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로 이름쓰기
김소향 지음 / 매직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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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없이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시집을 읽으면 좋다.
매일매일이 허무하지만 바쁘나 안바쁘나 허무하지만
시를 읽으면 내가 의미있게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멍이든 불멍이든 멍때리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세포들이 달려들어 온갖 요구를 하는, 모든 민원을 접수 처리해”야 하는 뇌라서 그런것일까.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상의 자리라 했는데, 예견없이 찾아오는 허무감때문에 푸념만 늘어놓을 수 밖에 없는 뇌라서 그런것일까.

시를 읽으면서 정신을 가다듬다말고 작가가 그려낸 귀여운 몸속기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내 몸속 구석구석을 생각하게 되고 그들의 일탈을 이해하게 되었다.

몸이 아플땐 몸속 반응을 더 민감하게 느낀다.
아픈데가 허리라면 왜 아프게 되었는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게 되고 허리가 아픔으로서 뭘 말하려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요 며칠 허리통증때문에 병원에 다니고 주사를 맞았었는데 첫째를 낳고 아팠던 허리가 둘째가 태어나고 난후로 더 심각해져 이제는 밤새 끙끙 앓게 되었다.
나의 요추 4번 5번도 할말이 많을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도 하지 못하고 다짜고짜 아이를 안아야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보니 추간판 사이사이가 짓눌리고 신경들을 건드리며
이제 그만 아이를 안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제 15개월이 된 아이는 그런 상황을 알고있는건지 요즘 더 안겨온다.
근골격계라면 십년 넘게 환자를 보아온 물리치료사인 나도 허리통증에 속수무책인 이유는 토이스토리의 토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몸을 이루고 있는 인체의 기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거다.

작가의 말대로 감성적으로 읽다보면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시구들이
이것은 신체기관을 말하는 건가 내 마음을 말하는 건가 싶게 헷갈리면서도 신기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나 책의 제목인 “엉덩이로 이름쓰기”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오랜 친구인 뇌와 엉덩이의 이야기에
그럴듯한 공감과 귀여운 엉덩이의 투정이 느껴져 좋았다.
다른 기관들의 이야기도 뇌와 엉덩이의 이야기처럼 좀 더 길게 써주셨으면 좋겠다.
긴 시가 좋았다.

책표지가 아름다웠는데 앞뒤 표지를 이어서 보니 더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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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월
존 란체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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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추운 벽. 아무리해도 추운 벽.
벽위에 오른 후 2년간의 복무기간을 지나야지만 나갈 수 있는 추운 벽.
하지만 그 2년도 상사의 허락이 있어야지만 제 날짜에 나갈 수 있고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면 2년은 점점 더 길어진다.

2년이라는 시간은 예전 우리나라 군 복무 시간을 떠올린다.
주인공 카바나 역시 휴전 상태 나라의 군인처럼 정해진 시간동안 모든 임무를 수행해야하지만 복무기간전에는 마음대로 그 벽을 벗어날 수가 없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과 정치적인 문제때문에 한 나라의 경계면이 콘크리트 벽으로 재건되고 그 벽을 넘어오는 자들을 막는게 카바나의 임무였다. 이 시대는 우리의 현재와 닮은 듯,
극단적으로 분단과 경계가 더 강화된 우리 시대의 미래다.

벽안의 사람들은 선택된 자들이고, 그 벽 밖의 세상은 우리가 사는데 꼭 필요한 석유와 전기가 없이 처절하게 원시적인 삶을 사는데 벽안으로 들어가려고 목숨건 전쟁을 벌이는 선택되지 않은 사람들이야기는 영화 설국열차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생각나게 했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어떻게 변할건지
지금도 많은 곳에서 경고를 하지만 현 시대의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아직도 행동하지 않고 있다.
얼마전 쓰레기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신랑이 그냥 버리라고 했을때,
내 새끼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분리배출 해야한다고 말했었다.
나 하나 편하자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망가트리면 안되겠지 않은가.
책속의 분열된 기성세대와 더 월속의 젊은이들처럼.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문제를 젊은 세대들이 책임을 지고 결국에는 자식을 낳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 세대에서 나중 자식들에게 그런 책임을 지면 안되지 않은가.

현재의 전세계적인 문제점들을 모두 응집해서 만든게 바로 더 월.
더 월속의 선택된자들, 더 월 밖의 사람들, 그리고 더 월을 지키는 우리 젊은이들,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 현재의 문제를 바라보는 현안이 들어있다고 생각된다. 생각과 숙제가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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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 히어로들은 언제나 성공하고 언제나 실패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읽어본 그림책
“슈퍼히어로들에게도 재수 없는 날이 있다”는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은 엄마인 나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다.
이제 7살이 된 아들은 이 책을 읽고 아무 말이 없었다. 단지 책의 앞뒤 면지에 그려진 독특한 이름의 슈퍼히어로 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하는 끈끄니키, 괴물 같이 생긴 히어로 비스티,
그 외에 이름도 독특한 찡, 슬래시, 레이저맨, 마니맨, 소리질러, 태푸니.

