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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현재를 묻다 - 봉명의 시대읽기
이준연 지음 / 한국전자도서출판(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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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걸 물으면 답은 ‘그림자‘다. ‘그리메‘다. 이 시대를 굳이 비유하자면 그림자 짙게 드리운 그리메 사회다. 분단 친일 외세 자본에 종속된 갈등 격차 각자도생의 그림자 안에서 어떤 이는 여유로운 삶을, 어떤 이는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이 책은 민초의 눈으로 그걸 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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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정 임진강
이준연 지음 / 문학여행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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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남북대결의 비극적 쓰나미를 생생한 필치로 그려낸 우리 시대의 내면화 된 자화상. 감춰지거나 혹은 잊혀지고 싶은 미스터리 사태 실상을 파헤친 근래의 역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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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고개
이병욱 지음 / 월간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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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의 큰 틀에서 운명적으로 결정되는 게 많다. 어쩌면 그것이 공동체 속에서 나고 가는 인간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삶은 '역사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고귀한 삶.. 허드레 삶이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니다.

  문학이 사회 구조와 공동체 삶에 대한 천착이 더욱 깊고 넓게 요구되는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첫 작품 '숨죽인 갈대밭' 이후 자신이 속해 살아가는 사회구조와 사회적 제반 현상에 대한 관심과 천착이 더욱 깊어졌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를 보는 시선이 따뜻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동시에 모든 것이 그런 구조적인 연유나 배경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요소도 깊게 내재되어 있다는 걸 말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실이다. 왜냐면, 같은 배경, 같은 환경 속에서도 저마다의 삶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고난 업도 있을테고 기질 성격 개인사도 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삶은 어찌보면 선택이다. 선택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K와 비슷한 류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 글을 쓰는 이도 거기서 거기다. 많은 공감을 주는 이 책 'K의 고개'를 적극 추천한다. 이 글 쓰는 이도 그 "밋밋한 고개" 그 언저리에서 지금 밋밋하게 살아가는 소심한 민초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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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이병욱 2019-01-2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k의 고개를 쓴 작가 이병욱입니다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들이 어느 날 [희망의 집] 맨 뒷편에 있는 교회 예배당에 나타났다.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쩐 일이여???"

  "글쎄 말이여...?"  그들은 다름 아닌 기춘이랑 윤선이였다. "며칠 있으면 재용이도 온다"는 소문이 벌써 파다하다. 

  예배당 온종일 갇혀 지내는 이 곳 생활 중 모처럼 제법 멀리(그래야 몇 십미터지만) 외출하고 사회인을 대해볼 수 있는 때가 종교활동 시간이다. 같은 교도소 안이라도 이 때 만큼은 미결수들은 그 축에 끼지 못한다. 기결수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지금 비록 미결수라고 해도 '특수한' 별외의 인물들이라서 "이 정도야 별 문제 아닌 걸"로 한 모양이다. 보안과장 전결에 무슨 에외적 단서 조항이 있을 것이다. 범털 위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놓고 규칙을 만드는 법이니까. 

  한편으로는, 예수.부처를 믿는 놈들이 이런 천하 몹쓸 곳에 죄 짓고 들어온다는 게 말이되는가싶은 생각도 들었다.  틀림없이 이 시간에 예배당, 법당은 파리만 날릴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게 아니다.   매주 화, 금요일 두 번 있는 교회와 精舍(절) 예불 시간만 되면 신자 죄수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옆 방 사람한테 이유를 묻자 “바람쐬러 가는 시간”이라며 빙긋 웃었다.  수용자 막사를 개조해서 만든 넓은 방을 예배당, 법당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무신론자이고 무슨 위안이나 교화를 얻고자 가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라고 했다.  거기 가서 바깥 소식좀 귀동냥하고 민간인도 보고, 평일 날 감방 벗어나는 해방감과 여러 사람을 만나는 기대감 그리고 찬송가나 찬불가를 구실로 소리를 실컷 질러댈 수 있다는 이유 크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예배당과 정사를 왔다갔다 한다고 했다.

 

  2079번 있던 4동 독방舍 맞은편 두 번째 건물이 반절씩 쪼개 절과 예배당이다.  문제는 그 곳이 아니라 맞은 편 사동이다.  이 사동은 기결수 합방 사동인데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종교별로 나누어 수용된 곳이다.  공장 나갔다 돌아와서 저넠 밥을 먹자마자부터 울려오는 소리는 여간 소음이 아니다.

