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신할미전 - 곰배령의 전설
조영글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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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의 전설 이란 부제를 달고 [곰신할미전]이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유쾌하고 톡톡 튀는 재미를 안겨주는 조영글 작가의 신작입니다.

진짜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이야기일까요?


일월오봉도의 파도무늬를 연상시키는 바다 파도에 해가 뜨는 가운데

봉황도 아닌 닭을 타고 날아오르는 곰신할미.

신령한 존재를 위해 복을 비는지...복 복자가 그려진 밥주발에 흰쌀밥을 수북하게 담아 올리고 있는 할머니 두 분도 보이고요.

표지만 봐도 무언가 웃음이 묻어나는 분위기입니다.


곰배령, 강원도 인제군의 지명입니다.

'곰이 배를 하늘로 내놓고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곰배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아앗, 저 멀리 평화로운 산골마을 풍경 어드메즘 곰 한 마리가 보이는 듯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 평화로운 풍경은 얼마가지 않습니다.



마을의 금자동이 은자동이, 곰배령 마을의 유일한 아이 산이가 사라지고

평화로운 단잠을 방해받은 곰신할미는 분노에 차 아이를 찾아나섭니다.


분노에 쫑긋 세운 곰신할미 귀에 구름나라의 소란이 들려오고

구름깨비에 쫓기는 산이를 발견하고 구해오게 됩니다.


그런데...납치되어 쫓기고 있다는 산이의 표정과 쫓아다니는 납치범? 구름깨비의 표정이?? 무언가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야기를 설명하는 글과 책 속의 그림이 전해주는 내용이 어긋나면서 그 어긋남을 발견할 때마다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것이 그림책을 보는 재미이기도 하지요.


곰신할미는 산이를 구해내고?

쫓아오는 구름깨비를 향해 신비한 주문을 발사합니다.

곰신할미가 곰방대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치며 신비한 도술을 일으킵니다.


이 또한 새롭고 웃기지만 또 익숙한 장면이예요.

옛이야기 여우누이에서 오빠가 여우누이에게 쫓기며 신비한 물건들을 던지면 갑자기 가시덤불이 나오고 강물이 나와서 구해주던 장면,

그 이야기도 연상되고 그런 신비한 도술을 일으키는 마법 지팡이가 곰신할미의 곰방대 라는 것이 더 웃음포인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뒤를 쫓아오던 구름깨비들에게도 깜짝 놀랄 반전이 숨겨져 있지요.

그건 그림책에서 실제로 확인해볼 재미요소이구요.


기나긴 하루가 끝나고 곰신할미는 또다시 평화로운 단잠에 빠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감사함의 표시로 예쁜 꽃이불을 덮어드립니다.

그래서 곰배령엔 예쁜 야생화가 피어나나봅니다.


전통적인 전래이야기의 반복, 재생산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전래이야기였습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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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핑크 Dear 그림책
이지현 지음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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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첨 손에 쥐는 순간,

"아, 예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순한 핑크에, 은은한 금박.

딱 진짜 딸기우유 같은 달콤한 색감입니다.

거기에 표지에 보이는 딸기, 딸기 파티라니

딸기철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행사하는 딸기 축제가 떠오르기도 하고

<레스토랑 핑크>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독자를 맞이하는 레스토랑 주문서.

그리고 눈에 띄는 한 문장

[레스토랑 핑크의 모든 서비스는 고객의 욕구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너무나도 정중한 직원들의 환영식

이쯤되면 레스토랑 핑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음식맛에 대한 기대감도, 은근한 부담감도 동시에 부풀어오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쯤에서 고개를 쳐드는 의문 하나.

레스토랑엔 다양한,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올텐데, 단순히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들의 욕구를 어떻게 최우선으로 해결해준다는거지요?

고객들마다 다 각각의 룸을 주는 건가?

살짝 보이는 저곳은 홀인데...


그렇게 레스토랑 핑크에는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몰려듭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차림새.

그들이 레스토랑 핑크에서 즐기고픈 것은 무엇일까요?


앗, 이 분, 표지의 그분이지요?

2번 테이블의 이 여자분은 스트로베리 매니아.