이들의 각 초능력들에 더 관심이 가는 아이.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가끔은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재수없을때의 그 비애와 허무를 아이는 아직 모를테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감정에 파고들때는 우리 슈퍼히어로들은 자신들의 가장 강하고 멋진 부분을 깊이 하고든다.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하여 무언가 해를 끼치고자 하는 충동과 싸우고, 자신들의 슬픔과 분노와 고통을 잘 인식하고, 그렇게뜰뜬 감정들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며 구름위에서 명상을 하는 우리 히어로들.

나역시 독박육아에 집안일에 스트레스에 힘겨울때는
가끔은 맥주와 아이과자로 아이들이 잠든 조용한 밤을 즐기거나 홀로 독서의 밤을 통해 스트레스를 희석시키곤한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듯 웃으며 아이들을 안아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가 무너질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히어로들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한숨을 쉬거나 푹 쓰러져 엉엉 울어보아야겠다.

슈퍼히어로들이 알려준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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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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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요즘 제대로 멘붕인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이탈리아의 작가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궁금해서였다.
나와 동갑인 물리학 박사이자 작가인 파올로 조르다노는 2월 29일부터 에필로그까지 3월 29일까지의 이탈리아와 세계의 상황에 대해 자가격리를 하면서 글을 썼다.
나와 동갑이라는 것에 더 공감지수가 올라갔다.
책을 읽다보면 얼마전 보았던 “차이나는 클라스”의 김우주 교수님의 강의가 오버랩된다.
교수님의 강의를 보고 코로나19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의 작가도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한다.
코로나19와 사스, 스페인독감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원인과 변종후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들,
전파력과 치사율의 관계.
지금 코로나19의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회적거리두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는데,
며칠전 sns에서 보았던 영상도 겹쳐서 떠올랐는데,
미국 오하이오주의 사회적거리두기 광고였다.
쥐덫위에 올려둔 탁구공들의 거리를 촘촘히했을때와 거리를 두었을때의 반응에 대한 광고였는데 무척 인상깊었다.
나역시 아이둘을 키우고 있는 육아맘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은지 두달이 되었다.
아이둘과 외출은 안하고 집콕육아를 하면서 겪은 변화는 외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멘붕상태를 가져왔다.
한 가족의 변화도 이러한데 한 도시, 국가, 세계적으로
모두 멈춤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강요가 필요했고 강요를 시작으로 서로가 힘을 내 배려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데에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아니었나 생각한다.
쥐덫연쇄반응처럼 지금은 코로나19가 사람을 매개로 하여 탁구공처럼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종식이 되거나 치료제가 개발이 되거나 예방주사가 개발이 되거나 하여
독감처럼 바뀐다고 한다.
책을 통해 고립속에 있는 우리 인류들의 생각들을 간결한 문장으로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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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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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고르다가 무민을 알게 되고,
무민시리즈중 한권을 아이에게 읽어주고 영화도 함께 보았었는데 아이는 무민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내가 느꼈다^^

무민은 핀란드 작가가 만든 핀란드의 유명한 캐릭터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미 무민캐릭터를 콜라보한 커피브랜드가 있을정도로 유명해졌다.
무민 그림책 뿐 아니라 무민 코믹스트립 볼륨1,2도 있고, 토베얀손에 대한 에세이도 있는데,
모두 다 읽어보았다.

영화로 나온 무민이야기나 무민코믹스트립을 먼저 본 나는
무민 가족중에 제대로 된 (내 기준으로 제일 멀쩡한)캐릭터는 무민 엄마뿐이었다.
하지만 1945년에 발표한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에 나오는 무민과 무민아빠는 모두 다 멀쩡하다.
무민 코믹스트립에 나오던 둘은 장난꾸러기인데다 철이 없는 무민들이었지만
아빠를 찾아 떠난 무민은 엄마와 함께 어려운 풍파와 배고픔, 두려움을 이겨내고 아빠를 찾아낸 귀여운 아들의 모습이다.

흑백 삽화가 함께 있어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고, 이야기가 짧고 흐름이 빨라서 금방 읽힌다.
초등학생부터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 거 같다.

무민과 무민의 엄마가 길을 잃은
작은 동물과 튤립에서 나온 툴리파를
데리고 함께 길을 가려한 것을 보면 무민들의 포용과 배려가 느껴진다.
숲에서 커다란 나무에 살고 있는 노신사의 초대를 받아 올라간 나무속 세상을 보고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초콜릿공장을 떠올렸다.

항상 투덜거리는 작은 동물을 끝까지 데리고 가면서 작은 동물의 요구를 들어주는 무민엄마.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모두 모아놓으면 세상을 이루는 인간들의 천태만상을 보는 거 같다.

전쟁후의 폐허가 된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한 이야기인거 같다.
유쾌한 무민가족의 이야기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공감이 되고 힘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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