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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젤과 꿈꾸는 달 ㅣ 열린어린이 그림책 30
앤트완 이디 지음, 그레이시 장 그림, 홍연미 옮김 / 열린어린이 / 2023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손끝에 책장이 오래 머무르는 책을 만났어요.
그림작가 그레이시 장의 새 책이 궁금해...라는 이유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역시 좋아!! 라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그림책 곳곳에 숨겨진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글작가 앤트완 이디에 푹 빠져 들게 됩니다.
(앤트완 이디의 작가 데뷔작이기도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밤이 되면 나이젤은 자기 꿈을 달에게만 이야기해요.
둘만의 비밀스런 시간이지요.
그림 작가 그레이시 장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페이지입니다.
저 어둡고 푸른 밤의 색감. 그리고 붓터치.
수채와 과슈? 의 조합일려나요.
나이젤은 우주 비행사가 되기도 하고, 발레리노가 되었다가, 망토를 휘두른 슈퍼 히어로가 되기도 하지요.
어린이의 꿈과 응원을 다룬 책은 상투적인 스토리에 빠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흑인(유색인종) 어린이라는 주인공 설정은 흑인(유색 인종)이라는 소수성, 미국 사회에서의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혹은 선명한 차별과 장벽,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내는 주인공.

사실 사회현실에서 굉장히 필요하고 귀한 소재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다루어진 이야기들이 어쩌면 너무 전형적으로 굳어져버린 것 아닌가 싶었는데...
소재의 전형성의 굴레는 이렇게 벗어나지 못하는가?라는 우려를 살짝 했는데요.
앤트완 이디와 그레이시 장 작가의 협업은 이러한 고비를 너무나 멋지게 정면돌파해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역시나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빛나고 있는 '달'이지요.
'달'은 언제나 나이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다 품어주니까요.
'달'이 빛나는 밤, 어둠 속에 '달'이 있어서 나이젤은 꿈을 꾸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내지요.
내 아이가 사는 곳은 도시 아파트 숲, 밤 하늘에 별도 달도 찾기 힘들다구요?
'달'님이 있다면 좋겠지만 끌어안을 푹신한 곰인형 하나가, 갸릉거리는 고양이가, 때론 한 권의 일기장이 조용히 들어주는 달님이 되어주기도 하지요.
서로 대화하고 응원을 나눌 수 있는 부모님이, 형제,자매가(놀림이 따라오고 팩폭이 이루어지고 서로 쥐어박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응원과 믿음이 있더라구요.), 친구가 존재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리고 나이젤의 꿈을 응원하는 부모님.
묵묵히 들어주고 품어주는 밤하늘의 '달'님의 현실 존재라고나 할까요?
부모님이 나이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실제 책으로 꼭 만나보시기를요.
그리고...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나이젤을 응원하는 또 한 명의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학교 담임 선생님이세요.
직업 탐구주간 마지막 날, 다양한 직업인들이 학교에 찾아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사를 합니다.
작가, 요리사, 건축가 등 학교에 오신 분들을 살펴보며 교실 아이들을 보며 다양한 직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직업인들을 모셨구나 싶습니다.
나이젤의 어두운 표정이 자꾸 맘에 걸리는데요.
책을 보다보면 선생님이 교실 속에서 위축된 나이젤을 어느틈엔가 살펴보고 계셨구나 하는 맘에 감사한 맘이 듭니다.
마치 낮에 나온 '달'님 같다고나 할까요.^^
나이젤의 직업 탐구 주간은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을려나요?
오늘 밤 나이젤이 달님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100세 인생에서 꿈은 계속 자라고 새로 피어나는 꽃인데 말이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달님에게 들려주세요.
달은 언제나 듣고 있을테니까요.