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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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항적이지만 예의 있게 유쾌한 번역가의 푸념 고발 에세이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반항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저자 안톤 허는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 몇 없는 한영 한국문학번역가이다. 2022년 <저주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에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인 번역가 최초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두 작품이 동시에 후보로 오른 더블 롱 리스트 번역가이기도 하다.






 저자를 글보다 영상으로 먼저 접했다. 말투와 몸짓에서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졌고 묘하게 타일러 라쉬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궁금증이 많아 아는 게 많고 그래서 생각이 많아 말을 많이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많아탈트 붕괴 현상이 올 거 같은 ㅎㅎ) 외국 국적을 가진 교포인 줄 알았는데, 해외 경험이 많은 한국 국적의 한국 아재라고 책에서 강조하셨다.











 얼마나 많이 자신에 대한 오해와 표면적인 질문에 답하셨는지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 목록 같은 느낌도 받았다. "나한테 물어보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으시오." 그래서 윔피 키드의 그레그 헤플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레그는 중1이 되면서 일기를 쓰는데 나중에 자신이 유명 인사가 되면 받을 수많은 질문에 대비해 성장기를 자세히 적어두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결과를 놓고 역으로 사람을 추측한다. 유명해져야 관심을 가지니까. 그래서 저자의 삶을 쉽게 판단할 수도 있다. 주재원으로 일한 부모님 덕분에 쉽게 영어를 배우고 두세 개의 언어를 하는 특별한 능력을 활용해 작품을 번역했는데 짜잔! 유명한 상도 받았네라고 말이다.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의 묘미는 이것이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성공'했어가 아니라, 한국문학 번역가 개 힘든데 내가 하고 싶어서 했거든 근데 운 좋게 상도 받고 유명해졌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 좀 할게 들어바이다.




 웃자고 운 좋게라고 표현했지 저자는 한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시간, 노력, 비용을 쏟아부었다. 평생 수많은 책을 읽었고, 여러 나라에서 사는 경험을 축적하고, 영어와 한국어를 체득하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고, 번역가를 반대하는 부모님과 싸우고, 번역가를 하대하는 사회 구조와 사람들에게 투쟁했으며, 좋은 작품을 찾아내기 위해 매일같이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굳게 닫힌 영미 출판사의 문을 맨땅에 헤딩하듯 두드렸다. 힘들지만 차곡차곡 쌓아 준비해온 결실을 드디어 맺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맺을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의 현실과 번역가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혹은 비꼬는 부분이 참 통쾌하게 느껴졌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꽤 재밌게 느껴졌는데 설명을 덧붙이자면 당연히 상황이 재밌는 게 아니고! 비꼼의 매력이랄까. 내가 생각하기에 언어의 고차원적 매력은 돌려까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화자와 청자가 모두 같은 배경지식이 있어 비슷한 수준의 이해력이 뒷받침돼야 이런 한 두 바퀴 돌려 말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특히 영어란 언어에서는 이러한 비꼼(sarcasticness)을 좋아하고 즐긴다고 한다. 한국말의 우회적 표현과 영어의 우회적 표현은 방식이 좀 다르다. 안톤 허는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영어식 비꼼을 한국말로 표현하여 자신이 그동안 부조리하고 답답하다고 느낀 부분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워낙 이쪽 분야에 정보가 없는 독자로써는 이런 정보와 표현이 신선하고 재밌고 심지어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방식이 겸손하지만 줏대 있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비판할 때 자칫 잘못하면 거만하고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항상 겸손한 태도로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난이 없다. 힘든 것을 말하다 보면 감정적이 되기 쉬운데 이런 것을 배제하고 잘 말해주고 있다. 학창 시절에 만났으면 굉장히 좋아할 친구서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본인은 진지하게 말하는데 주변에서 웃겨서 숨넘어가는 상황에서 저는 숨넘어가면서 눈에 하트 생기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문학 번역가에게 이렇게 지원이 적고 그나마 있던 지원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것저것 규탄해야 하지만 이건 정말 우선순위로 규탄해야 한다!) 최근에 국제적 망신살을 아주 단단히 뻗친 짐보리 주최국 일도 대리 수치를 무척이나 많이 느꼈다. 물론 준비 시간과 투입된 비용에 비해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도 문제였지만, 한국 대중문화가 국가의 이미지를 부상시키고 있는 중대한 시기라는 게 가장 주목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여러 나라에 국제 통용어인 영어로 우리 문학을 소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




