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 저 높은 곳의 늑대에게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박다솔 옮김 / 보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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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믿고보는 보림의 예술서적 The Collection Ⅱ 시리즈중 한 권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페이지 구성에 감탄했다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에요.


그간 루이 리고와 아누크 부아로베르 듀오의 여러 팝업북을 만나며 화려한 기술과 구성에 감탄해왔기에, 거기에 개인적으로 여성과 늑대 라고 하는 정말 좋아하는 글감이 다 들어있는 책이어서 기대가 더 컸답니다.

책표지부터 보며 함께 여행을 떠나요.


이 책에 대해 무럭무럭 피어나는 호기심은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에서 만났던 첫페이지, 첫 문장 때문이라지요.


"내 이름은 울프. 아주 어릴 때부터 네 꿈을 꾸어 왔어."


분명 표지 속 주인공은 인간이자 여자 인듯 한데...

울프?

혹 늑대가 주인공인 이야기인가 하고 말이지요.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어났었지요.


이야기 구조는 굉장히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울프라는 여성이 자신과 이름이 같은 늑대를 만나기 위해 산에 오르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숲속 오솔길을 타고 올라가 산 속에서 야영을 하고...

눈 덮인 설산에서 늑대를 만나려하지만

눈보라로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

해 질 녘,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늑대와 조우합니다.


스토리상 평범히 흘러가는 이야기같지만, 이 책을 이끌어가는 힘은 2가지에요.

작가들이 보여주는 디오라마 팝업북의 예술성과

이 책의 장면 장면, 서사가 보여주는 원형 심리학 측면에서 [여성성의 재발견] 과정입니다.



보통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아이를 향한 축복이나 혹은 아이의 미래나 운명에 대한 소망을 담아내어 이름을 짓는 문화가 많지요. 혹은 조상이나 위인의 이름을 따라 짓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린다는 것, 평생 어쩌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인

'이름'이 가지는 마법? 언어의 힘을 은연중에 믿고 있는 것이지요.


울프...늑대.

자연 속의 늑대라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남자 아이 이름이라면 고개를 끄덕여지기도 할 것 같은데

여자 아이, 갓 태어난 여자 아가에게 그 이름을 붙여줄 때는 어떤 소망과 마음을 담았을까요?

아쉽지만 이 책엔 울프라는 여성의 개인적인 사연?은 나와있지 않아요.

오랜 소망이던 늑대를 만나러 가는 울프의 여정이 담겨있지요.


울프는 늑대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자료를 모으고, 지도에 늑대가 다니는 길을 표시하고 산에서 하루 지낼 준비까지 꼼꼼하게 하고 떠납니다.


책장을 넘기며 이 책 한권이 작가들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원형 심리학에서 자주 다루는 여성과 늑대의 연관성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작품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1.왜 여자아이의 이름은 '울프'가 되었나?

한국어판 제목은 [울프 저 높은 곳의 늑대에게] 인데요.

프랑스 원어판 제목은 [Lou là-haut] 입니다. 직역하면 [높은 곳에 있는 lou]라고나 할까요.

저 여주인공의 이름은 프랑스판에서 [Lou]입니다. 루~~

루이자, 이런 이름의 애칭일수도, 그냥 루 일 수도 있어요. 남여 공용으로 쓰는 이름이거든요.

이 이름이 어떻게 늑대와 연결되느냐... 프랑스어로 늑대(수컷)가 Loup 이거든요.

단어 끝의 p를 발음하지 않으니 루~~

결국 발음이 똑같아요.

한국어로 번역시 루~ 라고 하면 그 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니 늑대/ 울프 로 번역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까 언어에는 마법의 힘이 있다고 했는데

자라나는 동안 수천번, 수만번 들었을 내 이름이 자동으로 늑대가 연상된다면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에 정말 늑대에 대한 실체가 궁금해질 것 같아요.


2.왜 울프는 늑대를 만나러 가는가?

원형 심리학에서는 여성(woman)과 늑대(wolf)에 대해 굉장히 연관성을 높게 해석해요.

여성(woman)이라는 단어 자체를 woe(늑대 라는 단어)+man의 조합으로 보기도 하고, 늑대를 여성 내면의 '원형적 어머니' 상징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런 해석의 대표적 사례가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책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에 서술되어 있어요.

이런 해석으로 본다면 성인이 된 울프가 늑대를 만나러 가는 여정 그 자체가 자신의 여성성과 내면의 힘을 직면하게 되는 인생의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지요.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날

울프는 한 발, 한 발 자연속으로 들어가지요.


"아침 햇살에 모든 향기가 깨어나"


이 문장 하나가 그대로 화면에 구현되는 장면이랄까요.