이 세상의 딸기 케이크란 케이크는 다 드셔보고프신가봐요.



표지를 다시 보니...그렇지요.

이렇게 멋지고 맛난 것을 먹을 땐 먹기 전 인증샷은 필수!!

테이블 주문은 29번까지 이어지고

저는 등장인물 한 명에게 자꾸 눈길이 갑니다.


레스토랑에 1명이 와서 식사를 즐기는 것이야 별일 아니지만

처음 등장부터 웬지 불편해 보이는 이 사람

모두가 자신의 욕망을 향해 직진할 때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한 사람

눈앞이 흐려지다 못해 눈동자가 갈 길을 잃었습니다.



옆 테이블은 뭐 먹나 곁눈질도 했다가...



모두의 욕망이 드글드글 끓어오르다 못해 터져나가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아무것도 시키지도, 먹지 못한 이 사람은 '그냥 나갈까?' 싶은거지요.


온갖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손님들간에 분쟁이 일어나고 난리가 나는데도

지배인은 점잖게 한 마디 던집니다.

[이곳에선 늘 있는 일이지요. 모두가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어요.]


네???

블랙코미디인가?

손님들이 원하는 완벽한 식사를 제공하지도 못한 거 같은데...

책의 앞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봅니다.


완벽한 식사를 위한 곳

어떤 요리든 훌륭하게 만드는 최고의 요리사들

어떤 서비스든 세심하게 마련하는 숙련된 직원들

모든 고객에게 맞춤형 식사를 제공해드립니다.


체크, 체크...음.

그렇군요.

거기에 완벽한 손님이 빠졌군요.


책 뒷표지에 살짝 보이는 이 사람

사실 이 모든 분란은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듯하지만...

사실 모두의 욕망이 모여 끓어넘치기만 기다리는, 무언가 임계점을 넘어버린 듯한 욕망의 현장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저 아무것도 시키지 못하고 결국 빈 접시를 앞에 두고 일어서야했던 저 손님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요?

진짜 아무것도 없는 무소유, 무욕망이어서 시키지 못한 것일까요?

아뇨. 어쩌면 진짜 모든 것을 다 가져보고픈, 풀소유, 풀욕망의 존재여서 결정을 하지 못한 거 아닐까도 싶은거지요.


그의 모습에서 저를 봅니다.

그뿐인가요?

매 페이지마다 보이는 다양한 테이블의 메뉴와 인간군상의 모습에서 계속 불편함을 느낍니다.

딱히 어느 누구라고도 하지 못하게, 제안의 일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너무나 주변에서 익숙하게 보는 모습들이기도 하고요.

이 책은 마치 곱디고운 분홍색 꽃색과 향에 취해 정신없이 다가갔다 가시에 찔리고마는 분홍장미같다라고 할까요.

올 봄 햇살아래 재미난 그림책을 한 권 만났습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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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눈 냄새가 난다 위고의 그림책
사라 스트리츠베리 지음, 사라 룬드베리 그림, 안미란 옮김 / 위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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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다가 '하아, 이 책 사진찍기도 쉽지 않네. 마치 책 속 이야기같아.'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이면 눈 냄새가 난다>라는 시적인 제목속에, 눈 냄새 라는 단어, 딱 그 느낌 알거 같아, 눈이 내리기 전 겨울날 공기의 온도. 춥지도 않고 어둑어둑하지만 무언가 안온한 뿌연 날씨. 그 분위기처럼 오일 크레용으로 그려진 그림 역시 묘하게 색감이 뭉개져 있다.


무광 표지에 제목에는 실버 그레이, 은분이 처리되어 있는데 표지 그림과 색감처럼 묻혀있다가 햇살에 이리저리 각도를 바꿀 때에만 반짝인다. 마치 독자와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그림책 내내 숨바꼭질하는 친구? 연인을 찾아 헤메이는 늑대아이처럼 독자도 표지의 반짝임을 발견하기 위해 이리저리 표지를 움직여봐야하는지도...


