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시장 - 맛있고, 재밌고, 독특한 베스트 지식 그림책 13
마리야 바하레바 지음, 안나 데스니츠카야 그림, 최현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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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 특히 해외여행에서 이견이 없이 모두가 즐거워하는 추천지가 있어요.

재래시장과 쇼핑몰 구경입니다.

신선하고 특색있고 다양한 식재료와 토속음식들,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먹거리들, 그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다양한 생활용품, 공산품의 디자인, 패키지 구경하는 재미도 크고 그 지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뭐랄까 진짜 살아있는 여행, 내가 지금 여기 와있구나를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요.

추운 겨울, 현관문 밖을 나가기도 망설여지는 날, 따스한 방안에서 전 세계의 재미난 시장 구경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마리아 바하레바(Maria Bakhareva)가 글을 쓰고 안나 데스니츠카야(Anna Desnitskaya)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맛있고, 재밌고, 독특한 전 세계의 시장>(Around the World in 24 Farmers' Markets)은 전 세계의 다양한 시장 구경을 통해 각 나라의 다양한 식재료, 음식문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다르면서도 서로 비슷한 삶의 모양새와 이야기를 통해 다르면서도 결국 우리는 닮았다는 다양성 존중과 연결성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살펴보며 논픽션 그림책의 매력을 흠뻑 만나볼 수 있습니다.

1.전 세계의 다양한 시장 구경


1년 12달, 한 달에 한 나라씩 두 곳의 특색있는 시장 구경을 떠나봅니다.

단순한 시장 풍경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시장에 담긴 문화적인, 사회적인 맥락을 보여줍니다.

그림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시장편이라고나 할까요?

호주 편이 빠진 건 살짝 아쉽군요.

2. 매력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안나 데스니츠카야 그림 작가는 줌인과 줌아웃 기법을 적절히 활용을 한다고 할까요?

세밀한 그림으로 인포그래픽스, 다양한 정보를 조각 그림으로 담아내기도 하고 시장 전체 풍경을 펼침페이지로 담아내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요소와 재미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12달 동일합니다.


한 나라 시장의 일상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시장 판매대 모습을 크게 보여주며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사용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지폐(그 지폐로 살 수 있는 식자재양),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재료, 시장에서 사용하는 그 나라 언어표현, 요리 레시피까지.

마치 시장 구경을 간 사람의 의식 흐름을 따라간다라고나 할까요?

자연스럽게 정보가 흐름을 탑니다.


그 나라의 특색있는 시장 2곳을 보여줍니다.

페이지 구석구석, 유용한 정보들이 많습니다.

꼭 구경해볼만한 특색있는 가게, 구경거리들, 맛보면 좋은 먹거리, 간식까지요.


그 중 한 곳의 풍경을 펼친 페이지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독자에게 미션을 주지요.

앞에 설명 페이지를 잘 보았다면 쉽게 미션 클리어 할 수 있어요.

윌리를 찾아라 처럼 시장 구경온 어린이 친구 찾기, 식재료 찾기 등.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끝하지 않고 독자를 실제 참여시킴으로써 살아있는 책읽기로 끌어냅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시장 구경을 통해 세계 지리, 문화, 풍물 등 자연스럽게 세계의 다양성과 연결성을 이해하는 마중물로서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의 도서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주니어 RH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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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큰 초대장 모든요일그림책 18
박서영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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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래서 그림책을 읽지'라는 마음이 들게하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참 좋아요. '좋다'라는 말에 이것,저것 다 포함되는...

만듦새도, 담고 있는 내용도, 내게 주는 울림도, 여운도.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좋아하실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몹시 큰 초대장]이란 책 제목과 상반되게 책 크기 작고 귀엽습니다.



보통 면지에서 표제지로 바로 이어지는 일반적 구성과 달리 [몹시 큰 초대장]은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주욱 이어집니다.

본편 주인공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스핀오프 이야기가 한가득이에요.

면지에서 만나는 전봇대와 정체모를 작은 물체 뭘까요. 

바로 옆 개미랑 비교하니 너무나 작은 그 무엇.



전봇대는 광고물 부착금지인데 제각각 자기를 알리고픈 맘이 가득한 사람들의 호소문으로 넘쳐납니다.

