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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 ㅣ 그림책은 내 친구 63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1년 6월
평점 :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앗...이건?!!!
뭐라 말할 수 없는 친근함.
네.
제 마음 속? 제 머릿속?? 제 방의 실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주인공 에밀리엔의 6일간에 걸친 대청소를 향한 여정과 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에밀리엔의 공간은 이러해요. 항상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지요. 혹...밤에 물건들이 다 살아서 돌아다니는 지도 몰라요.
사람 얼굴을 한 고양이 다게레오타이프(사진술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 이름이에요. 거창하지요.)과 물건은 정신없지만 즐겁게 삽니다.
물건을 못찾으면 뭐...천천히 찾으면 되구요.
찾는 물건이 도저히 안나오면???
까짓거 그냥 다른 걸로 쓰면 되지요.

그런데...이런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건 바로 친구 실바니아 때문이지요.
그녀는 집에 들어올 때부터 무언가 맘에 들어하지 않아요.
차를 마셔도 일단 에밀리엔의 집 찻잔 이쪽을 한참 보다가 그리고 반대쪽을 살펴보고 마십니다.
고양이 이름도 너무 어렵다고 불만이지요.
에밀리엔의 집이 어질러진 것도 분명 좋아하지 않는 듯해요.
이렇게 실바니아가 돌아간 다음...
에밀리에는 이상하게 한숨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간 미루어두었던 청소를 해보기로 해도 한숨이 멈춰지지 않지요.
그 사이 실바니아는 아침에 이미 닦았던 현관을 또 닦고 있어요.

에밀리엔은 그간 미루어두었던 마크를 만나러 갑니다.
그의 집은 정갈하고 물건들이 잘 정리된 곳이었지요.
그는 물건들에게 각자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물건들이 자신들에게 들려주는 각각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기억하니 각각의 물건들이 소중해지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실바니아가 청소를 하는 것을 보고 에밀리엔은 웬지 맘이 불편해지고 화가 나기 시작해요.
그리고...드디어 맘을 다잡고 청소를 시작하게 됩니다.
대청소...!!!
에밀리엔의 집이 말끔해졌을려나요?
이 책에는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다른 세 친구의 모습이 나옵니다. 뭐 꼭 청소방식, 정리정돈의 습관이야기일까요?
에밀리엔의 집안 가득한 물건에는 각각 그 물건의 정령?일까요? 저 검은 존재들이 빼곡하게 붙어서 돌아다닙니다.
그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그간 에밀리엔이 미루어두었던 자신의 생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 감정의 잔상들 같아요.
자기 마음 속에 있던 기억의 찌꺼기들. 좋았던 것들도 있지만 싫었던 것도, 슬펐던 것들도 있겠지요.
삶에 지치다보면 때로는 그런 기억들도 잘 정리해서 추억의 칸으로, 때로는 감정의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때로는 잘 보내주기도 해야하는 것들이 있는데...
너무 지치다보면 그 자체를 그냥 내 마음에 쌓아두기만 할 때도 있지요.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내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보관만하는, 말라붙은 기억의 조각들.

에밀리엔은 대청소를 통해 그 말라붙은 조각들을 긁어내고 보기 싫었던 물건들, 그에 얽힌 기억과도 이별하고 소중한 기억들은 추억으로 되살리게 됩니다.
에밀리엔이 드디어 청소를 하고 고요함을 되찾자 저 검은 존재들은 불만에 가득차 짐을 챙겨 어디론가 떠나네요.
설마 이 녀석들. 검정 먼지벌레???
서얼마??? 바퀴벌레??? 으아아아악.
정확한 정체는 알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되살아난 에밀리엔의 집에 두 친구를 초대하고 싶었는데...
그만 친구 실바니아의 비밀을 알게 되지요.
세 친구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에밀리엔과 실바니아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요?
그 이야기는 키티 크라우더의 신작 <대혼란>으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키티 크라우더는 그림책잡지 <라키비움J> 옐로우때 <메두사 엄마> 책으로 처음 만남을 가졌던 작가인데요. 무언가 그녀의 글과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생각을 긁어파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