  불경,성경을 외우는 소리, 통성기도 소리, 노래부르는 소리 등등...게다가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 서로 경쟁이 붙어 상대방을 이기려는 듯 옥타브가 점점 올라가는데 7-8미터 떨어진 내 사동은 꼭 빈 집같다.  한 장기수 왈 “난 체질이 맞지않아 안 갔지만 저게 다 자기 건강관리법입니다”  하긴 교도소 사람들이 제일 끔찍히 생각하는 것이 [건강]이다.  건강한 몸으로 밖에 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다.  꾀병부려 의무실 들락거리는 사람들도 이런 이유다.

  다른 사동에서 저렇게 소리치고 떠들었다가는 당장 징벌방감이었다.  “저기서야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아무리 목놓아 불러대도 좋으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풀리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래 목사님이나 스님들이 어떤 설교.설법을 하십니까?” “순 공팔(갈)만 치다 가는거지요 뭐...”  “뭐라고 그러는데요?”  “뻔한 거 아닙니까?  또 나쁜 죄 저지르면 심판 때 깊은 지옥 맨 밑바닥에 떨어진다..다음 세상에 소,도야지로 태어나 평생 쇠빠지게 일만하다가 푸주간 매달리는 신세가 된다...그러니 앞으로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거 뭐 그런...인생을 살아도 더 험하게 살면서 난다 긴다하다가 여기 온 놈들인데 그 앞에다 대고 국민학교 1학년 애들한테 말하는 식이니 그 사람들이 애들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사람들은 거기 가는게 좋다는 거였다. 

  그런 중에 간혹 주기도문이나 반야심경을 제대로 외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때 다시 떠오르는 소박한 의문이 있다. 

  “인간이 죄를 만들었나, 죄가 인간을 만들었나?  욕망과 이성은 얼마나 가깝고 멀까?  저 안에는 흉악범과 사기범 양심범 어쩌면 억울한 누명을 쓴 무죄의 죄인들도 함께 섞여 있을 터인데.....”   2079번 맥 없는 자문이다.

  얼마 후 종교인 사동은 점차 사그러들어간다.  나지막한 기도소리가 들려온다.  취침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저녘 8시면 무조건 잠들어야 한다.  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숨을 죽인 채 한결같은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으리라. “빨리 이 곳을.. 무사히 나가게 해달라!”고.....

  지금 기춘이랑 윤선이가 매주 한 번씩  거기에 열심히 나가고 있다. 빼먹지 않고... 사람되려고 말이다. 이런 걸 '개과천선'이라고 하던가?  지금 그런 와중에 있다. 그런데...그런데 말이다. 엊그제 재용이가 들어왔다. 이 건 전혀 생각 못한 일이다. 어찌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그 천하에 없는 귀공자 재용 왕부회장이 여기에 올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가당한 일인가?  "아~  이 나라가 어찌될 것인가?  그럼 우리 근혜 공주님은?  이건 분명히 사태다. 내란이고 반란이다. 대체 청와대는 지금 뭘 하고 자빠진 건가...TK랑 태극기는 왜 이리 더듬거리는가?" 발발 동동거리는 기춘이는 이럴수록 더 열심히 기도에 정진하리라 마음 독하게 먹고있는 중이다. 요즘. 윤선이는 변호사 남편 내세워 매일같이 접견실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선이에게는 지금 근혜 공주가 없다.  예배당에 나가 열심히 기도하기는 기춘 오빠랑 매 한가지다. 기도 제목이 좀 다를 뿐이다. "내 코가 석자!"다. [빼박켄트]에서 얼른 탈출하는 거다. 탈옥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힘들고 고되다. 하루가 천년 이다. 생전 관심없던 윤선이의 기도빨이 요즘 더 세어졌다. 그래서 교도소가 아닌 "희망의 집"이라고 그런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개과천선이 될지 아니면 개차반 개털천악이 될지 말이다.

