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 웅진 모두의 그림책 62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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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모든 것이 활활 불타올라 재만 남을 것같은 햇살과 열기에요.

혹시 이 열기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분노의 경고장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한 장, 한 장 귀여운 동물들과 등장인물이 나오는 페이지와 노래 가사 같은 판판판 포피포피를 신나게 따라하다가

용의 분노가 일으키는 자연재해들이 문득 현실을 보는 듯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제레미 모로의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입니다.


이야기는 할머니의 축 쳐진 뒷모습과 눈물 한 방울로 시작됩니다.

워렌의 물음에...할머니는 이렇게 답하지요.


"왜냐하면...... 이제 더는 숲이 노래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워렌은 바람에 날려 사라진 로켓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갔다가 이상한 동물를 만납니다.


난생 처음 보는 동물이 피리를 불려고 하지만 자꾸 실패해요. 그러다 워렌의 기침 소리에 재빠르게 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워렌은 그 동물을 잊을 수가 없어요.

급기야 워렌의 꿈에도 나타납니다.

꿈속에서 정체불명의 동물은 불던 피리를 삼키고 급기야 용으로 변해 불을 뿜어대지요.

꿈에서 깨어난 워렌은 도움을 청하러 온 여왕개미와 개미떼를 만나고 그 동물의 정체를 알게 되지요.

자연의 신 판(Pan)이 아무도 자신의 연주를 듣지않자 자기도 멜로디를 잊어버리게 되고 화가 나서 피리를 삼켜버렸다고 말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되면 계절의 리듬이 깨지고 자연이 망가지는 대재앙이 닥쳐올것이라고요.


숲속의 작은 동물들이 하나 둘 피할 곳을 찾아 워렌의 방으로 옵니다.

워렌은 그들을 돌봐주고 머물 곳을 마련해주지요.

동물들과 워렌은 각자가 가진 지혜를 모아 튼튼한 벽과 먹을 음식, 마실 물을 마련하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판의 분노는 점점 커지고 용으로 변해 세상을 파괴하기 시작하지요.


두려움에 떨던 동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춤을 추게 되고...

워렌과 동물들이 붉은 달 아래 춤추기 시작하자 두려움도 사라지고 용도 사라지지요.

마치 과거 사람들이 하늘의 절대적인 존재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춤을 추었던 제사 의식처럼요.

이제 평화가 다시 찾아온 것일까요?


하지만 용으로 변한 판의 분노는 더욱 더 커지고 불과 우박과 홍수와 폭풍우를 마구 쏟아냅니다.

용의 머리가 하나도 아니고, 하나, 둘, 셋....

그리스 신화 속 괴물 히드라 같아요.

세상의 분노와 공포를 먹고사는, 머리를 자르면 그 자리에 2개가 다시 생긴다는 괴물이지요.

폭주하는 용의 분노 사라지게 하는 일은...

잃어버린, 잊혀진 판의 노래를 되살리는 것 뿐.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

...

판판판,플로플리 라아아오오오오, 판판판!

...

판판판 레오플라,바아아아아아,판판판"


따라 읽다보면 저절로 무언지 모를 곡조를 넣어 흥얼거리게 되는 가사에요.

굉장히 리드미컬한 가사.

이 이야기의 원제가 [La chambre de Warren: 워렌의 방] 이었는데 이 노래 가사로 제목을 바꾼 것은 정말 너무나 탁월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부분부분 각자 기억하는 노래 가사와 음율을 모아서 함께 부르는 숲속 동물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고

워렌과 가족들의 목소리도 더해져...섬세하고 아름다운 노래가 널리 널리 퍼져갔어요.

정말 아름다운 대자연의 합창곡이지요.

그렇게 모두에게 평화가 다시 찾아왔답니다.

읽다보면 어? 어!!!

이 이야기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인데 싶어요.

그리스 신화에 목신 판(Pan)의 이야기와 기독교 성서 속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까지 익숙한 이야기가 변형되어 담겨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은 가축의 번식을 돌보고 양봉하는 자연의 신입니다.

상반신은 사람이지만 하반신은 염소의 두 다리와 발굽을 가진, 머리에도 염소 뿔이 달린 목신 판은 갈대를 잘라만든 팬파이프를 연주하곤 하지요.

목신 판은 인간들이 자연을 존중하지 않거나 신성한 숲을 더럽히고 파괴하면 분노합니다.

목신 판이 분노로 내지르는 큰 소리는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합니다. 그 공포를 패닉(Panic)이라고 합니다.

공포(패닉)의 어원이 목신 판에서 온 것이지요.

기독교 성서에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잊고 교만해진 인간을 벌하고자 했던 하나님은 그 중 신실함을 잃지 않은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어 동물들 한 쌍씩을 실게 하지요. 대홍수로 세상이 잠긴 날, 노아의 방주에 탄, 믿음의 존재들만이 종말 이후 살아남게 됩니다.


제레미 모로는 아일랜드 화산지대를 배경으로한 사가문학을 담아내기도 하고 선사시대 원주민이야기도 그려내는 등 다양한 소재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왔어요. 최근엔 마치 이솝우화나 철학서를 방불케하는 그래픽 노블을 발표하기도 하고 기계문명에 의존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과 기후위기로 급변하는 알래스카 자연과 원주민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을 발표했지요.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은 제레미 모로가 처음 발표한 그림책 작품입니다.

어쩌면 아포칼립스, 지구종말을 걱정하는 위기의 이 시대에 그 변화와 희망의 싹을 키울 수 있는 존재로 어린이에게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린이에게 희망을 거는 거지요.



작지만 작지 않은 존재, 어린이와 작은 존재들의 연대

제레미 모로가 만든 세상에서...

자연의 신 판은 인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인 어린이, 워렌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꿈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그 화가 표현될 지 메시지를 보내지요.

또한 어린이 워렌은 자신을 찾아온 첫번째 동물 손님, 가장 작은 존재 개미떼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개미여왕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소중하게 대하지요.

이 세상을 구하는, 재앙을 물리치는 그 중심에 소년 워렌, 어린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마법의 힘 바탕엔 이야기가 있지요.

어린이들은 제레미 모로가 들려주는 판의 노래 이야기(신화와 성서 등...)를 통해 오랜 세월 인류가 모아온 지혜와 가치관을 배우고 자신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형성하게 되겠지요.

제레미 모로의 다음 그림책 작품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주관한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제공받은 해당도서에 대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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