이야기는 한 늑대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며 1년 전 자기와 함께 했던 늑대 친구를 그리워하며 숨바꼭질하며 이별을 실감하게 된 순간을 되새기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야기는 혼자 남은 늑대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독자는 페이지, 페이지마다 술래가 되어 자신을 찾아다니는 늑대를 지켜보며 근처에 숨어있는 분홍색 니트를 입은 빨간 모자를 쓴 늑대를 발견하게 된다.

글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그림, 그림책의 묘미랄까.

둘은 왜 헤어지게 된 걸까, 그리고 분홍 늑대는 왜 떠난 걸까.


어디에서나 반짝임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아내던 그 아이

그렇게 우리 둘은 숨바꼭질을 했고 술래가 된 나는 천까지 세어댔었다.


이리저리 헤메이며 너를 찾다보면 그 아이는 나타나


"넌 없어진 것을 찾는 데 영 소질이 없구나."



하지만 독자는 알고 있다.

그렇게 숨바꼭질 하는 내내 행여나 자신을 언제즘 찾아줄까, 기대하다 실망하고

옮겨다니며 숨어있던 그녀가 되려 웃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가

어느 시점에선가 기대를 버리고 마음을 돌려

떠나갈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무수히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가...

표제지 빨간 열매가 열린 가지에 걸린 것이

떠나간 분홍 상의의 늑대의 빨간 모자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사랑에 최선을 다한 이는 마지막 미련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것일까...

이제야 떠나간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숨바꼭질 수세기를 시작하는 빨간 상의의 늑대

이 아이가 붙잡고 있는 건 진짜 사랑인걸까 아니면 사랑의 기억인걸까...

오늘도 '눈 냄새'가 난다.


사랑의 엇갈림과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

상실을 실감하는 순간까지...사라 스트리츠베리의 글과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은 서로 주고 받으며 조화를 이룬다.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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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섬 Dear 그림책
이명애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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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애 작가님의 <플라스틱섬> 책이 사계절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습니다.

2013년 출간된 이명애 작가의 그림책 데뷔작으로 2015년 BIB 황금패상을 받으며 화제에 올랐던 책입니다.

BIB(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는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예술성을 평가하여 우수한 그림책 작가에게 수상하는 상입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명애 작가는 <플라스틱섬>을 수묵화로 작업했습니다.


근 10여년만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된 책입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2013년판 표지


2025년판 표지

새가 바라보던 저멀리 있던 그 무언가(플라스틱섬)이 바로 새가 있는 발아래 현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의 몸뚱아리를 묶어놓고 있습니다.


"그 섬이 점점 더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감각합니다."

이명애, <플라스틱 섬>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는 화자(나)가 사는 섬을 소개하면서 시작됩니다.


나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살아요.

음...섬위에 대도시 인가요? 건물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이 곳.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무채색의 세상에 무언가 알록달록 색깔들이 채워져갑니다.


그리고 독자는 진실의 민낯에 놀라게 됩니다.

아...화자가 사람이 아니고 새였구나.

그럼, 바다위에 저 섬이???


책 속의 앞,뒤 면지에도 이러한 충격적인 진실이 담겨있습니다.


멀리 희미한 다도해, 섬의 풍경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겹겹이 쌓인 플라스틱섬이 이젠 수평선이 보이지도 않게 쌓여있습니다.

<플라스틱섬>에서 이명애 작가는

환경보호나 플라스틱 섬의 피해를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지 않고

피핀새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상황을 전달할 뿐입니다.

이런 어조가 오히려 수묵화 그림 속 상황을 살피게 하고 마지막 뒷면지 수북하게 플라스틱 조각이 쌓여 수평선을 가리운 모습에 절로 답답한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플라스틱은 출발점에서 보면 생명을 구원하러 온 구원자이기도 했습니다. 수천년동안 인류가 보석과 다양한 사치품을 만들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희생시켜왔던 바다거북, 코끼리의 생명을 1863년 미국의 존 웨슬리 하이엇의 셀룰로이드(celluloid) 발명은 플라스틱으로 구해주었습니다. 플라스틱은 가볍지만 단단하고, 가공이 쉬워 어디든 활용되어 이른바 ‘플라스틱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과한 플라스틱 사랑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급격히 늘어난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기준 최근 20년동안 2배가 늘었지만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간다는 것이지요.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곳곳에는 조류의 흐름에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섬도 생겼습니다. 해마다 크기를 키워가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약 160만㎢에 이르는 거대한 섬. 서울(약 605㎢)의 약 2600배, 한반도(22만748㎢)의 약 7배에 달하는, 거대한 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 최근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플라스틱은 점차 미세화됩니다. 거대한 플라스틱은 수면 위에 떠 있지만, 작아진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해양 생물이 먹이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미세 플리스틱화되면 해저까지 퍼지게 되고, 이렇게 물고기 등에 흡수된 플라스틱은 식탁에 올라 결국 또 인간으로 돌아옵니다.