 

[사족] '징벌방'이란 감옥안의 감옥이다.  마침, '2079번' 방 바로 옆방부터 4개 방이 그 징벌방이다. ('2079번' 방과 징벌방은 0.7평, 교실 교단 두개 이어붙인 넓이다. 이 곳서 두 차례 1년 가까이 특별대접 받으며 보냈다^^)  징벌방이 다른 점은, 사방이 먹칠한 합판으로 차단되어 24시간 햇빛과 절연되어 있는데다가, 손.발이 포승과 수갑으로 묶이고 채워져 있어서 앉지도 바로 눕지도 못하고 모지게 웅크려 있어야 한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포승줄이 몸에 파고들어 마치 저 ‘빠삐용’에 나오는 그런 독방보다도 더 참혹한 곳이다.  식사도 입으로 해야 하고 용변도 억지로 억지로 보는 등 사람이 아니다. 

  조직폭력배들이 난리를 쳐서 이 곳에 들어 올 경우, 동료 수감자들이나 소지가 담당의 묵인아래 밥을 넣어주는 ‘식구통’으로 복도에 쪼그려 앉아 숟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떠넣어주는 풍경도 흔하다.  이 징벌방은 수형자들이 어떤 사단을 일으켰을 경우 보복적 수단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그 기준이 자의적이라 남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079번' 옆 방에서 또는 복도에 나왔을 적에 신음소리만 간간히 들었다.  징벌방 자체가 잘못된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폭은 별중의 별로 쳤다.  지금은 달라졌을 것으로 믿고싶다.  '2079번' 생각이다. ♣ -끝.

 

-"그들이 나타났다.." 오늘이 토일도 아닌데. 억센 대구사투리로 앙칼지게 악 쓰는 중년여인이 생경하다. 여긴 TK가 아닌데..? 북쪽 땅끝 감자바우 변방인데..! 두 대 크레인에 걸린 16개짜리 고성능확성기가 작은 네거리를 흔들어댄다.  그러고보니 관광버스도 있고 장비트럭도 서 있다. 노인들이 많다. 아마 전국 투어를 하는가 보다. 일당에 밥과 간식에 '애국 여행'도 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인 것 같다. ("돈은 어디서 나올까?") 山人도 노인네 축이라 몇 마디 나눠봤다. "이 나라는 벌써 빨갱이 나라가 다 됐다"는 투다. 검찰도 판사도 죄다 포섭된 종북들이 지배한단다. 그래서 "사법내란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한다. 나라가 불쌍한 건 아닌 듯 했다.  山人은 이들이 열배 백배 더 불쌍하게 보였다. 기초연금이라도 받아 살면 다행이겠다 싶다. 젊은이들이 돈벌어 이들을 먹여살리니 이런 일로 나대는 것 같아 동류 세대 처지에서 면목이 안선다. "미안합니다..지금 50대 이하 젊은 세대여! 그대들은 늙어가도 이들 따라가진 않으실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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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혜대통령 최순실과 공모”하여 국정농단을 일삼은 그 죄로 인하여 연이은 거대한 시민 촛불항쟁에 맞닥뜨린 지난 12월9일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표로(234/300)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름 석 자도 듣기 싫고 대통령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건 더욱 아깝다“는 게 지금 세상 민심이다. 시간이 갈 수록 깊은 흉터로 남을 일이지 잊힐 일 아닌데 상황반전을 꾀하니 딱하다.

 

  그런 그녀가 엊그제 헌법재판소에 13개 탄핵사유에 일일이 대응하는 장문의 ‘답변서’를 냈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읽어보니 궤변에 가득찬 억지와 요설饒舌(‘제 입속 말이라고 혓바닥을 함부로 놀림’) 일색이다. 지식엘리트의 상징인 변호사들이 썼다고는 도저히 믿어지기 어려운 조잡하고 사실관계 앞뒤가 맞지 않는 저급한 문체로 일관돼 있어 그 몰상식과 동떨어진 반이성적 지적 인식수준이 또 공분을 일으키며 허탈함을 안긴다. 모르긴 몰라도 "5%.. 100만 촛불로 탄핵 불가" "세월호에 난 직접 책임없어 부당.." "최순실 개입 1%도 안돼.." "국회탄핵이 되려 위헌.." 등 무모하고 질낮은 표현 등이 그녀의 완고한 요구로 삽입된 것 같기도 하다. 맞을 것이다.  막무가내 우기며 시키는 그녀나 받아 적는 변호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다.  논리로나 법률로나 문장력으로나 누더기 종잇짝이다. 세 차례 담화문도 스스로 모두 맘에 없는 거짓이었다는 자기 고백서다. 그녀는 한 입으로 세 말 했다.  이쯤 되면 헌법재판소와 재판관들에게는 일종의 모욕이다. 온 세계에 5천만 국민이 웃음거리 된 셈이기도 하다. 이제 지구상에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하다면 과장일까? 그녀의 지지자들이 “이러려고 선거일 날 생업 제껴두고..아픈 몸 일으켜 꽃단장 의관정제하고 투표장에 나갔나...“ 감춘 울분을 토로한다. 허상에 속고 짝사랑에 속고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다.  山人이 보기에 그 답변서라는 게 아무리 높게 쳐줘도 고졸 수준쯤이다.  

