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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닥의 머리카락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
구로이와 루이코 외 지음, 김계자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일본최초의 고전추리소설 세가닥의 머리카락을 포함하여 총6편의 1980년대 추리소설들을 담은 책이다. 마지막장에 각 작품에 대한 해설과 작가들의 연보도 같이 적혀있다.
[세가닥의 머리카락] *구로이와 루이코 저
저자 구로이와 루이코의 창작 추리소설.
강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두고 40대의 노련한 탐정 다니마다와 그의 부하 오토모라는, 과학적 추리에 능통한 20대 젊은이가 서로를 깔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추리하나 결국은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중년상사와 젊은 부하의, 어떻게 보면 만담을 연상케하는 대화가 재밌어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었다.(무려 살인사건을 취조하는 대화인데 그걸 웃으면서 보고있다니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_-;;)
"그런걸 알아차리다니 꽤 제법이군. 이번에 실은 자네 지혜를 좀 시험해본거네."(p.18 다니마다의 대사 중에서)
[법정의 미인(원제 : 떳떳하지 못한 나날*프레드릭 존 풀거스 저)] *루이코 쇼시(구로이와 루이코) 번안소설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다쿠조가 영국와 스페인의 혼혈미녀 리파를 만나 갖은 역경과 모략(?)을 일삼고, 곤경에 처하기도 하며 결국에는 반전을 겪는 이야기.
"리파여, 당신은 나에게 유일한 여자요. 나의 이 세상의 즐거움은 당신 외에는 없소. 당신에게 버림 받으면 나는 내일부터 아무런 희망도 없는 불행한 사람이 될 거요.(후략)" (p.133 다쿠조의 대사중에서)
다쿠조가 애초에 리파와 만나지만 않았어도 훨-씬, 충분히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법정의 미인'을 읽는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딱히 다쿠조가 불쌍하진 않았다.)
[유령] *구로이와 루이코 번안소설
유령이 진짜로 존재하는지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오시오라는 젊은 미녀가 가로메다의 차남 나쓰오와 결혼하기로 하면서 문제의 씨앗은 시작된다.
"글쎄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모르면 요시나리를 부르는 수밖에 없어." (p.197 나쓰오와 이장 노인의 대화중에서)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나쓰오를 몰아세우는(?) 노인 이장 할아버지를 내심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아에바 고손 번역
내성적이고 유약한 성격이었다던 주인공이 술에 맛을 들여, 돌이킬 수 없는 행동들을 저지르고 겪는 미스터리.
그리고 그 결말은...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찜찜했던 소설.
"술도 조금 마시면 기분이 환해지고 유쾌해지지만 익숙해지면 조금으로는 유쾌할 정도에 이르지 못해 점자 양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독기가 겹쳐 생각이 변한다.(후략)" (p.233 주인공 남자의 독백 중에서)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아에바 고손 번역
"그들은 너무 예리해서 면밀함은 떨어져. 지혜가 있어도 깊은 속은 없어. 가령 머리만 있고 몸이 없는 사람 같아." (p.268 뒤팽 씨의 대사중에서)
파리 모르그 가에서 벌어진 잔혹한 모녀 살인 사건을 두고 뒤팽이 명석한 추리를 펼치는 내용이다.
[검은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을 번역한 소설이다.
[탐정 유벨(원제:내가 본 것들 *빅토르 위고)] *모리타 시켄 번역
모리타 시켄이 누구보다도 원문에 충실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번역했다고 하는 소설이다.
작품 해설에서는 이 소설 탐정 유벨을 번역한 모리타 시켄의 번역 문체를 '주밀역(빈틈없이 세밀하게 잘 짜인 번역)'이라고 소개한다. 탐정 유벨은 이 책에 있는 작품들 중 제일 읽히지 않는 작품이었다. 끝까지 읽기는 읽었으나,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작품... 혹시 몰라서 원작자라는 빅토르 위고의 '내가 본 것들'이라는 작품을 찾아보려고도 했으나 좀처럼 찾기 힘들어서 결국은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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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는 단어가 붙는 만큼 이해도가 떨어진다거나, 좀 고리타분하거나 무겁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법 한데 전체적으로 순탄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탐정 유벨] 은 제외;;)
특히 구로이와 로이코의 소설들(번안소설 포함)은 정말 재밌게 술술 읽혔고, 아에바 고손이 번역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들도 괜찮았습니다. 근데 [검은 고양이]소설은 두 번은 못 읽을 것 같아요 ^^;;
[세가닥의 머리카락]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서구소설을 일본소설로 번역(또는 번안), 그리고 그 소설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소설들임에도 매끄럽고 수월하게 잘 읽혀서 내심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의 두번째 시리즈도 나왔던데 이후의 작품들도 계속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