이벤트 사은품 증정하겠다는 전단지는 과일 장수 광고물에 가리워지지만 그 광고물 역시 비에 젖어버리지요.

미화원들의 분주한 손길에 다시 전봇대는 평화를 되찾고 반짝거려집니다.



피에로들이 와서 신나게 붙이고 간 공연 포스터도 바로 광고지 덧붙임을 당하지요.

모두가 자기를 알리고 싶어하는 목소리가 넘쳐나는 전봇대.

과연 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가닿기는 할까 싶지만...

또 거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사람도 있지요.

바로 전화해보는 저 놀라운 실행력

전봇대는 이렇게 우리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소녀.

그런데 강아지가 입에 뭘 물었다???? 바로 안돼!!!! 뱉어!!!를 외쳐야하는 순간이죠.

그렇게 독자는 그 알 수 없던 그 검정 조각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음...밑도 끝도 없는 이 초대장이라니.

누가 보낸 것일까? 초대해서 뭘하자는거지?


토요일 밤 8시, 초대장의 주인공입니다.

매주 토요일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혼자만의 파티를 즐기곤 합니다.



매주 화요일 소년은 마을로 내려가 전봇대에 아무도 모를 작은 초대장을 붙이곤 합니다.

아니, 아니...

다들 날 좀 봐주세요 목소리 드높게 외치는 전단지 한가득한 곳에 이렇게 작고 수줍은 초대장라니.

누가 봐주기나 하겠어? 안타까운 맘도 듭니다.

토요일밤 그렇게 실망하고...

일요일, 월요일 맘 가다듬고 다시 일어나 초대장을 붙이는 것을 매주 반복하는 이 소년.

그 마음은 대체 뭘까요.

이 소년은 아주 아주 커다란 종이의 한 귀퉁이를 오려 초대장을 만듭니다.

매주 누군가 자신의 초대장을 발견하고 와주기를 기대하면서요.

박서영 작가는 이러한 소년의 일상을 너무나 덤덤하게 작은 그리드 안의 그림으로 담담하게, 고요하게 그려놓습니다.

독자의 안타까움은 그 프레임을 넘어 점점 커져가고 감정이입이 되지요.

하아...

이 소년을 어떡게 하나.

매주 기대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서 다시 만들고.


시선이 오래오래 머물던 장면이었어요.

아이는 마지막 한조각 남은 초대장을, 절망감에 분노에 찬 자신의 얼굴 그림과 같이 버려버립니다.

...


너무 가슴 아프실까봐 중요 스포를 하자면

소년의 초대장은 분명 응답을 받습니다.

각각의 그 사연도, 사람들의 이야기도 또 울림이 제각각 다릅니다.


과연 그 누군가의 마음을 열게한 초대장은 무엇이었을까?

매주 화요일 수도 없이 붙여왔던 작은 초대장을 분명 발견했던 사람들도 지금껏 있었을텐데,

그 때는 응답하지 않다가

한 날, 한 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발걸음을 돌려 까만 집에 모이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년이 초대장 쓰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마음을 한껏 드러낸 저 큰 그림,

그리고 그 위에 붙어있는 작은 초대장.

절망감까지 드러낸 저 그림이 그 작은 초대장 글귀에 감추어져있던 간절함을 불러내 큰 울림을 주었구나 싶은.

결국 정보만 담긴 글이 아니라 그 글에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보는 사람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일까요.

[토요일 밤 8시 언덕 위 까만 집] 이란 문구 안에 빠져있던 사람까지 들어가서 완성된 [몹시 큰 초대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박서영 작가의 층층이 이어진 감정선, 이야기를 확장해가는 능력이 정말 돋보이는 책입니다.

작고 귀여운 책안에 몹시 큰 마음의 울림이 있는 책.

절로 박서영 작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집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 서평이벤트 응모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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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의 첫 크리스마스 작은 곰자리 80
맥 바넷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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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궁금해하던 크리스마스 그림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믿고 보는 글 작가 맥 바넷과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의 대명사 그림 작가 시드니 스미스

두 사람의 조합이라니.


산타 할아버지의 첫 크리스마스

영문판 표지와 우리말 표지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각자의 취향차가 있겠지만 우리말 디자인은 좀더 어린이 시선에 맞춘 느낌입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크리스마스 무드가 한껏입니다.