  그녀는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검찰의 대면조사를 부정하고 공소장 일체를 부정하고 국회 탄핵소추장도 부정하고 한술 더 떠 탄핵의결도 ‘위헌’이라고 부정했다. 국헌을 부정하고 헌법을 유린한 것 넘어서서 논리적으로는 자기 자신마저 부정한 것이다. 답변서 내용만 궤변이 아니라 이런 막장 무대뽀 행태 자체가 궤변이다. 이런 걸 헌법상 최고재판소인 헌재에 내민 대통령의 답변서라고 그래도 재독..삼독..심각하게 절차를 엄중히 따져가며 변론심의를 해야 하는 헌재 재판관들이 딱하게 됐다. 그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우롱하는 모양새다.
  입만 떼면 ‘국기문란’ 남발하며 거짓을 거짓말로 수하에게 덮어씌우는 그녀의 궤변적 공포통치 행태는 제 아비의 유신철권통치를 빼다 박았다. 보고 배운게 그거다. 70년 친일분단기득권으로 지칭되는 정·관·군·경·언 지배커넥션이 옹위하는 위장된 민주주의 권력 종착지가 결국은 그녀였던 것이다. 밝혀지고 있는 그녀의 실상은 알다시피 까도까도 끝없는 양파껍데기다. '종편'조차 그녀 한 사람만 종일 파고 또 파도 시간이 모자란다. 특종이 넘쳐나서 이젠 면역이 된 듯 하다.

  거짓말이 내면화 된 파탄 난 인격체, 파편화되고 해체되다시피 지리멸렬한 피드백 불능의 한 인간에게 지도자의 심성과 덕德을 기대한 어리석음을 후회해도 물은 엎질러졌다. 누가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냈을까? 새누리인가 언론 검찰인가, 비겁한 지식인들인가 우매한 유권자들인가? 아니면 제왕적 대통령제 탓인가!  한국 민주주의의 적나라한 현 주소다. 

 

  탄핵의 사법적 근거는 ‘공소장’이다. 대통령에게 ‘충성서약서’를 쓴 총장이 지휘하는 정치검찰의 오명이야 갈 데까지 가버린 현실이기는 해도,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검찰이 그나마 최소한의 때늦은 양심으로 수사하여 작성해 낸 공소 솟장은 법적 사실관계의 다툼에 있어 가장 중요한 原典이다. 그나마 뇌물죄니.. 3자 뇌물 강요·강탈, 횡령 등 죄질이 가장 나쁜 항목은 대통령, 재벌이라고 봐준 건지는 몰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빼고 특검에 떠넘겼다.

  이를테면 뼈 빼고 따귀 빼고 봐 준 물렁한 아구탕이다. 그래도 그 솟장안에는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여러 가지 사실과 그 인과관계가 일정부분 분명하게 담겨있다.   왜냐하면 이른바 조작간첩 사건 등 공안 사건들의 경우에는, 없는 사실.. 없는 죄까지 뒤집어 씌워 정치적 목적달성을 구하는 소위 사법공학적 악폐가 적잖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 탄핵 사태의 경우, 명령 상·하복 관계에 있는 정부조직법상의 체계와 정치적 주·종관계라는 현실적인 권력적 위계 상황에서 자신의 최고 상관이자 국가 최고지도자를 수사 처벌해야 하는 검찰의 공소는 따라서 사실관계의 획정과 적용 기소법규(죄목 구성)가 ‘최소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연방검찰이나 일본의 중앙검찰소 동경경시청도 아닌 터에, 권력의 말 한마디 손가락질 한 끝마디 놓칠 새라 수첩에 받아 적기 바쁘고 자동녹음까지 마다않고 主君 떠받들기 문화가 일상화 된 공직풍토는 당사자들과 그 일원은 부정할지 모르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임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할 것이다. 그래서 법과 공적 시스템이 한순간에 흔들리고 무너져내리는 한국적 현실에서 검찰이 살아있는 최고권력자를 향해 있는 죄, 없는 죄 탈탈 털어서 공소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만고의 하극상쯤으로 되몰리기 십상이다. 검찰의 공소장이 “움직일 수 없는 최소한의 범죄 사실관계”임을 거증擧證하는 상식적인 연유다. 그들이 집권여당 국정원 청와대민정수석실 감사원.. 하다못해 ‘박사모’ 등 시퍼런 눈 깔아대는 ‘힘’들을 도외시 함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山人이 옛 책들을 뒤적이다 보니 요즘의 우리 사회와 정치권 행태에 딱 들어맞는 촌철살인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그 중 몇 가지를 옮겨 본다.

