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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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속에 숨어 있는 아둔한 장군들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성공한 이야기는 많이 접할 수 있으나 실패 사례는 듣기 어렵다. 다들 실패를 숨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의 실패를 엮은 책이 나왔다. 일명 똥별의 이야기 『별들의 흑역사』이다.




권성욱 저자는 전쟁사 연구가로 블로그에 각종 전쟁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세계 1, 2차 대전에 특히 관심이 많다. 다수의 전쟁 관련 책을 출간했고, <덩케르크>를 비롯한 전쟁 관련 번역서를 감수한 전쟁 덕후, 전쟁 전문가이다.











대중은 실패한 이야기보다 남의 성공담을 선호하는 법이다. (중략) 그러나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성공한 소수의 뒤에는 실패한 다수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눈여겨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은 어떻게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왜 실패했느냐가 아닐까. P.6 서문









『별들의 흑역사』는 총 12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에 등장하는 장군들은 신기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신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눈앞에 이익만 바라보고 있으며 편협함의 끝을 보여준다.




수많은 똥별에게 감사한 마음도 든다. 어쨌든 이들의 어리석은 결정 덕분에 현재가 있으니까.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만을 내리진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래서 인간사가 참 재밌는 부분도 있다.






이탈리아는 내가 좋아하는 국가이다. 여행을 가기도 했고 음식을 비롯해서 하나씩 열거하면 끝도 없이 이유를 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별들의 흑역사』를 읽으면서 약간의(?) 배신감을 느낀 곳도 이탈리아다. 많이 좋아하기에 실망감이 큰 것일까.




독일에 가려져 이탈리아가 전범국이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로마시대의 영광을 간직한 국가형태의 보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지를 어찌 그리 잘 만들었는지. (물론 일부 전쟁은 일부 윗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 국민은 죄가 없지)






로마 시대의 영광을 좇아 아프리카 대륙을 침략하고 비인간적인 독가스 살포는 나치만큼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인과 살포시 환경도 말살시킨 독가스 살포는 글로만 봐도 참혹하기 그지없다. 똥별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부상자와 사망자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타국에 전쟁 인질로 잡혀 평생 노예 노역을 하며 살아간 사람들이다.




100년도 안된 전쟁사의 참혹한 사실을 우리는 그리 쉽게 잊을까. 지금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중이다. 지구촌이라며 전 세계가 이웃사촌처럼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막상 전쟁이 발발하니 매듭지을 방법이 없다. 전지 국가의 민간인들만 피해를 받고 있다.







가장 마음에 남은 건 마지막 12장에의 한국 전쟁 이야기다. 미국의 무책임함도 화나고 친일파가 아직도 큰소리치고 부유하게 살게 된 경위를 알게 되니 마음이 답답했다. 최근에 본 영화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바꾸고 싶었다. (시간의 흐름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정의 실현이 불가능한 곳에서 우리는 무엇이 가장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이 무엇이라고 말해 줄 수 있을까.






진실 여부를 떠나서 어느 나라이건 승전은 강조하고 수치스러운 패배의 역사는 숨기거나 축소하기 마련이다. P. 518 l 제12장







인간이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 삶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기에 다음, 다다음 세대가 기억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상기해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전쟁 속 어리석은 똥별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별들의 흑역사』를 권하고 싶다.













믿기 어렵게도 이탈리아군 또한 일본군처럼 방어보다 공격을 중시했고 정신력을 강조했다. (중략)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탈리아군에게는 일본군과 같은 광신적인 면이 없었다. 그렇다고 물질적인 우위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군대는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는 대신 열병식에만 열을 올렸다. 장군들의 무관심과 자금 부족으로 신무기의 개발은 지연되었다. 병사들이 지급받은 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P.23 ㅣ 제1장




문제는 무솔리니의 전쟁 지휘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었다. (중략) 나중에 새로운 전차들이 도착하면서 전력이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여단 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P. 48 l 제1장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못지않게 잔혹한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 입장에서는 유색 인종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은 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을 상대로 전범재판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전범재판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정의며 누가 정의의 이름 아래 처벌될지는 오직 서구 열강에게 달렸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 정치였다. 배상하는 일도 없었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한 것은 반세기도 더 지난 1997년이었다. P. 58 l 제1장





제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자국민들조차 부끄러워하는 군대를 꼽는다면 이탈리아군과 일본군이 있다. 전후 일본인들이 쓴 책에서도 일본군은 혹평 일색이다. P. 64 l 제2장




무다구치 렌야의 모습은 하도 뻔뻔하여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들지 못할 판이었다. 일흔일곱 살의 나이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졸렬한 지휘로 개죽음했던 수많은 병사에게 사죄하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임종할 때 임팔작전의 실패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쯤 되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도 구제 불능의 불치병이 아닐까 싶다. P. 90 l 제2장




가믈랭은 20년 전과 같은 참혹한 싸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략) 프랑스의 모순은 실제로는 강대국이 아니면서도 여전히 철 지난 영광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강대국이라고 굳게 믿고 유럽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한다는 사실이었다. P. 106 l 제3장




이탈리아 폭격기들은 베두인족 마을에 독가스 폭탄을 떨어트리고 달아나는 민간인들에게 기관총을 퍼부었다. (중략) 가스실만 없을 뿐 열악함은 나치의 악명 높은 유태인 수용소에 비견할 만했다. P. 206 l 제6장