멀리 하늘이 발그스레 빛이 밝아오기 시작하며 산타할아버지가 사슴들과 함께 일을 마무리하고 복귀하시는 듯해요.



그 모습을 북극곰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장면에는 헌사가 담겨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맥 바넷

살과 엠리스에게- 시드니 스미스


두 작가 모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이 책을 바쳤습니다.

살과 엠리스는 시드니 스미스 작가의 아이들이에요.

지치고 고된 밤 일이 끝나고 산타 할아버지는 터덜터덜 퇴근을 합니다.

온세상 어린이들의 기쁨과 탄성이 쏟아지는 크리스마스의 아침.

산타 할아버지에게는 1년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인거지요.


그리고 새로운 일년의 시작이기도 했어요.

깨어나면 다시 북극에서 장난감 만드는 일을 시작했지요.

매일같이 열심히 장난감을 만들고 또 만들고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는 배달을 하고 고된 몸을 이끌고 잠이 들고

일어나면 또 새롭게 장난감 만들기를 시작하는, 그렇게 지나가는 하루였지요.

아...특별히 크리스마스에는 30분 늦잠을 주무시곤 했습니다.


"

그게 다라고?

산타 할아버지에게는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일이 하나도 없다고?

....

하지만 크리스마스잖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 그의 나눔과 수고, 특별한 사랑.

그럼 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에 뭘 해? 하는 어쩌면 당연히 품었어야 했지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질문.

북극곰의 궁금증에 모든 것이 바뀝니다.

그렇게 산타할아버지와 요정 모두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찾아옵니다.



생전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하고, 장식하고
정신없이 장난감 생산라인이 돌아가던 북극 마을에 색색가지 꽃불 전구를 밝히고

따뜻한 벽난로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재미난 이야기도 하고 시도 읊고

산타 할아버지는 자기가 주인공인 책도 읽어요.

얼마나 사랑스럽고 훈훈한 장면인지.

벽난로 앞에 걸린 SANTA라고 쓰여진 양말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한 양말에 선물을 채우고 돌아서야 했던 산타.

어쩌면 내 양말을 챙길 생각도, 내 몫이 있겠지 라는 걸 아예 생각도 못해봤기에

받는 기분도, 기쁨도 모를 수 있을 거 같아요.



소박하지만 그 무엇보다 멋진 크리스마스 정찬 테이블에 둘러 앉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외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올겨울 유난히 맘이 시리고 무감각, 무덤덤해지는 듯해요.

정치가 먼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삶을 송두리채 쥐고 흔들 수 있는, 내 삶과 가장 밀접한 문제임을 날마다 매순간, 순간 체험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계속되는 충격적인 일상에서 선함이 무엇인지, 사랑과 위로가 무엇인지 잊게 되고, 어쩌면 그것을 느끼는 것도 사치같고 불안과 긴장이 극도에 올라 생존본능만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랑과 이타심.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하고 생각하고 나누는 마음.

인간과 인간의 연결성이, 어쩌면 인간이 그 어떤 동물보다 나약하게 태어났음에도 자신을 보호하고 돌볼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 누군가의 돌봄과 보살핌으로 생존하고 우뚝 선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랑과 희망이 담긴 이야기들을 놓지 않고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어쩌면 이 참담한 시기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 겨울 스산한 맘에 이 책의 따스한 글과 그림이 맘의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 주변의 돌봄과 나눔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요.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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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기억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최경식.오소리.홍지혜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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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힘은 세다.

기록의 힘은 칼보다 세다.

몸으로 새겨진 기억은 뇌에 새겨져 이어진다.

1987년 신년벽두에 사람들의 머리를 강타한 말은 이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책상을 탁!치니까 억!하고 죽었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학생 박종철군의 고문치사 사건에 당시 치안본부장 강민창이 사망원인에 대해 정식 사인으로 언론에 발표된 말입니다.


사람들에게 꽁꽁 가려져있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사람들 눈앞에 드러나던 순간입니다.

그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던 정치인, 학생, 지식인,민간인들이 간첩의 누명을 쓰고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던 곳이었지요.

박종철군의 고문치사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민주화열망은 불타올랐고 6.10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전두환 정부의 독재를 끝내고 6.29 선언, 대통령제 직선제를 이끌어냅니다.