 

‘수석침류摗石枕流’말이 먼저 생각난다. 지나의 사서史書 <진서晉書> ‘손초전孫楚傳’에 나오는 말이다. 풀어 얘기하면,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부리는 사람이나 집단의 행동을 일컫는 뜻이다. 실패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억지를 쓰거나.. 억지를 발라 맞춰 이리저리 발뺌을 하는 것.. 또는 남에게 지기 싫어서 여간해선 체념을 안하고 억지 고집을 끝까지 세우는 걸 이르는 고사성어다. 이와 비슷한 말로,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 추주어륙推舟於陸이 있다. 통칭 ‘궤변詭辯’이다.
  (AD265~317)나라 초기, 풍익 태수를 지낸 손초가 벼슬길에 나가기 전, 젊었을 적 일이다. 당시 사대부 사이에는 속세의 도덕 명문名聞을 경시하고 노장老莊의 철리哲理를 중히 여겨 담론하는 청담淸談이 유행했다. 손초도 ‘죽림칠현’처럼 속세를 떠나 산림에 은거하기로 작정하고 어느 날, 친구인 왕제에게 가슴속을 털어놨다. 이 때 ‘돌을 베개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고 싶다(침류수석枕流摗石)’고 해야 할 것을 반대로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수석침류摗石枕流)’고 잘못 말했다. 왕제가 웃으며 실언임을 지적하자 자존심이 강한데다 문제文才까지 뛰어난 손초는 서슴없이 이렇게 강변했다.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는 것은 옛날 은사隱士 ‘허유’와 같이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기 위해서이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이를 닦기 위해서라네.”
  누구를 두고 말하는 건지..어느 집단들인지 요즘 딱 들어맞는 뭔가가 어렵잖이 떠오를 것이다.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예서 벗어나기 어려운 삶의 양태다.   

농단壟斷 : 이익이나 권리를 교묘한 수단으로 독점함..모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언덕 농壟 나눌 단斷이다. 이 말은 ‘용단龍斷’이란 말을 비하하거나 요즘 말로 패러디 한 말이다. <용단龍斷> -임금 龍 나눌 斷, 즉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임금이 구분해 놓은 중요한 벼슬자리다. 이 말뜻이 저잣거리에 흘러나와서는 ‘농단’으로 바뀌었다. “약싹빠른 장사치가 시장에서 제일 높은(좋은) 곳에 올라가 시장 상황을 한 눈에 바라보고 제 맘대로 골라서 시장의 이익을 독차지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임금 용龍 字 밑에 시장을 뜻하는 土를 붙였다. -맹자 공손치하 10장.    

-그녀와, 난데없는 私人 순실이 일당이 오랜기간 국가 공조직과 그 구성원들을 사적으로 머슴 부리듯 장막 뒤에서 나랏일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거저거 마구 손대고, 재벌들과 이권 흥정 벌이고 마치 제 쌈짓돈 쓰듯 세금 맘대로 꺼내쓰며 주물러 댄 행위를 언론에서는 ‘국정농단’이라 이름 붙였다. 제목은 바로 붙인 것 같다. 문장 한 구절.. 글자 하나가 모든 걸 단번에 설명해 준다. 그녀의 남은 미련 한 켠에선 ‘새옹지마’를 씹고 또 씹을지 모른다. 그게 “피눈물의 의미를 이젠 안다”는 것 보다 백번 낫다.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곧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데 종이나 붓 따위의 재료.. 도구를 가리는 사람이라면 서화書畵의 달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당唐의 4 大家 중 구양순과 저수량에 대한 일화다. 우세남이 구양순을 두고 이렇게 칭송한 말인데, 당대의 쌍벽 저수량도 이 말에 두 손 들었다. 이와 비슷한 우리 속담에, “못난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 그 말이다. 