 서구권 국가에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열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열강의 언어를 배우고 이들이 세운 학문을 배우는 데에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는 것이 아닌가. 중국이나 일본처럼 인구나 자본이 받쳐주지 않는 우리가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영미권의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게 우리가 취할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통역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직업이라 그만두고 학습법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유명한 동시통역사 임종령님도 방송에서 통역가는 그림자와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번역가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것은 180도로 바뀔 수 있기에 번역이란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을'의 자세를 좀 내려놔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안톤 허는 '갑'의 태도를 꼬집는다. 내가 너무나도 '을'에 익숙해져서 '갑질'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저자처럼 반기를 들고 말하는 사람은 될 수 없을지언정 작은 물길 하나라도 터놓을 수 있는 조력자는 될 수 있겠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안톤 허 같은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영혼을 갈아 넣고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독자들도 정부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주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번역가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나부터라도 시작해야지. 아무도 하지 말라곤 안 했으니까 ;)






#문장수집



내가 주어진 이 일이 얼마나 답답하고, 막막하고, 힘든지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다. 비록 그것이 우아한 기록은 아닐지라도. P. 9 l 프롤로그 - 조용히 앉아서 번역이나 하지




나는 이른바 '무서운 분'이다. 그래서 말한다. 번역은 쉬울지 몰라도, 번역가는 힘들다고. 나는 한국문학 번역가다. P. 25




결국 훌륭한 번역가란 명문 대학을 졸업한 번역가나 '원어민'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과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번역가이므로. P. 30




다만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해서 독서의 힘으로 무식할 정도로 '맨땅 헤딩'을 하다 보니 어느덧 문학번역으로 먹고사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P. 33




나는 이 시기에 온몸으로 언어를 익히고 언어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번역가들은 육체가 어디에 거주하든 항상 자신의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 번역가에게 언어란 항상 돌아갈 수 있는,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느 고장과도 같다. P. 49




마지막으로 그 길이 당신을 어디로 인도하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무엇을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P. 51




물론 나는 지금도 영어로든, 제삼자에게든 작가님을 'Kyung-Sook'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온 제우스신을 만났을 때 '제우스 형'이라고 부르는 일과 다름없지 않은가. P. 73




서울 혜화동에는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서점이 있는데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시집 전문 서점이 아닐까 싶다. P. 80




"'영국인다움'을 굳이 정의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실패를 얼마나 반복하든 꿋꿋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뭐라 한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확고하면 그만이다. P. 115




남들이 뭐라고 하든 원하는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값진 기쁨을 얻었고 그 기쁨이 있는 한 나머지는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P. 120




실패란 없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만 있을 뿐. 다시 말해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많은 경우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실패는 뭔가를 잃는 과정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 과정이다. P. 137




딴 나라들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일례로 쇼트 리스트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작가와 프랜시스 리들(미국의 라틴아메리카 문학 번역가) 일행은 런던의 아르헨티나 대사 관저에서 묵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소프트파워 지원 전략의 민낯이다. P. 151




모든 전문 문학번역가는 풀어헤친 번역을 다시 함축적 언어로 촘촘하게 짜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원서의 내용만이 아닌, 페이스까지 번역해야 하는 건 물론입니다. P. 169




신경숙 작가의 글은 매우 열심히 망쳐야 겨우 망칠까 말 까인데 전 너무 게을러서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망칠 자신이 없어요. 제 번역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번역이 완전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는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우리 작가님들만 완벽하시면 됐어요. P. 171




번역가야말로 궁극의 학습자, 궁극의 독자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번역가는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구사하니까요. 번역가의 모든 지식과 무지는 번역에서 드러납니다. P. 175




문학은 신비롭습니다. 번역을 할 때 제 영혼의 작은 파편이 번역에 실리게 되고, 독자는 그 파편에 반응하는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좋아하고, 제가 의도했던 리딩을(정확히 말하면 제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하는 리딩을) 그대로 쫓아가는 독자들을 보면 번역가로서 말로 형언하기 힘든 뿌듯함을 느낍니다. P. 177




자, 요약하면 지식은 번역가에게 해로우며, 지식의 해를 최소화하려면 더 많은 지식을 체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을 체득하다 보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죠. P. 178




번역가 이름을 표지에 기재해 달라는 요구 사항은 허영심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물론 저야 허영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지만). 이 문제는 번역가들이 창작을 하는 창조적 직종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번역을 단순히 거창한 서류 작업이 아닌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를 반영합니다. P. 181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 여정이었으면 정보라 작가님과 제가 수상이 불발되었을 때 런던 길거리에서 "우린 해방이다!"라고 외치며 손을 잡고 춤을 추었겠습니까. P. 186