그 비극의 현장 무대였던 남영동 대공분실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최경식,오소리, 홍지혜작가 세 명 각각의 색채와 목소리를 담아, 건축물 이야기/ 그 속에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문피해자의 이야기 를 각각 담아냅니다.

책장을 넘기며 세 분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와 실질적인 건축물의 형태가 엮어 소름이 끼치고 맘이 먹먹해졌습니다. 건축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이 건축물이 얼마나 정교하게 피해자들을 얽어매고 심리를 자극하고 사람을 끝까지 몰아대는지 너무나 와닿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속에서 대공수사관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

국가 안보를 위해 빨갱이를 가려내고 색출한다는 신념에 가득찬 사람들.

자신들의 직무에 너무나 충실하고 자부심마져 느꼈던 그들의 목소리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느꼈다고 할까요.


책은 최경식 작가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건축을 전공했던 작가답게 연필선으로 치밀하게 남영동 대공분실의 모습을 건축 입면도, 투시도를 그려내듯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건물 바로 옆에 남영역사가 있습니다.

담장 하나를 두고 평온하게 출근과 퇴근, 일상을 살아가는 이와

이 건물 두터운 담장안에는 밤잠을 재우지않고 육체 고문과 전기고문, 물고문까지 정신과 육체를 망가뜨리는 견고한 벽돌로 한 장, 한 장 세운 성채같은 건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국제해양연구소'라고 불렸던 곳이었지요.

얼마나 귀한? 희귀한 것을 연구하는 곳이기에 육중한 철문과 높다란 담으로 보호받던 그 곳.

왜 이런 것이 필요했을까요?

“그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돋았어요. 눈앞에 껌껌한 채로 엎드려 있는데 차는 멈추고 어디서 탱크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해봐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거지. 혹시 군부대로 끌려온 건 아닐까, 무섭고…” 고문피해자 유동우.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이 철문이 하는 역할을 미루어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건물 뒤편 쪽문이 있습니다.

눈은 안대에 가려졌거나 머리에 검정 주머니를 뒤집어 씌워진 채 연행된 피해자들은 이 쪽문을 통해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피해자들은 5층에 오르기까지 안대를 하고 계단참도 없이 계속 비틀거리며 공포심에 시달리며 원형계단을 올라야했지요. 자칫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비틀거리기도 하며 끝도 없는 공포감에 시달려야했을거에요.

그리고 이런 경험을 계속 하다보면 방향감도 위아래구분하는 감각도 잃게 됩니다.

그렇게 들어선 그 곳은 끝도 없는 똑같은 색깔과 모양의 문이 이어지는 길다란 복도.

혹여 그 방에서 탈출하더라도 어디로 가야할지...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고문 과 취조에 최적화된 공간.

여기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또 자신의 신념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이 몽상가들!

이건 아주 지독한 전염병이야.

꿈을 깨뜨리고 현실을 깨우쳐 줘야지.

다 국가를 위한 일이야.

우리가 치료를 해야 해.

우리가 안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할걸.

누군가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할 뿐이야.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거야.

그렇게 그들은 고문을 하고, 사람을 취조하고, 잠을 재우지 않고

물에 쳐넣고, 물을 끼얹고, 전기 고문을 하고...

자신의 일을 일종의 예술로 바라보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서울대 3학년 박종철군이 잡혀온 지 하루만에 물고문에 숨을 쉬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조사실에 욕조가?

조사받는 과정에 침대에서 잠을 자고 욕조에서 몸을 씻고 쉴 때 쉬라는 건가?

모든 것이 정교하게 조정되고 만들어진 이 곳.

자해를 막기위해 조명장치에 철제 커버를 씌우고

조사받고 자술서를 쓰기 위한 책상과 의자는 고정되어 있고

사람이 들어가 누울 수 없는 욕조.

“처음에 욕조를 봤을 땐 ‘저기서 목욕이라도 하라는 건가’ 싶었죠. 고개를 쳐 박히고 나서야 그게 물고문 도구였다는 걸 알았지요.” 고문피해자 최연석



홍지혜 작가가 보여주는 피해자의 이야기는 너무나 처절합니다.

