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

우리에게는 존재가 허락되지 않았지. 우린 흐름일 뿐이라,
비타기꺼이 온갖 형식으로 흘러 들어가네.
낮으로, 밤으로, 동굴로, 사원으로
흘러 지나가네, 존재하고픈 갈망에 쫓겨서.


그렇게 쉬지 않고 형식을 채워 가도,
어느 것 하나 우리의 고향, 행복, 불행은 되지 않지.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고, 늘 손님이니,
밭도 쟁기도 우리와 상관없고, 
우리에게선 곡식이 자라지않네.


모르겠네, 신은 우리를 어찌하려 하시는지
손에 든 진흙인 양 주무르고 계시구나.
말 없고, 말랑하고, 웃지도 울지도 않는 진흙,
빚어지긴 했으나, 구어지진 않았구나.

언젠가는 돌로 굳어지리! 언젠가는 영속하리!
이런 동경 우리 가슴에 영원히 흘러가네,
그래도 영원히 남는 건 불안한 전율뿐이니
우리 결코 길 위에서 쉴 수는 없음이라.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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