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 - 알베르토와 함께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개정증보판
알베르토 몬디.이윤주 지음 / 틈새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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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거나 이탈리아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한국인이 궁금해하는 부분만 쏙쏙 뽑아서 만든 '한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입문서'이다. 커피, 음식, 언어, 문화, 축구 등 가장 흥미로운 주제 12가지를 뽑아서 이탈리아인 알베르토가 쉽고 편안하게 말해준다.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는 2017년에 출간한 <이탈리아의 사생활>의 개정 증보판이다. 한국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어쩌면 우리보다도 우리를 잘 아는 이탈리아인이 진한 애정과 경험이 녹진하게 글에 담겨 있다. 20대에 한국에 와서 17여 년간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자라 말해줄 수 있는 이탈리아의 문화적 배경, 한국에서 자리 잡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면서 체험한 것이 알베르토의 토양이 되어 양국의 문화와 차이점을 비교해 준다. 특히 생소한 이탈리아의 정서나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드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찰진 비유로 단번에 이해가 되면서 어찌나 한국적인지!







알베르토 몬디(Alberto Mondi)는 2014년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얼굴을 알렸다. 한국말을 정말 정말 잘하는 외국인들이 잔뜩 나와 매주 한 가지 주제로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베르토는 해박한 지식과 유머 그리고 이탈리아인 특유의 사랑꾼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외국인으로 한국에 살아가면서 느낀 점과 받은 질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특히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신성한 의식과 같다. P. 24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커피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신기하고 재밌는 이탈리아 커피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를 생산하지도 않는 국가지만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진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와 활기찬 바르(Bar)의 분위기는 한국과 전혀 다른 카페 분위기를 만든다. 모카포트부터 다양한 커피 메뉴까지 큼지막한 사진을 보며 글을 읽으니 이탈리아에서 마신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알베르토가 대학을 다닌 베네치아의 카페도 소개했는데 무척 가보고 싶어 구글 지도에서 위치를 찾아봤다. 언젠간 갈 수 있겠지.









알베르토가 이탈리아의 문화를 나름의 방식으로 정의 내린 부분이 와닿았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한 발자국 떨어져 보면 두드러진 특징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 특징을 알맞게 설명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이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에서 느껴졌다.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며, 한국에 살며 질문하고, 질문받고, 고민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알베르토만의 언어로 정제된 이탈리아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이윤주 작가님의 도움으로 좀 더 한국인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어졌기도 하다.




이탈리아도 물가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에스프레소만큼은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한국으로 치면 공깃밥 가격이 오르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정서가 있다. P. 30


중요한 것은 이탈리아 음식을 '한번에' 알기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중략) 유명하다고 소개된 곳 한두 군데만 가 보고 맛을 판단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대도시일수록 더 그렇다. 외국인이 서울 한복판의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서 '한국 음식이 이렇구나!'라고 결론짓는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겠나? P. 99








한국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일이지만 이탈리아는 하나의 직업으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로 여기는 게 좋았다. 카페(바르 Bar)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는 정직원이기 때문에 커피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손님과 매일 대화를 나누고 단골손님의 취향을 기억한다. 음식점에서도 요리사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손님과 소통하는 점에서 세상의 모든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콤파니아Compagnia와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성당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청소년 문화센터인 파트로나토Patronato에서 운동도 하고 동네 친구도 사귈 수 있는 건 참 좋아 보였다. 학교 폭력과 공동체 활동의 부재로 삭막해지는 한국 사회에 이런 역할을 할 곳이 생기면 참 좋겠다.





이성 간의 긴장감이 심한 우리나라도 이탈리아처럼 친구라는 개념 안에 모두 편하게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직 난 뼛속까지 유교걸이라 남자인 친구 무릎에 올라가거나 가슴을 만지는(아무리 쌍방 동의를 했어도) 행위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리도 약물 남용에 관련해서도 알베르토 부모님의 교육관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성인이 될 수 있게 교육하신 것을 보면 알베르토는 참 좋은 부모님을 만난 것 같다.



(내 부모님은) 다만 본인의 행동에 책임지는 것을 아주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P. 248








알면 알게 될수록 진국인 알베르토다. 오래 방송활동을 할 수 있는 비밀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좁은 시야에 갇혀 있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자신만의 필터를 통해서 좋은 면을 찾아보려고 하는 모습이 참 좋다. 부모의 역할은 혼자 잘 살수 있는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하셨다. 요즘 한국은 대학을 넘어 군대까지 부모의 간섭한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처럼 17-8세부터는 전적으로 자신의 삶에 책임지는 법을 가르쳐야 20대에는 스스로를 책임지는 성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탈리아 여행 전에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를 읽는다면 좀 더 넓은 이해력을 갖고 더 많은 경험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와 읽고 이야기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쉽게 읽히고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친구 문화나 학교생활 차이, 우리나라에 활용할 장점 등 아이와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문장수집




이렇게 커피가 일상에 깊이 배어 있으니, 아이들은 커피 마실 날을 기대한다. P. 43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가장 먼저 와인을 정해야 한다. 레드인지 화이트인지에 따라 안티파스토부터 프리모, 세콘도가 모두 이어진다. P. 66



식당에서 계산하는 문화는 이탈리아와 한국이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돈 걱정을 하기보다는 맛있게 먹는 데 집중한다. 더치페이는 좀 마뜩잖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대체로 '적당히' 돌아가면서 낸다. 그러다가 형편이 좀 더 좋은 친구가 몇 번 더 쏘는 식이다. P. 85



