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벽난로 앞에 앉아 있었다.
지난번에 헤어졌을 때와 똑같이 무릎에 책을 펴놓은 채
미소를 지으면서.
아들이 외국에나가거나 귀국하더라도 야단법석을 떨지 않고담담히 대하는 것은 어머니의 습관이었다.
그는 편안한 이 방에서 그저 며칠 잠깐 떨어져 있다가
나타난 양 행동했다. 어머니가 큰 벽난로 앞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을 하면서 평생을 보내기에 좋은 방이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예전과 똑같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빈 공간과 이별의 시간을 단단히 채우고 아들이 떠나 있는
동안 밀려왔던 고독함을 메워주는 그런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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