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허무한 존재가 살려는 의지는 왜 강한가
살려는 의지의 가장 확실한 존재인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보자. 우리 몸의 체내 기관과 세포는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기계인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모든 기관들이 살려고 하는 의지의 완벽한 부속품으로 존재하고 있다가 그처럼허망하게 흙으로 돌아가고 그 모든 본능과 노력조차 무력하게 좌절되는 것을 보라.
그것은 인간 의지의 모든 노력이 공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같은 허무한 심정은 독일의 시인 괴테의 시에도 나온다.
"옛 성루에는 영웅의 망령만이 우뚝 솟아 있도다."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허무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그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라는 뜻이다. 현상이라는 것은 참된 실재가 아니라 그림자, 혹은 환각 그 자체라는 뜻이다.
우리가 실재적존재 그 자체라면 결코 그렇게 허무하게
소멸될 리가 없다.
내가 인간의 삶을 착각의 파편으로 계속해서 보는 이유는 모든 존재가 끝내는 파멸되기 때문이다. 그처럼 결국은 파멸의 무로 돌아가는 존재가 왜 그토록 살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인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시인 바이런은 삶의 허무를 착각에 비유한 시를 썼다.
"드디어 그는 깨닫게 되리라.
비애의 노새가 손을 잡고 그를 죽음으로 인도했음을
그리고 오랜 괴로움을 겪어온 생애가
결론은 미궁에 빠져 있었음을!"
이 시는 나의 세계관과 일치하고 있다.
인간은 인간이 되었다는 자체가 이미 미궁에 빠져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 그렇다면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아주 당연히 그리고 기꺼이
받아들여야한다. 울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리이고,죽음이란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바로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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