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화가 김홍도 - 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이충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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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권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참 오래된 일이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후 6년 만인가. 가만히 보면 음악가나 과학자들의 이야기보다 화가 이야기에 더 폭 빠져 버리는 습성이 있는가 보다. 

 중인의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림 그리는데 온 힘을 다 쏟았던 단원의 삶이 그 시대의 계급 질서속에서는 마치 닭장 안의 닭과도 같이 느껴졌다면 지나칠까? 저자의 집요한 자료 수집과 그에 대한 철저한 고증, 자료들 사이에서 살아 움틀거리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안목과 그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엮어냄으로써 김홍도가 느껴야 했던 좌절과 막막함이 살아있는 그대로 가슴속으로 전해져왔다. 신분사회에서의 어쩔 수 없는 壁을, 타고난 재능에 더하여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그 어떤 癖(?)으로 살아냈다고나 할까! 그림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올라 만들어낸 뜻밖의 좋은 결과가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원인이 되는 이 아이러니!  예술가가 예술혼만을 불태우기에는 부적합한 시대적 환경에 의해 상으로 내려준 벼슬들이 한 예술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지만, 그래도 일어서서 다시 그림으로 다가가는 한 화가의 삶은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 속에서 풍속화는 풍속화대로 산수화는 산수화대로 그 그림이 그려진 연유를 밝혀주는 상황 묘사가 마치 내가 화가 옆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원화를 보고 싶다는 갈망을 일으킨다. 아마도 김홍도라는 역사적인 인물이 그려놓은 작품들이 현재에 고스란히 전해져 볼 수 있기에 그 인물의 삶을 엮어 놓은 전기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무늬가 다른 울림이 있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존했던 인물들이고, 그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는 역사속에서 가지고 있었던 정치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인간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기문학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한 번 되돌아 본다. 不狂不及이라 했는데 난 어디에 미쳐본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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