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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낭독자 - 북텔러리스트와 함께하는 소통과 치유의 낭독 만찬
북텔러리스트 지음 / 샨티 / 2022년 11월
평점 :
'공감낭독자'는 북텔러리스트가 쓴 책이다. 2014년 이진숙 연출가와 성우 구자형이 만나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북텔러리스트 모임, 지금은 김희선, 정훈석, 이용순, 조경아, 김경옥, 김현수, 문지영, 채안석, 김두리, 서승휘 등이 함께하고 있다. 이름을 들어서는 누군지 모르지만, 출연작을 보니 목소리를 들으면 다 알만한 사람들이다.
이 독서후기는 서평단에 지원하여 책을 선물받고 쓰고 있다. 서평단 모집 공고를 본 순간, 이건 내가 꼭 되어야 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그토록 갖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낭독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에는 단편소설 낭독모임에도 갔었다. 얼마나 멀던지 ... 그런데 막상 가서는 너무나 실망했다. '공감낭독자'에서 어느 성우의 경험 사례에도 나오듯이, 정말 모두들 너무나도 잘못 읽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낭독 모임에는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럼에도 낭독을 잊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두세 살 때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면, 눈물이 너무 나서 나중에는 펑펑 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몇번 그러고 나서는 책 읽어주기를 포기했다. 눈으로 보면 맹숭맹숭한 그림책이 왜 소리내서 읽기만 하면 최루탄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낭독 공감자'를 보면서 그 원리를 확연하게 깨달았다.
연출가 이진숙의 세 꼭지의 글은 북텔러리스트가 결성된 과정, 낭독의 효과와 방법을 정말 잘 설명해주고 있다. 기가 막혀도 이렇게 기가 막힌 설명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의 체험과 생각을 콕콕 증언해주었다.
게다가 더욱 더 무릎을 친 대목은, 323쪽의 6번, 표현- '어떻게'를 결정하지 마세요. 대목이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주인공 남자는 연극연출가인데, 연극제 준비를 하면서 배우들에게 대본 읽기부터 하게 한다. 그때 절대로 연기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냥 수십 번 건조하게 읽기를 요구한다. 배우들은 이런 연출 방법에 의문을 품고 이탈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지만, 모두 수긍하고 연습 잘 해서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다. 연극연출가가 이렇게 하는 것은 배우는 희곡의 주인공을 대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은, 표현을 어떻게 할까 내가 임의로 결정하지 말라는 이 책의 조언과 영화 속 연출가의 방식이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내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어떻게'를 임의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저자가 확신에 차서 힘 있게 말하고 있는 것을 내가 조용한 소리를 좋아한다고 살살 말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저자가 말한 대로 읽으려면 나는 저자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하고 저자의 말을 원형 그대로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단다.
낭독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것이라는 구절을 보니, 그동안 내가 오만했던 것 같다.
독서는 내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활동이다. 그런데 열 권을 읽었어도 백 권을 읽었어도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사람이 간혹 있다. 그것은 '어떻게'를 내 맘대로 정했기 때문이다. 독서의 효과를 진정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낭독을 하면 작가와 '연결'되고, '소통'하고, '공감'하고, '치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저자들의 말은 믿어도 된다. '낭독', 새해에는 낭독 모임을 하나 만들어 볼까나? 그전에 혼자라도 소리내어 읽기를 시작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샨티에서 오디오로 만나는 책들이 여럿 나와 있다. 어떨지 궁금하다.
더 이상 낭독을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낭독을 하면서 행복했지만, 낭독이 주는 행목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려 들 필요도 없었다. 그냥 화자에게 집중하고 화자와 교감하며 소리 내 말하면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청자와 마주보는 것에 전력투구했다. 화자의 말로 자신의 내적 세계를 확장하고, 화자가 되는 최적 경험을 하며, 자신의 낭독으로 책 속 화자에게 생명력이 부여되는 순간순간에 몰입했다. 그것으로 자신의 무의식이 동시에 깨어나고 깨어난 무의식은 정확히 우리가 생각한 것을 자기 몸이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 P14
낭독을 시작하면서는 언제나 책 속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상상하게 됐고, 그러면서 등장인물의 감정도 더 크게 느꼈다. 낭독은 나의 독서 경험을 크게 확장시켰고, 새로운 경험들을 선물해 주고 있다. (권서영) - P122
한 순가에 극중 인물에 몰입되는 느낌, 나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보는 경험,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나에게도 같은 반응이 일어날 때의 묘한 심리적 변화, 그리고 몸에서 나오는 반응 등 모든 것이 새로웠다. (김현수 성우의 글 중에서)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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