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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 한 칸짜리 작은 집을 지으며 건축의 세계를 탐구하다
마이클 폴란 지음, 배경린 옮김, 나기운 감수 / 펜연필독약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공짜로 얻은 책이다. 어느 날 ‘펜연필독약’의 운영자분께서 SNS로 이 책의 파본을 나눠준다는 피드를 올리셨다. 좋아요 클릭, 빠른 댓글 완료. 그러고 나니 얼마 후 정말로 책이 도착했다.
이런 식으로 책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 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 분께 천천히 읽어보겠다고 먼저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공짜로 얻은 책이기에 당연히 칭찬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말로 천천히 이 글을 읽었다. 너무 무거운 철학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고, 너무 가벼운 그래픽 노블을 더 읽기에는 애매한 시점이었다. 에세이를 찾아볼까, 하고 책장을 보니 『스타인웨이 만들기』라는 책 옆에 이 책이 놓여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공짜로 얻은 책이라서 괜히 좋은 점들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변이 공허할 때가 있다. ‘아니 들뢰즈를 읽어서 어디에 쓴담. 소화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이런 생각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을 적용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에서는 대체로 이론이 지나치다.
마이클 폴란은 자신만의 서재를 갖고 싶었다. 그건 건축가 찰리와의 대화에서 우연히 나온 생각이었는데, 그 우연한 생각을 마이클 폴란은 곧 현실화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드는 사소한 궁금점들과 사상적 맥락을 사색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자신이 지은 집에서 사색했듯이.
도면 작업, 골조 작업, 기둥 작업, 지붕 작업, 마감처리까지. 기둥을 위한 나무를 깎을 때 끌을 쓰는 이유와 끌의 구조, 넓은 창문을 왜 그토록 모더니스트 건축가들이 추구했는지 분만 아니라 각 자재의 부분마다 세분화된 명칭들, 그것을 잇는 작업들까지도 체험적으로 묘사된다. 나아가 목수와 건축가의 기싸움이나, 자재의 가격처럼 ‘현실적인’ 문제들도 언급하고, 그 자신이 목수의 작업들에 익숙해져가는 성장적 요소들 역시 글을 채운다.
이런 내용들을 단지 나열만 했다면 재미가 없었을텐데, 마이클 폴란 자신이 떠올린 사소한 질문들을 놓치지 않았기에 솔직함이 묻어나온다. 너무 솔직해서 주절주절 자기 이야기만 하느냐, 하면 당연히 그런 것도 아니다. 각 소챕터들은 최대 6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 집의 마감작업까지 대체로 마친 후, 아내와 아들이 찾아온다. 집을 짓기로 했을 때 갓난 아기였던 아이가, 2년이 지나 조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있었다.
“장난감 배와 동화책 한 권을 들고 왔는데, 그것들을 빈 책장 위에 턱 올려놓고는 아내의 손을 잡고 본채로 돌아갔다. 아이삭(아이의 이름)이 집들이 선물로 이 물건들을 가지고 온 것인지, 새로운 공간에 자기 영역 표시를 함으로써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한 것인지 알쏭달쏭 했다.”
‘Essay(에세이)’라는 말은 Esse, 즉 ‘시도’라는 프랑스어에서 왔다고 마이클 폴란은 설명한다. 그는 건축의 체험을 시도했고, 사유의 체험을 시도했다. 우리가 노동에서 어떤 견실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는 몸과 마음으로 정겨운 견실함을 만들어냈다.
+추가로, 책 자체의 짜임새도 좋다. 번역도 어색한 부분이 거의 없었고, 표지와 내지도 예쁘게 디자인 되었다. 책의 크기도 책의 내용처럼 캐쥬얼한 크기였다. 마지막엔 용어에 대한 설명적 그림도 약간 추가되어있어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짜임새 있는 책이 주는 만족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