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엄마가 있었어
윤정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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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문학이 주는 감동을 다시 확인하는 책입니다. 윤정모라는 큰 산이 전해주는 울림과 메아리는 너무나 처절하였고, 또 한편 너무나 억울하여 잠을 못이루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어찌 이런 일을 당하고도 아무런 일도 없는 척 일본과 친구 운운해야하는지 작금의 시절이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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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예술가 사기꾼
김경섭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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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 명사는 대체가 불가능한 복잡하고 아름답고 애매모호한 단어이자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의 시작이 어디일까하고 생각만 하다가, 이론서를 접하게 되었다. 20여 년전 어떤 책 속에서 발견한 것으로 미술역사학적으로 최초의 예술은 동굴벽화를 들고 있었다. 또 다른 책에서, 사회학적으로는 구석기시대로까지 소급되어 구석기를 만드는 ‘기술’로부터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내거나 직조하거나 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고 있었다. 예술(Art)의 근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테크네(Techne)로 출발하였고, 테크네는 ‘기술’을 의미 하고 있으며, 18세기의 프랑스의 미학자 바뙤(A. C. Batteux)가 ‘순수예술(Fine Arts)’ 개념을 수립하고 나서부터라고 쓰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라는 것은 손에 딱 잡히지 않는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예술이란 무엇이냐고 하는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기는 어려웠다.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신간 <미친놈 예술가 사기꾼>이었다. 주문한지 한참이 지나서 배달이 되었는데, 아마도 인쇄작업을 하고 출판사에서 각 서점으로 배포하는 단계였나보다. 책 제목부터가 몹시 선정적(?)이었고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였다. 그리고 구미를 확 당겨서 주문을 하였던 것.

저자는 조각가로서 현재 ‘예술가’라는 카테고리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예술가가 예술을 주제로 책을 펴내면서 ‘미친놈’과 ‘사기꾼’을 예술가와 동격으로 놓고 있다. 책 제목으로만 보면 예술가들, 특히 미술 전업작가들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도 있다. 반면 예술작품의 소비자, 미술전시의 관람자들에게는 “머라꼬?”하는 반응을 예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긴 시간 예술과 관련이 많은 공적인 일을 진행해오면서 음악, 무용, 연극, 미술 등 소위 ‘예술’이라는 개념을 내 마음속으로 정리해 오고 있던 중이었다. <미친놈 예술가 사기꾼>이라는 책을 보면 그간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그럴 것인가? 하는 호기심도 꽤나 일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예술’이 ‘삶’과 떨어져서 존재할 수 있을까?와 특별한 것들로만 구성된 특수한 카테고리로서의 ‘예술’은 반드시 특별해야만 하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도 희미하게나마 만들어 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마련한 나만의 해답과 매우 근접하고 있다는 생각, 그러니까 이 책이 주는 동류의식과도 비슷한 느낌에 반가움마저 일었다. 그러다보니 책장을 하나 하나 넘길 때마다 “음, 그렇지. 그래 맞아”하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가 사용하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삶’ 또는 ‘직장’이라는 단어로 치환시켜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작가가 예술을 창작하는 행위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삶’이거나, 왕도가 없는 ‘직장’내에서의 개인의 역할들을 대입시키면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조직에서 맡은 역할이던, 학문 분야이던 직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미쳐야만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일을 도모하거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도모하고자 할 때와 비교해 보자. 전략을 수립하고 조직 내의 결재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관련된 자료들을 긁어모아 재조합함으로써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나 연구과제들의 실행해야 할 명분을 만들고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행위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사기’와 매우 흡사하게 여겨졌다.

