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폭풍의 언덕 - 190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착한책 프로젝트
에밀리 브론테 지음, 에드먼드 뒬라크 그림, 김명신 옮김 / 더스토리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사촌 간의 결혼이 이 당시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였을까?‘ 하는 점이었다. 캐서린의 조카인 헤어튼과 그녀의 딸 캐시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소설이 끝을 맺을 때, 혼란스럽기도 하고 찝찝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19세기 영국에서 사촌 간의 결혼은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꽤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시대적 배경을 알고 나니 인물들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헤어튼의 히스클리프에 대한 마음이다.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은, 막상 히스클리프가 죽었을 때 가장 깊이 슬퍼하며 끝까지 그의 곁을 지킨 사람이다. 헤어튼에게 히스클리프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하인으로 궂은일을 하며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 원인이 모두 히스클리프 때문이었는데, 어째서 그는 히스클리프를 원망하기보다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으로 가장 중심에 있는 질문, 히스클리프는 왜 그토록 복수에 집착해야만 했을까? 책을 덮은 후에도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며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강렬한 잔상이 남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에서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자비에르란 누구인가‘였다. 소설 중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자비에르는 야로밀의 상상 속 인물이며, 그가 추구하는 이상형, 즉 그가 되고자 했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야로밀은 자비에르가 되고자 했으나 결국 자비에르에게 버림받는 사람이 되고 만다.
야로밀과 어머니의 관계도 상당히 흥미롭다. 야로밀이 남들에게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약함, 어린애 같은 모습, 남성성이 결여된 모습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영향이 컸기 때문인 듯하다. 야로밀의 어머니에게는 아들만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였으므로, 그녀는 아들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보살펴야 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항이 심하지 않았던 야로밀은 그녀의 요구대로 살아가는 순종적인 아들이었으므로, 그의 성격이 형성된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여점원의 반전은 충격적이었는데, 그녀에게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야로밀은 결국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야로밀은 사실 평생을 지배해 온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반항심을 가질 정도로 그 여점원을 깊이 사랑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어 했던 야로밀이 만약 그녀의 거짓말을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움가트너는 집에 머물며 과거를 회상하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하나씩 다시 떠올린다. 이 소설의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은 바움가트너의 외로움이다. 그리고 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애쓰는 과정이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외로움이 부모님, 특히 어린 시절 혼자 남겨졌던 어머니가 느꼈을 외로움과 닮아있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작품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긴 하지만, 소설이 주로 초점을 맞춘 것은 바움가트너의 감정이다. 폴 오스터는 바움가트너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하려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의 기억과 추억이야말로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바움가트너는 애나가 생전에 남긴 소설, 에세이, 시 같은 흔적들을 파고들며 그때로 돌아간다. 그렇게 추억 속에 살던 바움가트너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 설렘을 주는 것은 딱 한 가지, 바로 코언의 방문이다. 오랜만에 그의 인생에 주체할 수 없는 설렘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그가, 이제는 정말 현재를 사는 바움가트너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은 뒤, 책의 맨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왜 《테이블 포 투》인지를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에이모 토울스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족이나 낯선 사람 두 명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자기 삶에 나타난 새로운 사실과 직면하게 된다고 말한다.

해외여행국 부서장과 마주 앉아 엉겁결에 면접을 보던 푸시킨

피츠제럴드의 서명을 베끼던 도서관 책상에서 의문의 노인을 만난 티모시

호텔 바의 테이블에서 뜻밖의 진실을 마주해야 했던 제리와 스미티

부엌의 작은 탁자에 마주 앉아 진실의 씁쓸함을 삼키던 넬과 그녀의 어머니

파인 씨의 낡은 식탁에 마주 앉아 그의 아내와의 애틋한 추억을 전해 들은 토미

그림 조각을 얻어내기 위해 샤론과 팽팽하게 마주 앉았던 스키너

위험한 협상을 위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섰던 이블린 로스와 피니건까지.

모두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그 순간(혹은 바에 나란히 앉은 그 순간), 그들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접어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집을 읽고 난 뒤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주인공들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장면이 나오면 여기서 또 어떤 전환점이 시작되려는 걸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몇 년 전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다시 읽어도 그 충격은 여전하다. 인간의 삶이 이토록 비극적일 수 있을까.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이 누군가의 소박한 인생을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국가 권력의 잔인함과 악함, 그리고 그것에 당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지독한 나약함 앞에 분노와 회의감이 동시에 밀려든다. 모든 것을 잃은 이시바와 옴이 여전히 서로를 의지하며 디나를 찾아오고,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온정이 오가는 모습은 거대한 절망 속에서도 미쳐버리지 않고 인간성을 끝까지 붙잡으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몸부림을 볼수 있다. 기차 선로에 스스로 몸을 던져 생를 마감한 마넥은 거대한 절망 속에 한 줄기 희망을 보지 못했기에 생를 포기했던 것일까. 아니면 절망만이 가득한 세상에 홀로 멀쩡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