건축물 청사진에서 보이는 듯한 블루빛 그림은 너무나 처연해서,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전기 고문이 일어나고 물고문이 자행되고

사람의 몸과 정신이 부서지는 순간

그 현장의 수사관들의 일상은 이어집니다.

누군가의 아들, 딸이 쓰러진 옆에서 그렇게 자식 걱정을 합니다.

네.

눈앞의 피해자들은 빨갱이니까요.

세상에서 없어져야할, 정신개조시켜야할 병든 물고기 같은 존재들


역사의 시간이 한 켜, 한 켜 쌓여가며...

이 건축물은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을까요?

흙을 빚어 고온에서 구워낸 단단한 벽돌,

벽돌 벽을 쌓을 때면 한 켜, 한 켜, 쌓아갈 때마다 기준선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벽돌을 올려야합니다.

한 장이 비뚜러지게 기준선 밖을 나가면 그 건물의 외벽은 마치 구겨진 종잇장처럼 어긋나게 되거든요.

지금 이 시간 역사의 시간 속에 한 발, 한 발 걸어나가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일까요.

이 건물이 버텨온 저 벽돌벽에는 이 건물안에 스러져간, 수많은 민주시민들의 피와 눈물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보다 그저 이 건물이 전하는 이야기를 좀더 더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무어라 말을 더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책과 건축물의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온몸을 두들겨맞는 것처럼 아프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참혹한 시기에 민주그림책을 펴내신 사계절출판사와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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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거 할 수 있어! -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2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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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지금 풍경과 딱 어울리는 그림책입니다.

사랑스러움이 뚝뚝, 아름다움이 한 가득.

책장을 펼치다보면 추억도 몽글몽글, 힐링이 절로 되는 그림책이에요.


[나도 그거 할 수 있어!]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주니어RHK

브리타 테켄트럽이 글,그림 작업을 했다고 하면 기대되는 그 무언가가 있지요.

판화와 콜라주 기법 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색감과 그윽함이랄까요.

가을을 한 권에 가득 담았습니다. 거기에 캐릭터의 사랑스러움과 이야기의 감동까지.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 시리즈의 3번째 책입니다.

<잠깐만 기다려 줘!>는 자연에 대한 감탄과 감동을 느끼는 작은 고슴도치를 기다려주는 큰 고슴도치를,

<하나도 안 무서워!>는 무서움과 두려움에 떠는 작은 고슴도치에게 감정을 인정하고 직면하는 것을 보여주는 큰 도슴도치를 보여주었지요.


이번 <나도 그거 할 수 있어!>는 제목에서 딱 드러나지요.

갑자기 아이들이 어릴 적 입에 달고 살던 "내가!!! 내가!!! 나도 할 수 있어!!!" 가 생각납니다.


큰 고슴도치 뒤를 따라 정원으로 나서는 작은 고슴도치.

큰 바람에 정원엔 낙엽이 가득하고

낙엽을 모으는 큰 고슴도치의 모습에 작은 고슴도치는 외칩니다.


"나도 그거 할 수 있어!"


그런데 저 꼭대기 가지에 나뭇잎 하나가 걸려있네요.

불길한 예감도 하나!



"나, 날 수 있어!"


아고야, 깜짝 놀란 큰 고슴도치는 딸꾹질을 합니다.

둘은 또다른 모험을 떠납니다.


정원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따라하고픈 작은 고슴도치.

큰 고슴도치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기도 하고 숲속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의 모습을 흉내내보기도 합니다.

가만히 지켜보는 큰 고슴도치.

물론 결과는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지만,

"나도 그거 할 수 있어!"


언제나 작은 고슴도치가 맨 처음 하는 말은 바로 이거지요.


깊은 밤, 잠에 곯아떨어진 작은 고슴도치를 품에 안고 큰 고슴도치는 정원의 친구들과 다정한 작별인사를 나누지요.

얼마나 사랑스러운 책인지, 책장을 넘기는 동안, 아파트 마당에 나가 책사진을 찍는 동안 내내 행복했어요.

지나간 육아기의 추억이 밀려왔거든요.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의 소소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도전과 모험 이야기.

아이의 성장과 도전을 응원하는 양육자의 맘으로, 선배의 맘으로, 함께하는 친구의 맘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올가을 스산한 추위가 찾아오기 전 마음의 온기를 채워보세요.

*이 책은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응모,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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