 있어서도 흔글은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는 그냥 버리라고 말한다. 매사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만 있으면 다른 걱정일랑 모두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흔글이 말하는 사랑고백 책 중간중간에 들어있는데, 짧지만 툭 던진말이지만, 꽤 로맨틱하다. 사랑에 대한 글만 따로 많이 모아다가 책을 내면 좋겠다. 좋은 글귀들은 필사를 하고 싶은 것들도 있다. 필사하며 마음을 다듬는 행위. 이 책으로 하길 추천한다.
페이퍼와 함께했던 나의 이십대.언니덕분에 알게 된 페이퍼는 매달 언니에게 빌려서 읽다가, 언니와 떨어져살면서 따로 구입해서 읽다가,가끔은 사진도 보내봤다가, 또 아주 가끔은 내 사진이 실렸다가 언니의 사진이 실렸다가,부피가 커서 잡지를 정리하면서 좋아하는 섹션들만 따로 모아두었다가.페이퍼에 나왔던 작가들이 책을 내면 책을 샀다가. 그렇게 이십대가 흘러갔다. 페이퍼를 통해 친한 친구와 소통하기도 하고, 황경신님이 쓴 그림에세이도 좋아해서 모아두었다가, 음악리스트를 모아다가 다운받아서 컴필레이션 씨디도 구워서 듣기도 했다. 내 감성은 페이퍼에 빚을 많이 졌다. 그곳에 김원 두령님이 있다. 오랜만에 작가님이 쓴 책을 글이 끝날때마다 써있는 BGM을 직접 지니에서 찾아 들으면서 읽었다. 김원두령님은 아직도 십년전 그 모습그대로인 듯하다. 글속에는 “나”를 사랑하고 “나”인채로 살라는 말이 가득하다.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에게 이기적으로 살아보라고. 조언해준다. 오래 겪고 세상을 알게 된 작가가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겠는 어리숙한 독자에게 술한잔 따라주며 그냥 그렇게 뜻대로 살아가라 이야기해주는 거 같다. 책을 읽으면 저절로 술에 취한 듯한 기분이 든다. “나” 자신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그런 책. 오래전 이십대의 감성의 페이퍼와는 많이 다른,인생을 조금 알게 된 삼십대의 우리에게 전하는 봄날의 보약같은 그런 에세이다.
어릴때 미용실에서 자주 보던 잡지에서 유난히 좋아했던 섹션이 있었다. 바로 연예인들의 가방속을 들여다보는 섹션. 알만한 브랜드의 화장품이나 다이어리같은것, 지갑 등등 남들의 소지품같은 게 왜 이리 궁금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친구네 놀러가면 꼭 그집에 책장을 유심히 본다.친구가 읽든 친구의 남편이 읽든 어떤 책을 읽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소지품이나 읽는 책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런 물건들에 대한 에세이를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역시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해주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바로 사람들이 산 물건들을 사연과 함께 엮어놓은 책이다. 지은이는 한권이라고 되어 있는데 서교동에서 모여 커피를 마시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인가 보다. 그 모임의 7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소지품을 이야기한다. 각자가 의미있게 구입한 물건들의 이야기. 1번 “충동은 충동구매를 낳고”의 남달리님과 2번 “할부와 일시불 사이에서”의 지온채님의 글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읽었다. 소비하는 그 심리가 너무 재미있고, 공감되고 그랬는데 마치 전날 쇼핑하고 와서 회사에서 자랑하는 친구와 수다를 떠는 기분이랄까.잘샀다며 같이 칭찬해주고 착한 가격사이트는 서로 공유하는 그 기분이었다.왜 나는 책의 뒤쪽으로 갈 수록 작가들의 꼬임에 넘어가 자꾸 물건들을 검색하고 그러는거지.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위험하다.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요물. 작가들에게 설득당하는 독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가진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