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이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시집을 읽으면 좋다. 매일매일이 허무하지만 바쁘나 안바쁘나 허무하지만 시를 읽으면 내가 의미있게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멍이든 불멍이든 멍때리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세포들이 달려들어 온갖 요구를 하는, 모든 민원을 접수 처리해”야 하는 뇌라서 그런것일까.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상의 자리라 했는데, 예견없이 찾아오는 허무감때문에 푸념만 늘어놓을 수 밖에 없는 뇌라서 그런것일까. 시를 읽으면서 정신을 가다듬다말고 작가가 그려낸 귀여운 몸속기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내 몸속 구석구석을 생각하게 되고 그들의 일탈을 이해하게 되었다. 몸이 아플땐 몸속 반응을 더 민감하게 느낀다. 아픈데가 허리라면 왜 아프게 되었는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게 되고 허리가 아픔으로서 뭘 말하려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요 며칠 허리통증때문에 병원에 다니고 주사를 맞았었는데 첫째를 낳고 아팠던 허리가 둘째가 태어나고 난후로 더 심각해져 이제는 밤새 끙끙 앓게 되었다. 나의 요추 4번 5번도 할말이 많을터.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도 하지 못하고 다짜고짜 아이를 안아야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보니 추간판 사이사이가 짓눌리고 신경들을 건드리며 이제 그만 아이를 안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제 15개월이 된 아이는 그런 상황을 알고있는건지 요즘 더 안겨온다. 근골격계라면 십년 넘게 환자를 보아온 물리치료사인 나도 허리통증에 속수무책인 이유는 토이스토리의 토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몸을 이루고 있는 인체의 기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거다. 작가의 말대로 감성적으로 읽다보면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시구들이 이것은 신체기관을 말하는 건가 내 마음을 말하는 건가 싶게 헷갈리면서도 신기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나 책의 제목인 “엉덩이로 이름쓰기”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오랜 친구인 뇌와 엉덩이의 이야기에 그럴듯한 공감과 귀여운 엉덩이의 투정이 느껴져 좋았다.다른 기관들의 이야기도 뇌와 엉덩이의 이야기처럼 좀 더 길게 써주셨으면 좋겠다.긴 시가 좋았다. 책표지가 아름다웠는데 앞뒤 표지를 이어서 보니 더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