12월 23일 에티오피아군은 에리트레아 국경으로 진군하던 중 이탈리아 폭격기를 발견했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공사격을 시작했지만 이탈리아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은 폭발하는 대신 대량의 액체를 쏟아냈다. (중략) 액체를 뒤집어쓴 병사들은 순식간에 손과 발, 얼굴에 물집이 잡히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P.211 l 제6장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중략)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전제 군주였지만 그에 걸맞은 도덕심이나 책임감은 없었다. 무솔리니는 삼류 선동가를 권좌에 앉힌 자도 국왕이었고, 무솔리니가 20년 동안 나라를 망치는 것을 방관한 자도 국왕이었으며,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다며 연합군과의 협상 재물로 삼으려다가 히틀러의 분노를 초래하자 겁에 질려 나라를 버리고 달아난 자도 국왕이었다. P. 242 l 제6장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게 있었다. 트루먼 행정부는 처음에는 한반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일본 패망 직전에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기로 했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P.523 l 제12장



미군정 통치는 3년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시간은 일제나 소련 군정 이상의 혼란과 부작용, 상처를 남겼다. 미국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것이 미국 엘리트들의 모순이자 도덕적 위선이었다. P. 524 l 제12장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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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실패한 이야기보다 남의 성공담을 선호하는 법이다. (중략) 그러나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성공한 소수의 뒤에는 실패한 다수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눈여겨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은 어떻게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왜 실패했느냐가 아닐까. P.6 서문 - P6

진실 여부를 떠나서 어느 나라이건 승전은 강조하고 수치스러운 패배의 역사는 숨기거나 축소하기 마련이다. P. 518 l 제12장 - P518

믿기 어렵게도 이탈리아군 또한 일본군처럼 방어보다 공격을 중시했고 정신력을 강조했다. (중략)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탈리아군에게는 일본군과 같은 광신적인 면이 없었다. 그렇다고 물질적인 우위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군대는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는 대신 열병식에만 열을 올렸다. 장군들의 무관심과 자금 부족으로 신무기의 개발은 지연되었다. 병사들이 지급받은 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P.23 ㅣ 제1장 - P23

문제는 무솔리니의 전쟁 지휘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었다. (중략) 나중에 새로운 전차들이 도착하면서 전력이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여단 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P. 48 l 제1장 - P48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못지않게 잔혹한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 입장에서는 유색 인종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은 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을 상대로 전범재판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전범재판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정의며 누가 정의의 이름 아래 처벌될지는 오직 서구 열강에게 달렸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 정치였다. 배상하는 일도 없었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한 것은 반세기도 더 지난 1997년이었다. P. 58 l 제1장

- P58

제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자국민들조차 부끄러워하는 군대를 꼽는다면 이탈리아군과 일본군이 있다. 전후 일본인들이 쓴 책에서도 일본군은 혹평 일색이다. P. 64 l 제2장

- P64

무다구치 렌야의 모습은 하도 뻔뻔하여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들지 못할 판이었다. 일흔일곱 살의 나이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졸렬한 지휘로 개죽음했던 수많은 병사에게 사죄하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임종할 때 임팔작전의 실패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쯤 되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도 구제 불능의 불치병이 아닐까 싶다. P. 90 l 제2장 - P90

가믈랭은 20년 전과 같은 참혹한 싸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략) 프랑스의 모순은 실제로는 강대국이 아니면서도 여전히 철 지난 영광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강대국이라고 굳게 믿고 유럽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한다는 사실이었다. P. 106 l 제3장 - P106

이탈리아 폭격기들은 베두인족 마을에 독가스 폭탄을 떨어트리고 달아나는 민간인들에게 기관총을 퍼부었다. (중략) 가스실만 없을 뿐 열악함은 나치의 악명 높은 유태인 수용소에 비견할 만했다. P. 206 l 제6장 - P206

12월 23일 에티오피아군은 에리트레아 국경으로 진군하던 중 이탈리아 폭격기를 발견했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공사격을 시작했지만 이탈리아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은 폭발하는 대신 대량의 액체를 쏟아냈다. (중략) 액체를 뒤집어쓴 병사들은 순식간에 손과 발, 얼굴에 물집이 잡히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P.211 l 제6장 - P211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중략)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전제 군주였지만 그에 걸맞은 도덕심이나 책임감은 없었다. 무솔리니는 삼류 선동가를 권좌에 앉힌 자도 국왕이었고, 무솔리니가 20년 동안 나라를 망치는 것을 방관한 자도 국왕이었으며,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다며 연합군과의 협상 재물로 삼으려다가 히틀러의 분노를 초래하자 겁에 질려 나라를 버리고 달아난 자도 국왕이었다. P. 242 l 제6장 - P242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게 있었다. 트루먼 행정부는 처음에는 한반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일본 패망 직전에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기로 했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P.523 l 제12장 - P523

미군정 통치는 3년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시간은 일제나 소련 군정 이상의 혼란과 부작용, 상처를 남겼다. 미국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것이 미국 엘리트들의 모순이자 도덕적 위선이었다. P. 524 l 제12장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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