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벽 세 시에 깨어있는 사람을 위한 책?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는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픈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처방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다. 나 역시 새벽 세 시에 깨어있는 날이 허다했고, 몸져눕지는 않았어도 근골격계 질환과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불편함을 오래 겪은 터라, 이 책에 관심이 많이 갔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말하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돌봄과 아픔에 대한 통찰을 주기에 말이 너무 현란하고 구체성이 없었다. 먼저, 기존의 가족돌봄과 관 돌봄의 문제는 잘 지적했으나 대안으로 제시한 시민 돌봄이 너무 막연했다. 평상에 앉아 지나가는 환자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는 것인가? 이것은 돌봄 노동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이해다
둘째는 의존과 독립이 구분되기 힘들다면서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는 논리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파킨슨병으로 고개도 못들고 세수도 못하는 사람의 의존성(우리 엄마가 13년간 이렇게 살다가 돌아가셨다.) 지금 노트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의존성은 양적으로도 다르고 그래서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한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결정적으로 실소가 나온 대목은, 고독사가 나쁜가 하는 문장이었다. 고독이 나쁘지 않다고 해서 고독사가 나쁘지 않다는 이 괴상망측한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고독사의 고독이 인간 실존의 본질로서의 고독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다시 반복하지만, 좀 평이하게 일상 언어로 쓰면 좋겠다. 이 책의 독자는 누구일까 참 궁금하다. 특정 운동 집단만의 암호 같은 언어로는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