- ‘개헌론’ 정치권 일부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언필칭 <6월 항쟁>의 산물인 ‘87년 체제’의 효용 소멸론을 내세우면서 이원집정부를 떠든다. 합종연횡이 여기저기 흘러나온다. 시대에 따라 필요하면 변화가 있어야 하고 그 전제는 주권자의 뜻을 먼저 살피는 일이다. 또한 정치인들의 숨은 속내도 읽어봐야 하고 변화 선택의 선후도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
  산인 보기에는, 현 집권세력..넓게는 기득권 세력이 어떡하든 권력을 유지해보려는 속임수 술책이다.  이들이 연장 탓, 지필 묵 탓을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그게 선후의 답 아닌 것 같다. 국민 대다수(여론조사 71%)도 그렇게 본다. 주권자의 눈이 가장 정확하다(6~80대 대다수 노인층 빼고). 해방 후 70년 쌓여 온 적폐·불의에 대한 대청소와 이를 통한 국가 대개조의 밑돌을 놓는 과업이 다음 정권에 부여돼 있다. 주권자 국민의 명령이다. 그 엄중한 역사적인 임무를 국민(민)들과 긴밀히 소통 수용하면서 과감히 수행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인물을 국민들은 선택할 것이다. 그 연후에 주권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하면 된다. 국민의 뜻만 따르면 될 일이다!  민주주의 요체는 '견제와 균형'이다. 이건 제도 보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권력구조가 어떠하든 제도나 법규는 
 대동소이다. 대통령제든 이원집정 ..내각제든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을 잘 가려 뽑고 감시감독을 잘 하면서 주인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 수준이고 국격이다.

 

대의멸친(大義滅親) : 대의를 위해서는 친족도 멸한다는 뜻이다. 국가나 사회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돌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녜‘는 제 에비 대통령 시절 재벌들 돈 뜯어내 제 어미 명의로 만들어 준 ’육영재단‘과 수조 원에 이른다는 그 재산 다툼으로 백주대낮 조폭깡패 동원하고 수하 정치인들 끌어들이고 골육상쟁 벌이면서 이후 가까운 방계혈족 조카의 연이은 의문의 죽음이 벌어졌다. 말하자면 대제멸친(大財滅親)을 벌인 형국이다. 대신 그 자리에 최태민-순실이를 들였다.

불수진(拂鬚塵) : 남의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준다는 뜻. 곧 윗사람이나 권력자에게 아부 아첨을 하고  상사에 대한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행동을 비유하는 말이다.
  북송北宋 4대 왕 인종 때, 강직하기로 유명한 ‘구준‘이라는 정의로운 재상이 있었다. 그는 유능한 인재를 발탁 천거했는데 ’참정(종2품) 정위丁謂‘라는 사람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구준이 중신들과 회식을 하는데 음식찌꺼기가 수염에 붙었다. 이것을 본 정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소맷자락으로 공손히 그걸 털어내다. 그러자 구준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허허, 참... 참정이라면 나라의 중신인데, 어찌 남의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 주는(拂鬚塵)’ 그런 하찮은 일을 하시오?” 정위는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물러갔다. '구준'같은 이들이 없는 청와대와 새누리에 간신이 들끓는 연유다. 반면교사요 타산지석이다.
-얼마 전, 새누리 비박들이 친박 지도부 8인을 찝어서 ‘최순실 부역 8인방’이라며 인적 청산을 주장했다.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책임을 지는 자세’다. 국민에게 지는 것이면서 자신의 양심과 정치행로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 보이는 것이다. 山人 보기에는 립서비스일 뿐, 책임의식 자체가 없어 보이는 그들 8인이나 인적 청산을 요구하는 자들의 그에 못지않던 그간 행적들이나 시류 변화에 대응하는 전술만 다를 뿐 그게 그거다. 그들 모두 '보수?' 당연히 아니다. 이득계산에 밝은 맹목적 권력지향의 수구 기회주의자들이다.  차라리 정위丁謂‘가 백번 낫다. 그는 부끄러운 줄 알고 도망치기라도 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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