이탈리아의 정체성은 도시 국가의 전통에서 오는 다양성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양함이 바로 이탈리아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이다. P. 105



28개 공식 언어 중 하나가 이탈리아어라는 말이다. 사투리만 해도 400개다. (중략) 역사가 오래된 베네치아, 밀라노, 시칠리아 같은 동네는 그곳 말로 된 독자적인 문학 작품이 있을 정도다. P. 106



베네치아 출신으로서, 나는 베네치아의 말이 살아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P. 112




대부분의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할머니와 엄마의 영향력이 제일 크다. 소위 '68혁명'이 일어나면서 페미니즘이 등장했다. 당시로서는 가장 혁명적인 분위기를 경험한 이들이 우리 부모 세대였고, 요즘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런 부모들의 분위기를 물려받은 셈이다. P. 119



이탈리아는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를 집에 자주 데려온다. 상대방 부모님이랑 밥도 먹고 맥주도 한잔하면서 가족처럼 지낸다. 둘이 문 닫고 방에 들어가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P. 122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떤 운명적인 만남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P. 128



정말이지 모든 여성은 저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데, 그 아름다움에 걸맞은 미소와 찬사를 보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나! P. 132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나라들과 비교하면 가치관이 변하는 속도가 느리다. 다시 말해 전통을 지키려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P. 139



마을의 모든 성당에는 일종의 청소년 문화센터인 파트로나토Patronato가 있다. 시설 이용은 모두 공짜고, 음료나 간식을 파는 편의점도 아주 저렴하다. 1년 내내 열려 있고 부모님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여기 있으면 안심할 수 있으니 지역 사회에 아주 유익한 공간이다. 여름 방학 기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해 도시 안의 캠프도 운영한다. 휴가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과 레저 기능을 동시에 제공한다. P. 146-148



이탈리아인들은 여름휴가를 위해 일 년을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163



콤파니아Compagnia 쉽게 말하면 무리를 지어 같이 노는 그룹이다. 너덧 명 정도의 소규모가 아니다. 거의 한 학급 수준으로 20~30명쯤 된다. P. 189



이탈리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고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P. 206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시칠리아나 나폴리에 간들 마피아를 실제로 만날 일은 거의 없다. P. 213



이탈리아의 학교들은 아주 많은 부분을 학생 자율에 맡기되, 스스로 결과에 책임을 지지 못하면 상위 학년에 진급할 수 없다. P. 231



하루하루 그날의 숙제를 하고,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면서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는 것이 이탈리아 학생들이 할 일이다. P. 235



이탈리아 고등학생들이 '어른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바로 학생 파업이다. P. 238



유급 기준이 엄격하고 좋은 학교의 학생들일수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P. 241




웬만한 학생들은 자기 지역의 스포츠 클럽 하나씩에는 소속돼 있다. (중략) 스포츠 교육은 학교가 아니라 각 지역의 클럽에서 담당하는 셈이다. P. 257



스포츠 활동은 협동심을 길러 주는 아주 중요한 교육이다. 일찍부터 하나의 '사회'를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략)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면서 감정을 공유한다, 승부욕과 인내심도 더불어 배운다. P. 270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끔 우스개로, 한국 사람들은 공부를 좀 덜하는 대신 문화생활을 많이 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문화생활 좀 그만하고 공부를 했으면 좋겠따고 말하곤 한다. 둘이 섞어 놓으면 좋지 않을까? P. 294






틈새책방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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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커피는, 특히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신성한 의식과 같다. P. 24 - P24

(내 부모님은) 다만 본인의 행동에 책임지는 것을 아주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P. 248 - P248

이탈리아의 정체성은 도시 국가의 전통에서 오는 다양성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양함이 바로 이탈리아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이다. P. 105 - P105

베네치아 출신으로서, 나는 베네치아의 말이 살아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P. 112 - P112

대부분의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할머니와 엄마의 영향력이 제일 크다. 소위 ‘68혁명‘이 일어나면서 페미니즘이 등장했다. 당시로서는 가장 혁명적인 분위기를 경험한 이들이 우리 부모 세대였고, 요즘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런 부모들의 분위기를 물려받은 셈이다. P. 119 - P119

정말이지 모든 여성은 저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데, 그 아름다움에 걸맞은 미소와 찬사를 보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나! P. 132 - P132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나라들과 비교하면 가치관이 변하는 속도가 느리다. 다시 말해 전통을 지키려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P. 139 - P139

마을의 모든 성당에는 일종의 청소년 문화센터인 파트로나토Patronato가 있다. 시설 이용은 모두 공짜고, 음료나 간식을 파는 편의점도 아주 저렴하다. 1년 내내 열려 있고 부모님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여기 있으면 안심할 수 있으니 지역 사회에 아주 유익한 공간이다. 여름 방학 기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해 도시 안의 캠프도 운영한다. 휴가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과 레저 기능을 동시에 제공한다. P. 146-148 - P148

이탈리아 고등학생들이 ‘어른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바로 학생 파업이다. P. 238 - P238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끔 우스개로, 한국 사람들은 공부를 좀 덜하는 대신 문화생활을 많이 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문화생활 좀 그만하고 공부를 했으면 좋겠따고 말하곤 한다. 둘이 섞어 놓으면 좋지 않을까? P. 294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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