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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한이준/마로니에북스
저자 한이준은 입담이 남다른 도슨트로 현재는 자리매김하였지만 초창기에 누구나 그렇듯 대중 앞에서 말할 때 떨림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도슨트란 직업을 동경하고 좋아하고 자기의 천직이라고 믿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해서 도슨트로서 결국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봉사하는 모양으로 시작하고 무급이었지만 점차 발전해 나가게 되어 직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이 책의 구성은 10여 명의 유명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화가들을 다루는데 화가들의 생애와 그들의 그림들과 그림에 대한 도슨트의 해설을 들려준다 저자는 거장들의 삶을 통해서 배운게 많았다고 했다. 그런 점도 도슨트가 되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하는데 독자들도 이 분의 해설을 들어보면 당연히도 거장들로부터 배울 점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느낄 것이다.
당시에 거장들은 오늘날의 미디어에 매몰되지 않은 날 것의 사회였고 아마도 나중에야 사진기가 발명되어 그림과 사진이 비교되는 문명정도가 가장 최근이자 최대의 문명화정도로 보인다. 근대에 대부분 포진된 예술가들을 나열한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이내에 있는 예술가들이었다.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피카소, 툴루즈로트렉, 프리다 칼로,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구스타프 클림트, 에드바르 뭉크, 앤디 워홀 그리고 저자가 눈여겨 본 여류 인상파화가인 베르트 모리조 등이다.
도슨트는 말로 하는 직업이니 그림과 화가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책의 내용은 풍부하고 지식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같은 TMI라도 예술가들의 TMI는 별개라서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금새 알려지게 된다. 그로 인해서 본의아니게 화가 본연의 모습과 달리 이슈화시키려고 과장되게 알려진 바도 많다고 서술했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가 빈센트 반 고흐이다. 프랑스 아를에서 고갱과 심하게 다투고 귀를 스스로 가위로 잘라서 한 여자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로 인해 광기어린 젊은이로 알려졌지만 직접 잘랐는지 외력에 의해 잘린건지 증명된 바가 없다. 그저 소문으로 알고만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권총 자살인데 총을 맞고도 1킬로미터를 걸어간 후 죽었다고 하니 타살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고흐가 나타나서 얘기해주기 전까지 영원히 풀리지 미스터리로 남아있을 뿐이다. 역으로 보면 그만큼이나 고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참견으로 후대 사람들의 무리한 그리고 무례한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 분명한 건 유명한 단체의 잘나가는 화상, 보조교사, 선교사를 거쳐 화가까지 하는 일마다 잘하고 열정적이었던 술 압생트를 매우 즐겨마시는 청년이었음이다. 아쉬운 것은 자기의 그림이 1점뿐이 팔리지 않았던 것이데 그럼에도 고흐는 그림을 사랑했고 사랑했다.
앙리 마티스. 고흐처럼 늦게 그림을 시작한 편이지만 뒤늦게 열정과 소질을 발견하여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의 작품인 <모자를 쓴 여인>을 보고 나서 피카소도 당시 젊었을 적 그림공모전에 낼 그림을 이 그림 때문에 출품의지를 접었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그림으로 다가왔다. 색채에 대해서 누구보다 남다르게 고민하고 그려왔던 마티스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침대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건강수준이 악화되어 붓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 제자들이 염색한 종이를 침대에 앉아 가위로 오려서 붙여가며 작품을 만든 것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그림 열정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보여진다.
에두아르 마네. 동 시대와 훗날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남기도 떠난 의인이다. 프랑스에서 기성조직인 미술계의 터줏대감같은 곳에 저항하며 신화나 역사나 종교에 국한된 작품위주와 강요에서 벗어나 일상과 서민들 또 하층민의 삶을 주로 그려서 기성권력에 빈축을 샀다. 결국 당시 문제작인 올랭피아와 풀밭위의 점심식사는 여전히 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또한 의인의 면모 즉, 후배 화가들의 앞길을 후원해주려 자신의 그림보다 눈에 띄게 배치하고 그림도 많이 사주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즐겨했다. 나중에 마네가 어려워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니 그의 심성은 엄지척이다. 그래서 그의 친구와 후배들은 미국에 팔려 건너간 올랭피아를 시민들과 합세해 돈을 모아서 사왔고 국내 유수의 전시장소에 걸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결국 성공하였음으로 이 일화는 마네 생전에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가를 방증하는 셈이다.
그 외에도 지베르니정원에서 예술에 혼을 쏟은 클로드모네, 예술외에도 전방위적 천재인 피카소, 이슈를 몰고 다니는 앤디워홀, 국민화가가 되기까지 굴곡진 삶으로 점철된 프리다칼로 등 진기하고도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