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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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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리나의 실종으로 렐레의 평범했던 삶은 와르르 무너졌고, 결국 아내와 이혼하기에 이른다. 딸을 찾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이는 아내에게 섭섭함을 느낀 렐레는, 매일 밤 딸이 사라진 ‘실버로드‘를 홀로 헤맨다.

리나가 사라진 지 3년이 흐른 어느 날, 리나 또래의 소녀 한나가 다시 실종되자 렐레는 직감적으로 동일범의 소행임을 느낀다. 한편, 렐레의 제자인 메야 역시 리나와 같은 또래다. 그녀는 남자친구 칼 요한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은 아버지 비르게르의 주도하에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고립된 곳이었다. 그 집에는 비르게르 부부와 칼 요한을 포함한 세 형제가 살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녀들을 지하 벙커에 감금한 범인은 삼 형제 중 한 명인 예란이었다. 비르게르는 아들 예란의 정신병을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를 숨기기 위해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결국 병이 심해진 예란은 여자를 동물처럼 사냥하며 순종하지 않으면 살해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비르게르는 아들의 범죄를 묵인하고 은폐하며 그들만의 폐쇄적인 왕국을 유지해왔다.
두 소녀는 결국 어머니 아니타의 결단 덕분에 구출되고, 갈 곳 없던 메야는 렐레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마침내 리나의 죽음을 받아들인 렐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삶의 곳곳에서 리나를 떠올린다.

오랜만에 몰입하기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면서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돌아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범인이 누구일지 나름의 추리를 해보았는데, 폐쇄적인 집안 분위기를 풍기는 비르게르나, 어딘가 수상쩍은 메야 어머니의 남자친구 토르비외른 둘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런 심리적인 복선 덕분에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이 더욱 흥미진진했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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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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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년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올리브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담담하게 풀어낸다.

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는 두 번의 결혼을 했지만, 두 남편을 모두 먼저 떠나보내는 상실을 겪는다. 혼자 남겨진 삶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그녀는 심장마비라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뒤에야 변화를 맞이한다. 서툴고 날이 서 있던 아들과의 관계도 차츰 회복의 길로 들어서며, 결국 노인 거주 타운에 입주해 그곳에서 진정한 친구 이저벨을 만나 고독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소설에는 올리브를 둘러싼 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그 관계망이 꽤나 촘촘해 앞부분을 다시 들춰보아야 하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일지라도, 내면에는 각자를 갉아먹는 치열한 고민과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도리 페이지: 데니의 동창이자 평범해 보였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신디 쿰스: 자상한 남편과 잘 자란 자녀를 둔, 소위 ‘정상적인‘ 삶의 표본 같았던 그녀 역시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으며 죽음을 기다린다. 그녀는 올리브 앞에서 자신의 진실한 고통을 털어놓고 죽음에 대한 불안함과 무서움을 이야기한다.

노년에는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감각의 예민함이 공존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올리브는 여전히 따사로운 햇빛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섬세함을 잃지 않는다. 늙어간다는 것은 감각이 조금 무뎌지는 과정일 수는 있지만, 생을 향한 열망과 사랑, 우정이라는 본질적인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올리브는 몸소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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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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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팬으로써 주저 없이 고른 책ㅎㅎ
단편은 읽고 나면 기억에서 빨리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까먹기 전에 얼른 독후감을 써보기로 한다.

총 8가지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경험담을 메모해 놓고
후에 그것을 정리하여 책으로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8가지 이야기 중 또렷이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이야기 - 사육제,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사육제는 실제로 유튜브로 슈만의 사육제를 검색해 자기전에 듣기도 했다. 사육제는 외모가 ‘아주 못생긴’ 여자와 하루키가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가까운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왠지 모르지만 사육제에서 하루키는 여자의 외모를 (다른 말로 애둘러 이야기 하지 않고 ) 아주 못생겼다고 여러번 강조한다. 그 못생긴 외모 탓인지 그의 와이프도 그녀와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았고, 하루키 역시 그녀에게 성적으로 전혀 끌리지 않았다. 어쨌든 아주 가깝게 지내던 두 사람은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하루키는 어느날 뉴스에서 사기혐의로 체포되는 그 여자를 보게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주 멋진 남편이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하루키가 느낀 미묘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하루키가 왜 그 여자를 그토록 못생긴 여자로 기억하고, 그 못생김에 상당부분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읽으면서 그 부분이 재미있게 여겨졌다. 제목은 사육제이지만 나에게는 못생긴 여자로 기억될 이야기😹😹😹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은 하루키가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인간의 말을 하는 원숭이를 만나는 신비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숭이는 더이상 같은 종족의 원숭이를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인간인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여성의 신분증과 같은 물건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훔치며 욕구를 채운다. 이름을 잃어버린 여성은 알수 없는 이유로 본인의 이름이 뭔지 깜빡하거나, 자기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한참 후에 하루키는 자기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다는 여자를 만나며 다시금 원숭이의 존재를 떠올린다.
인간인 여자와 사랑에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훔친다는 원숭이. 이름을 훔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번씩 정체성에 혼란이 오거나,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아마 그 원숭이가 이름을 훔쳐갔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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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갬빗 2022. 03. 01.]

용감한 여자, 바랴의 이야기.

바랴는 약혼자를 찾기위해 남자로 변장해 전쟁터로 향한다. 바랴의 약혼자는 러시아와 터키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작전을 전달하는 암호병. 약혼자를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지만 바랴는 호의를 베푸는 여러명의 남자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약혼자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바랴의 약혼자는 임무수행중 감옥에 갇히고 바랴는 그를 구하기 위해 전쟁터에 남기로 한다.

바랴는 전쟁터에서 매력적인 남성들을 만나게 된다. 판도린, 주로프, 맥에플린, 데브레, 루칸 등등. 몇몇은 바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고 바랴는 그런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루마니아군이 러시아를 도와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루마니아군 대령 루칸은 스파이로 의심받는다.

판도린의 예리한 추리로 스파이가 잡히면서 전쟁은 끝이난다. 바랴는 약혼자 페트루샤와 고향으로 돌아간다.


데브레는 자신의 나라 터키를 지키기 위해 적진의 진영에 프랑스 기자로 위장해 들어간다. 러시아의 작전에 혼선을 빚고, 중대한 정보를 빼내며 터키와 영국에 시간을 벌어주기도 한다.
결국 러시아의 승리로 끝이났지만 데브레는 막강한 러시아군이 잠시나마 주춤하도록 발을 거는 ‘갬빗‘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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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밤뿐인 2021. 10. 10.]

24살 아서 맥슬리가 보낸 짧고도 긴 하루. 음울함 가득한 존 윌리엄스의 첫 소설, ‘오직 밤뿐인‘.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혐오와 그리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청년 아서. 아서와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나 추측하며 읽었지만, 소설에서는 아서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룰 뿐 어린시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술집에서 만난 여자 클레어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아서는 내면의 고통이 분출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클레어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

책 제목처럼 빛이라고는 없는 오직 밤뿐인 날을 살아가는 아서에게 어쩌다 만난 클레어는 한 줄기 빛처럼 보였지만, 그녀 역시 어둠속으로 아서를 끌어들인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지만 아서가 본 한 줄기 빛도 금방 사라지고 아서에게는 다시 어둠만이 남는다.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서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극단적인 감정 표출에 빠져들어 술술 읽어내려간 책.

존 윌리엄스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 특히 ‘아우구스투스‘를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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