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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자유롭게 산처럼 담담하게 - 하루를 1년처럼 산 어느 암 환자의 유쾌한 일상
류부연 지음 / 바이북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가족을 암으로 갑작스레 잃었습니다.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암이 왜 이렇게 흔하던가요.
암 환자가 되고 나니 환자 본인은 일체 외부와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암이 걸린 자신을 동정하고 이미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것이 싫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끝까지 제대로 솔직하게 소통 못 해보고
그러나 아름답고 인자하게 평소대로의 인품을 잃지 않고 다정하게 가셨습니다.
이 책은 남겨진 가족을 위해 읽을거리로 한 번 사보았는데
제가 읽다가 환자의 마음이 그러셨겠구나 생각하게 되어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암 환자가 된 것도 절망스러운데 딸까지 자살을 하다니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습니까.
여자로서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의 사랑을 죄책감 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모습은 또한 저와 어찌나 닮았는지
암 환자가 되어 버려 세상에 대한 체면과 가식을 벗을 수 있어 그랬는지
추한 감정조차 써서 내보이는 그녀 덕분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를 받습니다.
딸의 일만 아니었다면 조금은 더 길게 사셨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은 저자가 딸과 함께 지금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안정된 교직을 박차고 나와 장사엔 실패, 오히려 사직 안 하느니 못한 50만원짜리
학원 강사를 하시고 잘 맞지 않는 친정어머니 집에서 더부살이 했던 것과
술 좋아해서 늦게 귀가하는 남편과 살았던 것, 성격이 밝고 원만하지는 않았던 자식 두 명,
욕심도 있는 성격에 사직 후 잘 풀리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뒤로 낙하한 입지와 수입은
얼마나 후회스럽고 스트레스였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저도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스트레스 자체를 두려워했던 사람으로서
그녀의 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냥 소리 없이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도 많은데
오마이뉴스라는 데에 짜투리 글이라도 썼던 것이
이렇게 암 환자의 자취로, 다른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공감을 주는 데 대해
작은 활동도 중요하게 되는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