대기로 올라가 비로 내리며, 공기와 물로도 인체에 유입됩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침투해 염증 유발, 면역 세포 억제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쓰레기섬은 광대한 바다 한 가운데, 누구의 영토도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생산 규모는 세계 3~4위입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가정에서 버린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량은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우리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표지에서 만나는 피핀(코뿔 바다오리)의 모습이 처연하게 보입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도서서평이벤트 응모로 제공받은 도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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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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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어 더 좋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실청? 집간장? 간수빠진 소금? 책도 그러하군요.

한 때 누군가 결혼 앞둔 커플이나 신혼부부에게 선물할 책을 물어보면 고민도 하지 않고 이 책을 떠올렸습니다.

제목부터 딱 이잖아요.


책 한 권 가득히 필사하고픈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어쩌면 결혼식 주례사 대신 이 책의 글귀들을 그냥 읽어주어도 좋겠다 싶은 글입니다.

그런데, 개정판이 나왔다해서 다시 만나보니 아니 이 책, 정말 왜이리 좋은걸까요.

신혼부부가 아니라, 50대 중년부부가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둘이 남아 삶을 꾸려가는 저희 부부에게 너무나 와닿는 그림책입니다.

살아보니, 어쩜 책 속의 글귀들이 아름다움을 떠나 말 그대로 현실, 삶의 장면을 그대로 다 담아둔 명문이었어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십년을 살다가 함께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두 벌의 옷이 단추 2개로 함께 여며지는 것. 체구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고, 나와 달라서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가 또 그래서 싫어지기도 하지요.

가만히 보니 단추 2개 표정도 다릅니다. 단추 표정의 의미가 그런 것일까요?

좋다가도 싫어지는 것, 그래도 함께 하는 것.


두 벌의 다른 옷이 만나 하나로 여며지는 장면으로도 보이지만...

살다보면 서로 깍이고 깍여 닮아가 애초에 저렇게 다른 스타일을 나눠 두 벌의 옷을 나눠입은 사이가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너에게서 내가 보이고, 문득 나에게서 너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이요.


살다보면 한 공간에 머무르지만 함께 하지 않는 듯한 느낌에 외로움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각자 머무는 삶의 시간대가 달라서 그럴까요. 심지어 시선의 방향도 어긋나있습니다.

그런 시간이 와도 또 두 사람은 새로운 길을 찾겠지요.


두 사람이 함께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경이로운 일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나 둘이 되고 또 셋이 되는 일.


그건 세상이 바뀌는 일이자 세상을 바꾸는 일이지요.

저희 두 사람은 그렇게 셋이 되고 넷이 되었습니다. 이제 또 두 사람이 되었습니다.

수십년을 함께 하며 이제는 배우자가 나를 잘 알고 이해해주는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아이들이 독립해 떠나고 막상 둘만 남으니,

모든 것이 재설정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아요.

단둘이 처음 만났을 때는 온전히 나로서 그 사람을 만난 것이었는데.

수십년의 세월동안 그 사람도 나도 온전한 나가 아닌, 내 아이의 엄마로 아빠로,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로, 사위와 며느리로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제 각각 한 사람이 되어보니, 나도 나를 잘 모르고 또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라구요.

어느 순간 앞을 보니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람이 내 앞에 서있습니다.


이제는 다시 사귐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나에 대해 알아보고 또 두 사람의 삶을 다시 설정중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저희 부부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책입니다.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해당 도서 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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