기존에 팝업으로 페이지를 구성했던 이누크와 루이 작가는 이번에는 디오라마 기법으로 페이지를 구성했어요.

한 층, 한 층 풍경은 겹겹이 레이어를 이루며 언덕 너머 구비구비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우리들도 울프의 여정을 따라가는 느낌이에요.

산을 올라가는 오솔길 언덕에 간간히 보이던 사람들도 이제 사라지고...

울프 혼자 남아 계속 계속 그 길을 올라갑니다.

그렇게 홀로 온전히 늑대를 만나러 가지요.


산을 오르며 산 속의 풍경 하나하나 바라보고, 꽃과 새와 열매를 즐기고 맛보고..

원형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울프는 인생의 작은 요소들을 즐기고 습득하고 자신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 존재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인거지요.


3.일렁이는 불빛에서 여성은 무엇을 만나게 되는가?


깊은 밤, 울프는 불을 피웁니다.

그 어둠 속에서 울프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어둠 속에 일렁이는 불꽃은 마법을 가지고 있지요.

때로는 그 불꽃 안에 과거의 이야기들이 살아나기도 하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요.

한밤의 불멍은 그렇게도 매혹적이고 때론 사람을 홀리기도 해요.


깊은 밤 모닥불을 바라보며 늑대를 보지못할까 걱정도 하고 기대도 하고 맘을 다잡는 과정.

어둠 속에 빨간 불은 힘을 주기도 하지만 내 안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과 때론 어둠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하지만 불은 인간에게 어둠의 공포, 무서운 동물, 적들과 대항하게 하는 강한 무기가 되어주기도 했지요.

그 밤 모닥불의 일렁이는 불꽃은 울프에게 그 어떤 시간보다도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었을거에요.


4.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허의 시간, 그렇게 다시 또 시작됩니다.



다음 날 눈덮인 설산에 울프는 오르지만

사방이 하얀 눈이 날릴 뿐, 어디에도 늑대는 보이지 않아요.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너를 만나지 못한 채 되돌아가야만 해."

늑대는 어디에 있을까요?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피해 어느 아늑한 동굴 속에 숨어있을까요?

울프는 늑대를 만나기 위한 오랜 소망을 품고 이 높은 산을 오르고 올라왔는데

정말 그냥 환상같은 것일까요?


설산의 눈보라.

때론 인생에서 그냥 버티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버겨운, 하지만 그 자체가 살아가는,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게 하는 순간이 있지요.

목표했던 늑대는 못만났지만...(진짜 못만났을까요?)


내가 원하던 것을 못이룬 것 같지만 그 순간을 버티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지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먼 훗날 지나고보면 그 어떤 것보다 귀한 것을 이루었구나, 살아남았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내면에 숨겨져있던 나의 힘을 재인식, 재발견하게 되지요.


5.진짜 나를 만나다



아쉬움에 돌아가는 길.

그렇게 둘은 운명적인 조우를 합니다.



6.여행 전과 여행 후, 달라진 나

울프는 해 질 녘 계곡에서 순간 늑대와 마주칩니다.

진짜 나를 만나는 순간이지요.

내가 무얼 좋아하고 느끼는 존재인가, 긴 밤 고민하고 눈보라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마음이 아프지만 늑대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겸허함을 직면하고서야..)

드디어 늑대(진짜 나)를 만납니다.



울프는 여행을 통해

산을 오르며, 깊은 밤 모닥불을 바라보며, 설산의 눈보라에 직면하고, 늑대와 조우를 통해

자신안에 숨어있던, 감추어져있던, 잠들어있던 진짜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접혀진 페이지들을 사이에 두고 보면 방안 풍경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지도를 보고 있는 울프 옆으로 설산이 보이는 동그란 창문이 있습니다.

저 창문 옆으로 난로가 있는거지요.



저 동그란 창 밖에 보이던 봉우리의 풍경은 같은 산이지만 이렇게 변해있습니다.

늑대를 만나러 가기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설산이었지요.

여행을 끝나고 돌아온 날 창문 풍경은 변해있습니다. 혹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시나요?

늑대와 만나는 순간, 그 시간의 길이가 얼마인건 의미가 없어요.

찰나의 순간이라도 진짜 나라는 존재를 만나고 직면하게 된 나는 더이상 그 이전의 나와 같을 수 없지요.



7.늑대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여행, 그 여정을 축복합니다.


진짜 나를 만났고 친해졌습니다.

이해되지 않던 나를 더 잘알게 되었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었지요.

더욱더 충만하게 채워가는 것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걸어갈 힘도 생겼거든요.

새롭게 시작하는 울프의 여정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펼치며 시작될 당신의 여행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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