"안톤을 울리지 않도록 조심해!" 몇 년 동안 의견을 내면 무시만 당하다가 이렇게 존경받고 대우받다니. 혼포드 스타여, 영원하라. P. 205




저는 번역가란 출신국의 문화 대사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수교는 국가 간 자주권이 인정될 때만 가능할 텐데 식민지가 자주권을 가지고 있을 리 없습니다. P. 215




번역가의 일은 결국 사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의미를, 사전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언어는 불변의 존재가 아니니까요. P. 219




제가 왜 제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을 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할까요? 그런 교수님들은 그냥 계속 프루스트나 읽으라 하죠. P. 221







어크로스 A.B.C 시즌 5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말라고는안했잖아요 #안톤허 #어크로스 #한국문학번역가 #내갈길가는에세이 #에세이 #부커상후보 #한영번역가 #번역가에세이 #번역가 #허정범 #cursedbunny #loveinthebigcity #violets




내가 주어진 이 일이 얼마나 답답하고, 막막하고, 힘든지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다. 비록 그것이 우아한 기록은 아닐지라도. P. 9 l 프롤로그 - 조용히 앉아서 번역이나 하지 - P9

나는 이른바 ‘무서운 분‘이다. 그래서 말한다. 번역은 쉬울지 몰라도, 번역가는 힘들다고. 나는 한국문학 번역가다. P. 25 - P25

결국 훌륭한 번역가란 명문 대학을 졸업한 번역가나 ‘원어민‘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과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번역가이므로. P. 30 - P30

다만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해서 독서의 힘으로 무식할 정도로 ‘맨땅 헤딩‘을 하다 보니 어느덧 문학번역으로 먹고사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P. 33

- P33

나는 이 시기에 온몸으로 언어를 익히고 언어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번역가들은 육체가 어디에 거주하든 항상 자신의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 번역가에게 언어란 항상 돌아갈 수 있는,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느 고장과도 같다. P. 49 - P49

마지막으로 그 길이 당신을 어디로 인도하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무엇을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P. 51 - P51

물론 나는 지금도 영어로든, 제삼자에게든 작가님을 ‘Kyung-Sook‘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온 제우스신을 만났을 때 ‘제우스 형‘이라고 부르는 일과 다름없지 않은가. P. 73 - P73

서울 혜화동에는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서점이 있는데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시집 전문 서점이 아닐까 싶다. P. 80

- P80

"‘영국인다움‘을 굳이 정의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실패를 얼마나 반복하든 꿋꿋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뭐라 한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확고하면 그만이다. P. 115 - P115

남들이 뭐라고 하든 원하는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값진 기쁨을 얻었고 그 기쁨이 있는 한 나머지는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P. 120 - P120

실패란 없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만 있을 뿐. 다시 말해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많은 경우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실패는 뭔가를 잃는 과정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 과정이다. P. 137 - P137

딴 나라들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일례로 쇼트 리스트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작가와 프랜시스 리들(미국의 라틴아메리카 문학 번역가) 일행은 런던의 아르헨티나 대사 관저에서 묵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소프트파워 지원 전략의 민낯이다. P. 151 - P151

모든 전문 문학번역가는 풀어헤친 번역을 다시 함축적 언어로 촘촘하게 짜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원서의 내용만이 아닌, 페이스까지 번역해야 하는 건 물론입니다. P. 169 - P169

신경숙 작가의 글은 매우 열심히 망쳐야 겨우 망칠까 말 까인데 전 너무 게을러서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망칠 자신이 없어요. 제 번역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번역이 완전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는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우리 작가님들만 완벽하시면 됐어요. P. 171 - P171

번역가야말로 궁극의 학습자, 궁극의 독자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번역가는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구사하니까요. 번역가의 모든 지식과 무지는 번역에서 드러납니다. P. 175 - P175

문학은 신비롭습니다. 번역을 할 때 제 영혼의 작은 파편이 번역에 실리게 되고, 독자는 그 파편에 반응하는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좋아하고, 제가 의도했던 리딩을(정확히 말하면 제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하는 리딩을) 그대로 쫓아가는 독자들을 보면 번역가로서 말로 형언하기 힘든 뿌듯함을 느낍니다. P. 177 - P177

저는 번역가란 출신국의 문화 대사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수교는 국가 간 자주권이 인정될 때만 가능할 텐데 식민지가 자주권을 가지고 있을 리 없습니다. P. 215 - P215

제가 왜 제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을 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할까요? 그런 교수님들은 그냥 계속 프루스트나 읽으라 하죠. P.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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