이 책에서의 ‘사기’는 남을 속여서 경제적 이득을 보려고 하는 법률용어로서의 ‘사기’는 아니다. 대중을 설득하려고 준비하는 예술가의 새로운 생각의 줄거리이거나, 평론가들의 작품 분석의 틀을 자극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백남준이 말했던 “예술은 사기다”라는 그 짧은 문장의 의미도 백남준의 새로운 생각을 보다 자극적으로 전달하고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또한 저자는 예술과 예술작품은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만큼 보이는 것“, 또는 ’느낀 대로 느끼고 보이는 대로 보라‘면서 예술에 미리 경기를 일으키거나, 숭배자로 변하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것 같다. (나는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말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 거기에는 지적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고, 지식인의 천박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문장을 곱씹어 보면 재벌이 재산 자랑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봉급생활자(직장인)의 인구가 2022년 대략 2천 1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온다. 전혀 다를 것 같은 직장인의 삶과 예술가의 삶이 어떤 점에서 닮아 있는지 직장인들이 한 번 쯤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술가가 ‘새로운 그 무엇’을 창조해내고, 그것을 작품으로서 또는 행위로서 드러냄으로서 평론가들과 대중에게 다가가듯이, 직장인도 있는 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조직에서 그 필요성이 받아 들여져야 길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아닌가. <미친놈 예술가 사기꾼>은 단순히 미술이라는 분야에서 예술가와 평론가의 역할에 대해 의도적으로 위악을 가장하면서 일반인들, 즉 관람자를 포함한 예술소비자에게는 평론가들로부터, 또는 고가 미술품 구매자로부터 생성되는 작품에 대한 시뮬라르크에 주눅 들지 말고, 본대로 느껴보라고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예술은 사기다." 백남준이 그렇게 말했다. - P13

컨텐츠의 힘보다 감상자가 갖는 태도와 믿음의 힘이 훨씬 더 세다 - P132

피카소는 감상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입되고 암기되는 것이다. - P150

작품으로 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 기준이 없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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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inal Travel 계절 문턱 여행
nomadhaus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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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듯 보이지만 연약한 심성이 느껴지는 글과 사진이다. 연약하다는 것은 상황을, 예기치 못하거나 뜻하지 않은, 맞이 할 때 드러나는 두려움 같은 것으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먹고 떠난 여행.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느꼈을 후련함과 일말의 두려움을 비워내지 못하고 결행한 여행. 그로 인해 예기치 않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저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사진의 색채와 시선이 그것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사진을 보면서 말미에 실어 놓은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고민과 삶에 대한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눈빛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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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화가 김홍도 - 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이충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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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권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참 오래된 일이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후 6년 만인가. 가만히 보면 음악가나 과학자들의 이야기보다 화가 이야기에 더 폭 빠져 버리는 습성이 있는가 보다. 

 중인의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림 그리는데 온 힘을 다 쏟았던 단원의 삶이 그 시대의 계급 질서속에서는 마치 닭장 안의 닭과도 같이 느껴졌다면 지나칠까? 저자의 집요한 자료 수집과 그에 대한 철저한 고증, 자료들 사이에서 살아 움틀거리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안목과 그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엮어냄으로써 김홍도가 느껴야 했던 좌절과 막막함이 살아있는 그대로 가슴속으로 전해져왔다. 신분사회에서의 어쩔 수 없는 壁을, 타고난 재능에 더하여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그 어떤 癖(?)으로 살아냈다고나 할까! 그림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올라 만들어낸 뜻밖의 좋은 결과가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원인이 되는 이 아이러니!  예술가가 예술혼만을 불태우기에는 부적합한 시대적 환경에 의해 상으로 내려준 벼슬들이 한 예술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지만, 그래도 일어서서 다시 그림으로 다가가는 한 화가의 삶은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 속에서 풍속화는 풍속화대로 산수화는 산수화대로 그 그림이 그려진 연유를 밝혀주는 상황 묘사가 마치 내가 화가 옆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원화를 보고 싶다는 갈망을 일으킨다. 아마도 김홍도라는 역사적인 인물이 그려놓은 작품들이 현재에 고스란히 전해져 볼 수 있기에 그 인물의 삶을 엮어 놓은 전기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무늬가 다른 울림이 있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존했던 인물들이고, 그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는 역사속에서 가지고 있었던 정치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인간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기문학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한 번 되돌아 본다. 不狂不及이라 했는데 난 어디에 미쳐본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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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cd를 거의 모두 들어왔습니다. 가곡, 바로크 음악, 아리아, ...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잊지 않으려는,기억하려는 곡들이 심금을 울립니다.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전달될까 궁금했었는데,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랑으로 제 가슴에 전해졌습니다. 지금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는 울 어머니에게 전화드려야겠습니다. 아직 제 목소리를 기억하시고 제 걱정부터 하시는 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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